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03 : <규칙 없음>으로 살펴본 넷플릭스 조직문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자율과 책임(F&R, Freedom and Responsibility)의 문화다. 규율과 통제에 의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성숙한 어른으로서 직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이런 믿음 하에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를 보장한다.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의 문화는 과연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책 <규칙 없음>에서는 크게 3가지 요인을 이야기한다. 능력 있는 직원을 확보해 인재 밀도를 높이고, 피드백을 독려해 솔직한 문화를 만들며, 각종 규제를 제거하고 맥락으로 조직을 이끈다. 각 항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 탁월한 팀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의 특징 첫 번째는 ‘비범한 동료들로 회사를 채운다’이다. 평범한 직원과 탁월한 직원이 섞여 있는 조직이 아닌 탁월한 직원으로만 이루어진 드림팀을 원한다. 스포츠 경기로 비유하면 호날두, 메시 같은 S급 선수들로만 이뤄진 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비범한 동료들’은 각자 재능이 뛰어나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런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가 수직 상승한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탁월한 인재 5명과 평범한 사람 2명이 함께 있으면 그 팀은 평범한 팀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리드의 실제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리드는 2001년 봄 회사 운영에 위기를 맞았고 직원 1/3에 해당하는 40명을 해고한다. 하지만 직원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몇 달 뒤 회사의 성과는 더 좋아진다. 중요한 것은 직원의 수가 아닌 인재 밀도였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윌 펠프스(Will Felps) 교수의 실험 결과도 리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윌 펠프스 교수가 한 달 동안 진행한 실험에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30~40% 뒤처졌다. 펠프스 교수는 “놀라운 사실은 사람은 다른 팀원들이 문제가 되는 사람의 특성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인재 밀도를 유지를 위해 업계 최고 연봉 보장
넷플릭스는 인재 밀도 유지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한다. 만약 시장 상황에 의해 자신이 속한 직무의 연봉이 올라가면 넷플릭스에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심지어 경쟁사에서 이직 제안이 오면 자신의 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면접을 보고 오라고 한다. 만약 경쟁사에서 현재 받는 연봉보다 높은 연봉을 부르면 넷플릭스에서는 경쟁사 금액에 맞춰 연봉을 올려준다. 넷플릭스는 1명의 탁월한 인재가 10명의 평범한 인재 몫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해고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회사
여기까지 들으면 넷플릭스의 정책이 매력적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냉정함이 있다. 리드는 직원들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라며,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 키퍼 테스트이다. 넷플릭스는 매니저들에게 직원에 대한 키퍼 테스트를 권장한다. 키퍼 테스트는 '부하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하면 붙잡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만약 붙잡지 않겠다, 즉 붙잡고 싶은 최고의 인재가 아니다는 답을 내린다면 직원을 해고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수 있다. 마치 프로스포츠팀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방출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실제로 글라스 도어(미국의 블라인드, 잡플래닛 같은 사이트)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를 분석해보면 'Fear', 'culture of fear'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다른 회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단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지 짐을 싸야 한다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넷플릭스 문화는 분명 고성과를 만들었지만 그 뒤편에는 그림자도 분명하다.
*김성준 국민대 교수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aissezz/posts/3342155155852208
솔직한 피드백이 성과를 이끈다
솔직한 피드백은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2014년 컨설팅 업체 젠거 포크먼(Zenger Folkman)이 1,000명의 사람에게 피드백에 관해 자료를 수집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오류 수정 피드백을 받으면 성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응답자의 92%가 전달 방법만 적절하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이 성과를 향상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솔직해지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까 봐,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괜히 오버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말하지 않고 그 순간을 넘긴다. 넷플릭스에서는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는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만한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고 본다. 리드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가 넷플릭스의 인재 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피드백 문화를 만드는 방법
① 피드백의 근간은 '좋은 의도'
모든 피드백은 반드시 선의에 기반해야 한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유는 이를 보완해서 상대방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에 대한 공감대가 조직 전체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얼핏 들었을 때는 기분 나쁜 피드백도 개인의 성장을 위한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단순히 자신의 똑똑함을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드백을 주어서는 안 된다. 넷플릭스에서는 솔직함을 핑계로 피드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피드백을 ‘똑똑한 왕재수 짓’이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② 리더의 솔선수범
넷플릭스에서는 리더가 먼저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넷플릭스의 수장 리드 헤이스팅스도 예외는 아니다. 리드도 직원들에게 360도 다면평가를 통해 자신의 적절히 못한 행동을 지적받는다.(회의 때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나가는 행동 등)
넷플릭스의 매니저들은 평소에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밝힌다. 상사인 자신에게 피드백을 제시하게끔 부하직원을 독려한 다음, 원하면 자신도 피드백을 제시한다.
