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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Aug 23. 2021

완벽한 팀의 비결, 심리적 안정감

어떻게 하면 심리적 안정감이 확보된 팀을 만들 수 있을까?

구글이 밝혀낸 완벽한 팀을 만드는 5가지 비결  


“무엇이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가?”  


팀의 더 좋은 성과를 위해 고민하는 리더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주제다.  


미리 축하의 말을 전한다. 구글이 당신을 대신해 효과적인 팀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2년이 넘는 시간동안 200명 이상의 구글러를 인터뷰, 180개 이상의 팀을 분석)를 통해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 5가지 비결을 찾아냈다.    


구글이 찾아낸 효과적인 팀이 가지고 있는 5가지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
: 팀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팀원들 앞에서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안전함을 느끼는 것
(Team members feel safe to take risk and be vulnerable in front of each oher)

2. 신뢰도(Dependability)
: 팀원이 제 시간 안에 일을 마치고 구글의 탁월함에 관한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
(Team members get things done on time and meet Google's high bar for excellence) 

3. 구조&투명성(Structure & Clarity)
: 팀원들이 명확한 역할, 계획, 목표를 갖는 것
 (Team members have clear roles, plans, and goals)

4. 의미(Meaning)
: 일이 팀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것
 (Work is personally important to team members)

5. 영향력(Impact)
: 팀원들이 자신의 일이 중요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Team members think their work matters and creates change)  

*출처 : 구글 블로그  
*제가 임의로 한 해석입니다(발번역 죄송합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하는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 첫번째 요인이다. 구글은 “심리적 안정감이야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다른 4가지 원칙의 밑바탕”이라고 말한다.( Psychological safety was far and away the most important of the five dynamics we found -- it’s the underpinning of the other four.) 


도대체 심리적 안정감이 뭐길래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 첫번째 비결일까?    


심리적 안정감이 뭐길래


에이미 에드먼슨의 책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P41) 


근무환경은 회사를 뜻하는 것 같고,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은... 뭐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인간관계의 위험'은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 인간관계의 위험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라면 어떤게 있을까? 


책에서는 몇 가지 인간관계의 위험이 발생한 상황을 예로 든다. 몇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1. 회의 시간에 의견을 냈다가 틀렸다고 질타받거나 무지해보일까봐 두려워하는 경우 

2. 상사의 의견에 반대했다가 미운털이 박힐까봐 걱정하는 경우 

3.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심각한 허점을 발견했지만 모두가 열의에 차있는 상황이라 문제를 제기하면 괜히 딴지를 거는 사람이 될 것 같아 못 본척 넘기는 경우


위의 사례들을 통해 추측해보자면, '인간관계의 위험'이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가 악화되어 자신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조직 내 나쁜 평판이나 이미지 생성, 평가에 있어 불이익 발생)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심리적 안정감은 바로 이런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뜻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의 정의가 이해는 갔지만 조금 어려운 감이 있어서 나름대로 새롭게 정의해봤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도 나에게 그 어떤 피해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


앞서 소개한 인간관계의 위험이 발생한 3가지 유형(심리적 안정감이 부족한 유형)의 결론은 동일하다. 바로 '침묵'이다. 침묵은 개인 입장에서는 철저히 본능적인 선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대신 만연한 침묵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 조직 내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상황들이 해결될 여지를 원천봉쇄하고 결국 문제가 곪아서 크게 터지도록 만든다.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가 만들어낸 최악의 사례는 '테네리페 공항 참사'다. 


심리적 안정감 부족이 만들어낸 '테네리페 공항 참사' 


1977년 3월 27일, 초대형 제트여객기 보잉 747 두 대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의 한 공항에서 충돌했다. 이 사사고로 승무원을 포함해 총 583명의 탑승객이 사망하고 6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명 '테네리페 공항 참사'라고 불리는 이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민간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다. 오랜 기간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조사가 이루어진 결과 조종사 조직 특유의 문화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음이 밝혀졌다.  


충돌한 두 비행기 중 하나인 KLM 네덜란드 항공의 기장은 제이콥 벨드후이전 반 잔텐(Jacob Veldhuyzen van Zanten)이었다. 반 잔텐은 747 기종 조종사들의 선임 교관이자 안전 부문 수석 책임자였다. '미스터 KLM'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회사에서 영향력 또한 막강했다. 또 다른 조종석에는 클라스 뮤어스(Klass Meurs)부기장과 항공 기관사 월리엄 슈뢰더(Willem Schreuder)가 동행했다. 

