케이스스터디 02: NBA 닥 리버스 감독이 문화를 만드는 법
<요약>
08년 NBA 우승팀 보스턴 셀틱스의 감독 닥 리버스는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고, 우승이라는 목표를 갈망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크게 3가지다.
1. 자신의 생각을 담은 '말'을 찾은 다음 팀 내에 적극적으로 퍼트렸다.
2. '상징물'을 활용해 선수 스스로 목표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3.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에 기반해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플레이북:게임의 법칙>은 유명 스포츠 감독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팀과 선수들을 이끄는 원칙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NBA 닥 리버스 감독,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질 앨리스 감독, 지금은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의 감독 조제 무리뉴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감독들이 나온다.
그중에 NBA 닥 리버스 감독 편을 보면 팀 내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NBA 명감독은 어떻게 문화를 만드는지 인상 깊게 봤던 몇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팀 스포츠의 핵심, 협업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처럼 팀 스포츠의 핵심은 협업이다. 때로는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동료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야 한다. 하지만 08년도의 보스턴 셀틱스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빅 3이라고 불리는 스타플레이어(폴 피어스, 케빈 가넷, 레이 앨런)를 한 팀에 모았지만 셋 다 리더형이었다. 성공적인 시즌을 위해서는 팀 플레이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협업의 상징 우분투(ubuntu)
이때 닥 리버스 감독은 '우분투'라는 단어를 팀 내에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퍼트린다. 우분투는 남아공의 데즈먼트 투투 대주교와 넬슨 만델라가 설파한 개념으로 '홀로 있는 인간은 그 말 자체로 모순이며 다른 인간에게 배워야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며, 개인보다는 집단과 단체를 강조하는 개념이었다.
닥 리버스 감독은 우분투라는 개념을 연구해서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하나의 상징적 단어로 활용한다.
우분투를 팀 내에 퍼트리기 위해서 감독은 신인 선수들을 전파자로 활용하고, 팀원들에게 우분투를 직접 입 밖으로 말하라고 강조한다.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은 다 같이 우분투를 외치는 의식(Ritual)을 통해 협업의 정신을 되새기고 경기에 임한다.
핵심가치의 생활화
우분투는 단순히 경기장에서만 작동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우분투 정신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닥 리버스 감독이 혼자만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을 가지고 비행기에 타자 다른 선수가 '이런 우분투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어쩌고요?'라고 농담하는 식이다. 작은 것 하나조차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문화는 우분투 정신이 얼마나 단단히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준다. 다음 인터뷰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 리포터 : 오늘 밤 가넷 선수의 수비는 완벽했는데요 뭐가 잘 풀렸죠?
- 가넷 : 제가 아니라 '우리'가 완벽했죠(Not me, we), 전 있어야 할 곳에 있었어요. 팀원들이 각자 있어야 할 곳에 있어 줬으니까요. 우리가 우승한다면 그런 것 때문일 겁니다.
닥 리버스 감독은 말한다. "우분투는 진짜였어요.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죠" 삶의 방식이 될 정도 모든 사람에게 체화되어 있다면 경기장에서 팀플레이가 발휘되는 건 당연한 결과 아닐까.
*Learning point
1. 핵심가치 정의의 중요성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명문화하는 작업을 한다. 사람들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명문화 작업은 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준을 기반으로 판단했을 때만 바람직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 마치 우리 사회가 헌법에 기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 닥 리버스 감독이 우분투라는 단어를 통해 팀플레이 정신을 강조한 건 많은 회사들이 핵심가치를 정의하고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실시
물론 명문화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핵심가치의 뜻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에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닥 리버스 감독도 단어의 뜻을 설명하고, 왜 중요한지 설득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결과 단순히 사전에만 있는 죽은 가치가 아니라 생활에서 실천하는 살아있는 가치가 되도록 만들었다. 회사에서 많이 하는 핵심가치 내재화 활동도 단순히 포스터를 만들고,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이 가치가 구성원의 일상에서 작동하는지, '결과'가 중요하다.
변화의 첫 시작, 스스로 마음먹게 하기
사람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변화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바꿔야 한다고 말해도,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에 공감하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죽도록 하기 싫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필요성을 느끼는 공부는 알아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피터 센게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당하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홈구장 한 구석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이유
닥 리버스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가지기를 원했다. 닥 리버스 감독은 보스턴 셀틱스 홈구장에 16개의 챔피언 배너가 걸려있지만, 아직 자신들의 손으로 이뤄낸 것이 없음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닥 리버스 감독은 JFK와 마틴 루서 킹의 묘지에 있는 꺼지지 않는 불에서 영감을 받아서 우승 배너가 걸려있는 곳의 한 구석 빈자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달라고 요청한다. 그 빈자리는 우승하면 17번째 우승 배너가 걸릴 자리였다.
빛나는 조명이 말하는 것
감독은 훈련 중 선수들에게 질문한다. "혹시 눈에 띄는 게 있니?" 선수 1명이 알아차리고 대답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기 스포트라이트로 강조된 부분이 있네요." 감독은 그제야 조명의 의미를 설명한다. "저 조명은 절대 안 꺼질 거다. 우린 저기에만 집중해야 해. 오직 저걸 위해서만 뛰는 거다" 선수들은 매일 뛰면서 빛나는 조명을 봤고, 그 조명은 선수들에게 말한다. '우린 보스턴 셀틱스다. 우리에게는 우승뿐이다'
*Learning point
1. 인공물 활용의 좋은 예
에드거 샤인 교수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크게 3가지 차원(인공물-표방하는 가치-기본 가정)으로 살펴볼 수 있다.(https://culturenotes.tistory.com/3?category=807437) 그중에 인공물(artifacts)이라는 것이 있다. 로고, 사가, 근무 복장, 고유한 용어, 의례부터 조직이 만든 제품, 서비스, 조직구조, 제도, 정책 등 그야말로 조직 내에서 만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말한다.