피드백을 받을 때의 '태도'도 중요하다. 매니저들은 어떤 비판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소속 신호(belonging cue)'를 줌으로써 피드백을 마음 놓고 제시해도 좋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COO 테드 사란도스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원에게 회의가 끝나고 어깨에 손을 얹고 미소를 지으며 "오늘 회의 아주 좋았어. 의견을 주어 고마웠네"라고 칭찬한다. 이런 신호를 통해 직원들은 '상사한테 찍히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날려버리게 된다.
③ 체계적인 피드백 시스템 구축
넷플릭스에서는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들은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구분하여 어떤 피드백이 효과적인지 문서로 분명히 밝힌다. 또한 이름을 밝힌 360도 다면평가, 라이브 360도 평가를 통해 일종의 피드백 루프를 구축한다.
투명성이 솔직한 문화를 강화한다
넷플릭스는 밝은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듯, 직원들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선샤이닝(sunshining) 문화'가 있다. 예를 들면 경쟁사가 알고 싶어 하는 중요한 정보나 재정적 결과까지도 직원에게 공유한다.
넷플릭스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유는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수록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크기를 늘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과거에는 고위급만 접할 수 있었던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접하자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높은 투명성으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2014년에 회사 기밀 자료를 내려받은 콘텐츠 구매 디렉터가 이를 가지고 경쟁사로 이직하는 일이 발생하고, 넷플릭스는 소송 문제로 오랫동안 곤욕을 치른다. 하지만 직원 하나가 신뢰를 악용해도 이는 예외적인 사례로 치부한다. 소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다수 문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영감을 준 '오픈 북 경영(openbook management)'>
넷플릭스의 정보공개 문화는 리드가 MBA 수업을 듣던 당시 접했던 오픈 북 경영 사례(openbook management)에서 영감을 받았다. 잭 스텍이라는 매니저는 회사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무보고서를 읽는 법을 직원에게 교육시켜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자신이 회사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 알게 한다. 이후 직원들은 열정과 책임을 가지고 잭이 바라는 것 이상으로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다. 당연히 회사는 지속 성장하였다. 잭 스택은 회사에서 자신이 정보를 공유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직원들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규칙도 말해주지 않고 야구장으로 데려가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사업은 게임입니다. 1루에 나간 사람은 2루로 도루를 시도하지만, 자신의 시도가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넷플릭스에 없는 것
넷플릭스는 휴가, 출장비, 경비 사용 규정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한 달 동안 남극에 가서 이글루를 짓고 살다오거나 아마존 부족을 관찰하는 장기 인류학 여행을 갈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2시간 비행하는 짧은 거리를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석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보통의 회사들이 일 년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일수가 정해져 있고, 거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출장비 금액이 나눠져 있는 것과 비교된다.
지켜야 할 원칙은 "넷플릭스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하라" 오직 하나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장기 휴가는 회사에 도움이 된다. 짧은 거리지만 야간에 이동해야 한다면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된다.(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중요한 미팅을 망치는 것보다는) 넷플릭스에서는 각종 '규정'이 무엇이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에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맥락'을 고민하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
넷플릭스가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앤 이유는 첫째, 탁월한 인재는 통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절차가 없어질 때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셋째, 규정과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 회사가 직원들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그런 신뢰를 보이면 직원의 책임감이 강해져 주인의식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맥락으로 조직을 이끄는 방법
넷플릭스는 맥락 공유를 위해 회사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다. 먼저 회사의 대표인 리드는 E-스태프(임원진), QBR회의*를 통해서 회사의 목표와 방향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1년에 몇 차례씩 전 세계 리더를 한 자리에 모아서 리드가 북극성이라고 지칭한 것에 맞춰 의견을 조율한다. 리드는 1년에 25%의 시간을 목표를 조율하고 맥락을 공유하는 일대일 미팅에 사용한다.
*QBR회의 전후로는 수십 쪽에 달하는 구글 독스 메모를 전사원에게 보내서 QBR에서 공유한 맥락과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 이 정보는 행정비서나 판매 보조사원 등 모든 직급에 있는 사람이 읽을 수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맥락을 제공한다. 휴가 문제를 예로 들면 팀 전체 스케줄에 비춰봤을 때 어느 달에 휴가를 내는 게 적절한지, 만약 장기 휴가를 낼 거라면 몇 개월 전에는 알려야 한다는 등의 세부 맥락 제공을 통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도 팀이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의 판단을 돕는 교육도 실시한다. 신입 직원 오티 때 자신이 사용한 금액을 상사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자신 있게 그 선택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할 수 있으면 물어볼 필요 없이 선택하고, 꺼림칙한 부분이 있으면 상사와 의논 뒤 저렴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걸 책에서는 ‘전 단계 맥락(context at the front end)'이라고 한다.