KLM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신망받던 스타 파일럿 반 잔텐 (출처:나무위키)


문제는 KLM 네덜란드 항공의 비행기와 팬암Pan Am 항공의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던 시점에 벌어졌다. 사고 발생 당시 활주로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고 규모가 작은 활주로의 특성상 두 여객기의 조종사들은 상대의 기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반 잔텐은 이륙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속도를 높여서 전진한다. 뮤어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기장에게 신호를 보낸다. 아직 관제탑에서는 이륙 허가도 떨어지기 전이었다. 반 잔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뮤어스에게 대답한다.  


"나도 알아, 어서 관제탑에 허가 요청이나 해" 


관제탑에서는 이륙 이후 경로를 알려주었지만 '이륙 허가'를 내준 건 아니었다. 뮤어스가 관제탑에 다시 연락해 교신 내용을 확인하려고 하자 반 잔텐이 교신 상황을 가로챈 다음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륙합니다." 


기장의 단호한 어조에 뮤어스는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못한다.  


KLM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한 시점에 관제탑은 팬암 측과 교신하고 있었다. KLM여객기에서 이 내용을 듣던 슈뢰더는 반 잔텐에게 물었다.  


"팬암 여객기가 아직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이때도 반 잔텐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아니, 벗어났어." 


역시 슈뢰더 역시 말문이 막히게 된다.  


이후의 결과는 처음에 소개한 대로다. 반 잔텐과 뮤어스, 슈뢰더가 팬암 여객기를 발견했을 때는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지경이었다. KLM 여객기의 왼쪽 엔진과 기체 하부, 주요 착륙 장치가 팬암 여객기의 오른쪽 상단부와 충돌해 산산조각 난다. 


테네리페 공항 참사는 비행기 조종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된다. 조종사들은 뭔가 잘못된 상황이 감지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라고 훈련받는다. 또한 기장은 부기장이나 승무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도록 교육받는다. 이러한 지침은 오늘날 모든 조종사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는 '승무원 자원 관리 프로그램(CRM)'의 기초가 되었다.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제시하는 3단계 방법론


책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는 세 가지 실천방안(p91)을 제시한다. 


1. 토대만들기
-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 짜기 : 실패와 불확실성, 상호 의존에 관한 기대치를 설정하여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명확히 한다. 
- 목적 강조하기 :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누구를 위한 일인지를 구분한다. 

2. 참여 유도하기
- 상황적 겸손함 보여주기: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좋은 질문을 한다, 경정하는 문화를 만든다
- 구조와 절차 만들기: 구성원의 제언을 듣기 위한 장을 만든다, 토론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3.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 가치 인정하기: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감사를 표한다.
- 실패라는 오명을 제거하기: 미래 지향적인 태도로 바라본다,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다음 단계의 작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한다. 
- 규칙 위반 시 제제하기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한 사례 : 우아한 형제들 손권남님 팀의 사례 


항상 이런 방법론을 보면 말은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 구현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우아한 형제들의 손권남님이 쓰신 '팀 문화의 탄생'이라는 글을 보게 됐다.  글을 보며 '책에 나오는 방법론을 어느정도 실제로 활용한 사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똑같은 질문을 100번하면 100번이라도 대답해주겠어요"라는 팀문화였다. 손권남님의 팀에서는 반복된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한다. '괜히 질문했다가 한소리 듣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확인없이 코드를 배포하게 되고,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음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불필요한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책에서 말하는 첫번째 단계 '토대'를 구축했다.  


또 하나 멋있게 느꼈던 점은 문제의 포인트를 질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받는 사람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질문하는 사람에게 "왜 똑같은 질문을 하냐?"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똑같은 질문을 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다. 그 결과 왜 코드를 이렇게 짰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내 위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걸 줄인다. 안정감 구축의 두번째 단계 '참여 유도하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팀 전체가 주기적인 회고 시간을 갖고 KPT(Keep:잘하고 있는 점 계속 했으면 하는 점, problem: 문제가 있다 싶은 점, 변화가 필요한 점, try: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 볼 것들 ) 활동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잘되고 있는 점은 유지하고, 문제상황은 서로 함께 이야기해서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안정감 구축의 마지막 단계 생산적으로 반응하기에 해당한다. 


우연히 본 글이지만 실제로 심리적 안정감을 멋지게 구축한 팀이 있다는 사실에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손권남님과 팀원들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가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어떤 것부터 바꿔야 할까?'를 종종 생각한다. 바꿔서 말하면 '무엇을 바꾸면 조직문화가 가장 많이 좋아질까?'라는 질문이다. 항상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하고, 투입대비 가장 효과가 큰 일이 어떤 걸지 생각하는 편이라(=잔머리를 굴리는 편이라) 이런 생각을 종종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답하고 싶다. 앞선 구글의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 5가지 비결 사례에서 봤듯이 심리적 안정감이 확보되지 않으면 뭘 해도 안 된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테네리페 공항 참사를 떠올려보라) 지금보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져서 더 많은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 확보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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