잘 만들어진 인공물은 그 자체로 조직이 가야 할 방향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는 신입직원들에게 일반적인 책상보다 긴 도어 데스크라는 책상이 지급된다. 이 책상에는 사연이 있는데, 제프 베조스가 창업 초기 책상을 알아보다가 책상보다 싼 문짝을 발견하고 여기에 각목을 덧대어서 책상을 만들어 쓴 일화에서 유례 되었다.(지독한 제프 베조스) 책상이라는 하나의 인공물에서 아마존의 극도의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다.
닥 리버스 감독은 우승 배너 옆 조명을 비추는 장치 하나를 통해 팀이 가야 할 방향성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2. 맥락 안에서 목표를 설명하기
최근에 플랜 B에서 진행한 교육담당자 온라인 세미나를 들었다. <그래서 인터널 브랜딩>의 저자 최지훈 님의 강의 중 기억에 남는 건 맥락(context)이라는 단어였다. "분절된 활동이 아니라 연결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이를 통해서 사람들을 맥락 안에 놓아둔다."
닥 리버스 감독이 만든 장치는 단순히 우승이라는 목표만을 강조한 게 아니었다. "우리 팀은 16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전통의 강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뤄낸 것이 없다."라는 맥락 정보도 같이 제공했다. 그리고 이런 맥락 속에서 "이제 너희가 이 전통을 이어받아 17번째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할 차례이다"라는 목표를 강조했다. 이런 맥락까지 함께 공유할 때 사람은 비로소 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진심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잘한다'의 의미
전부터 '회사에서의 일을 잘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궁금해했다. 단순히 지식이나 스킬이 늘어나서 일을 잘 처리하는 게 일을 잘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실제로 회사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태도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려운 과제를 맡아도 물러나지 않고 물고 늘어지거나,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거나,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원활한 협업을 이끌어내거나 했다. 회사라는 공간을 떠나서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숙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리더가 구성원을 성장시킨다는 것의 의미
이런 관점에서 리더가 자신의 팀원을 성장시킨다는 건 단순히 지식이나 스킬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성숙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닥 리버스 감독 인터뷰를 보면 한 명의 선수를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명의 성숙한 인간을 길러낸다는 생각이 강하다.
"처음에는 감독이란 걸 경쟁적인 자리로 봤죠. 내가 타이틀을 따내는 거고 내가 우승하면 팀도 우승한다고요. 그러다 깨닫게 됐죠. 단순히 그게 아니라는 걸요.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갈수록 성숙해지고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게 보이죠. 그러면 나도 그 일부가 돼요."
"처음 감독이 됐을 때 들었던 몇몇 조언은 완전히 틀렸어요. 선수들을 너무 가까이하지 마. 누가 했던 말이든 간에 형편없는 조언이죠. 선수들과 친해지세요."
"내 일은 감독이에요 더 나은 선수가 되게 해 주고 더 나은 인간, 팀원을 만들죠. 강인 해지는 법과 동정심을 갖는 법, 좋은 승자 좋은 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줘요. 그런 게 있는진 모르겠지만요. 나도 아직 몰라서요. 인생을 가르쳐 주는 거죠."
"전 선수들에게 말해요. '지금의 너희가 되라고 하지 않겠다(I'm not gonna coach you to who you are). 언젠가 되어야 할 모습으로 이끌어줄게(I'm gonna coach you to who you should be someday)'"
*Learning point
리더는 '개인적 관심'에 기반해 구성원을 육성해야 한다
킴 스콧은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좋은 피드백은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완전한 솔직함은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과 '직접적 대립(Challenge Directly)'의 연결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완전한 솔직함의 상태가 되면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팀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닥 리버스 감독의 선수 육성은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에 기반한다. 단순히 한 명의 선수로서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더 나아질 수 있게 지원한다. 회사로 치면 리더와 직원이 단순한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업무영역을 넘어서서, 더 높은 꿈을 품은 존재로 직원 개개인을 대하라"라고 말한다. '리더가 업무 이전에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구성원이 느꼈을 때 쓴소리를 해도 그걸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조직문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다. 비전, 목표, 팀의 이상적인 모습을 서로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고, 합의하는 지속적인 과정.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과정이 조직문화를 만들고 바꾼다.
그런데 그냥 말로만 할 수는 없다. 특히 각자 맡은 업무를 하기도 바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용어를 정의해도 좋고,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좋다. 아니면 닥 리버스 감독처럼 상징물을 만들어도 좋다. 중요한 건 리더-팀원, 혹은 팀원-팀원끼리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보고문화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 최대한 세세하게 가이드를 주려고 하지만 모든 부서의 상황을 알 수는 없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이드는 주되, 각 부서별로 가이드에 맞춰 평소의 보고 건들을 재분류하고, 어떤 수단이 가장 적합한지 스스로 정해 보게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 보고를 주제로 각 부서별로 서로 대화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 이게 보고문화 가이드를 만드는 진짜 목적이다. 닥 리버스 감독이 새로운 단어를 도입하고 상징물을 통해 팀원들과 대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방법과 어찌 보면 비슷한 방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조직문화 담당자의 주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