안전장치도 있다. 재무팀에서는 직원이 한 달 동안 사용한 비용 리스트를 팀장에게 보내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과도하게 사용된 비용은 재무팀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드러난다. 만약 주어진 자유를 직원이 남용한 게 발견되면 그 직원은 해고되고, 그 사실은 조직 내에 공개되어 또 다른 맥락 형성에 기여한다.
의사결정 권한도 이양한다
넷플릭스는 탑다운이 아니라 분산된 의사결정 모델(dispersed decision-making model)을 추구한다. 회사 내의 모든 직원이 각자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할때 가장 빠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나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상사가 별로라고 해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는 원칙을 중시한다.
대표도 이 원칙에서 예외란 없다. 리드의 행동을 동행하며 관찰한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는 “온종일 지켜봤지만, 대표님은 한 가지도 결정하지 않더군요. 너무 의외였어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넷플릭스의 직원은 ”넷플릭스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모든 맥락을 공개하는 순간 기초공사가 끝납니다. 승인은 필요 없어요. 당신에게 달렸죠. 당신의 결정”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의사결정 권한을 적극적으로 이양하는 건 넷플릭스가 속해 있는 산업은 창의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위험은 오류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의료업이나 핵발전소처럼 오류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면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분산된 의사결정 모델은 인재 밀도가 높고 투명한 조직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채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면 역효과가 난다.
넷플릭스 문화는 배울 점도 많지만 개인적인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우상화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의 회사 상황에 맞는 부분만 취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간단하게 읽고 난 생각을 정리하자면.
1. 인재 밀도는 중요하다
인재 밀도가 중요하다는 명제에 공감한다. 사람 한 명이 팀 전체의 능률을 올리기도 하고 떨어트리기도 하는 상황을 모두 겪어 봤던 터라 인재 밀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할 생각이 없다.
인재 밀도 유지를 위해 '채용'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한번 채용되면 해고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만나본 몇몇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 '급하니까 일단 뽑았다가 피보는 케이스'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당장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 혹은 '뽑은 다음 교육시키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채용을 결정했다가 조직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서 결국은 서로 안 좋게 이별하는 케이스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채용 기준, 회사의 인재상을 재정립한 다음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 식으로 채용 방식을 바꾼다. 그다음에야 비로소 회사에 맞는 인재가 영입된다. 어차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면 입사 후가 아닌 입사 전, 즉 채용 과정에 투입하는 것이 더 낫다.
2. 공포가 존재하는 문화 VS 심리적 안정감
작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심리적 안정감을 다룬 <두려움 없는 조직>이다. 구글에서도 성과 나는 팀을 조사한 결과 밝혀낸 원칙 1번이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그런데 넷플릭스 문화는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기에 어려운 문화처럼 보인다. '언제든지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가야 해'라는 가정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과연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상사가 나를 붙잡고 싶어 할까?(키퍼 테스트)'를 고민해야 하는 곳에서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을까? 명문화된 규제를 제거한 것뿐이지, 사실은 보이지 않는 규제로 사람을 더 촘촘하게 압박하는 문화가 넷플릭스 아닐까? 넷플릭스 문화와 심리적 안정감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3. 넷플릭스 함부로 따라 하다가 큰 코 다칩니다
만약 넷플릭스 문화를 회사에 도입하고 싶은 대표님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리드 헤이스팅스처럼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회사 대표는 조직문화의 창조자이자 수호자이다. 즉 넷플릭스 문화를 도입한다는 건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처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리드처럼 행동한다는 건,
1. 직원에게 매년 360도 다면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의 솔직한 목소리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고, 행동을 직접 고치는 모습을 보인다.
2. 일 년에 여러 번 장기휴가를 즐긴다. 직원들에게도 휴가를 권장하고, 휴가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문화와 시스템을 만든다.
3.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의사결정하고 싶은 욕망을 통제한다. 내 회사지만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4. 맥락 공유를 위해 1년에 25% 이상의 시간을 사용한다. 적극적으로 1:1 미팅을 실시하고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거 못할 거면 넷플릭스 문화 함부로 도입하지 말자.
솔직한 피드백한다는 핑계로 직원들 공개 처형하고, 휴가 마음대로 가도 된다고 하고 본인은 맨날 야근하고,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본인 마음대로 결정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회사 돌아가는 상황 공유 안 해주고, 이러면서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가 가야 할 방향은 넷플릭스 문화입니다"라고 제발 말하지 말자. 말의 앞뒤가 다른 표리부동이 조직문화에 제일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