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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Dec 31. 2022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회고

1. 2022년 총평 : 전화위복의 해


2022년은 시작이 좋지 않았다. 원치 않는 부서 이동으로 커리어 단절의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조직문화, HR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이직을 하거나 조직 안에서 다시 이동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몇 개월을 보냈다. 나중에는 우울증 증상도 나타났다.(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마음이 파업한 상태였다) 상황을 돌파하고자 크게 두 가지 시도를 했다. 하나는 현재 회사 안에서의 부서 이동, 또 하나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었다. 


'조직 내 이동'과 '타회사로의 이직'이라는 두 가지 옵션은 향후 몇 년의 내 커리어 방향성을 결정지을 선택이었다. 조직 내 이동은 HRM 부서로의 이동을 의미했다. 즉 기존 'HRD', '조직문화' 커리어에서 'HRM' 커리어가 추가되어 옆으로 넓어지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반대로 타회사로의 이직은 조직문화를 더욱 깊게 파는 커리어를 만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직은 실패했고 부서 이동은 성공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HRM 커리어를 추가하는, 직무가 옆으로 넓어지는 선택을 하게 됐다. 


HRM 부서로의 이동은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선택이 되었다. HRM만 10년 이상한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기회였다. 회의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중간중간 수다를 떨면서도 HR 이야기를 수시로 나누었다. 이전에는 어떻게든 팀을 끌고 가려고 했다면 지금 팀에서는 훨씬 경험 많은 선배들하고 일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HRM은 처음이라 배우기 바빴고 선배의 리드를 잘 따라가기만 해도 되었다. '저 선배들 수준으로만 업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더 이상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도 꽤 큰 힘이 되었다. 좋은 선배들,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부서 이동 이후 만족감 상승의 가장 큰 이유다. 


올해는 문자 그대로 전화위복의 해였다. 역대급 회사 생활의 위기도 있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의 회사 생활 중 가장 즐겁게 일한 때이기도 하다.  상반기는 우울증이 올만큼 힘들었지만 하반기는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모든 일은 나를 ‘위해’ 일어난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말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반드시 새로운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언젠가는 그 힘든 일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길 것임을 믿자. 올해 몸으로 배운 교훈이다. 


2. 2022년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배웠나 


인사팀으로 옮기고 나서는 주로 기획, 프로젝트성 업무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과 배운 점들을 간단히 적어보면, 


1) 중장기 인사 제도 개편안 수립 

선배 A가 밥상 다 차리고 나는 막판에 숟가락만 조금 얹었다. 선배가 조사하고 작성한 자료를 학습하기도 바빴다. 덕분에 짧은 기간에 인사의 여러 가지 개념과 큰 틀을 배울 수 있었다. 역할, 직급, 보상 등등 전에는 크게 고민할 일 없었던 개념들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초적인 개념들을 정리한다고 한 걸 아직도 안 했네. 23년에 날 잡고 기초 개념들을 정리 한번 해야겠다. 


2) 인사 제도 개편안 준비

중장기 인사 제도 개편안과 연계하여 후속 조치로 원포인트 제도 개편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조직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더 큰 사이즈의 변화관리를 준비하게 됐다. 다행히 개편안이 CEO 컨펌을 받아서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행을 하게 될 예정. (제도 개편 준비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적은 글 )


3) 직무분석 

12월 연말을 하얗게 불태우게 만든 주범. 인사 제도 개편안 준비가 얼추 마무리된 다음에는 직무분석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저녁에는 자료를 정리하는 패턴으로 몇 주를 보냈다. 역시나 프로젝트 리드는 선배 B가 하고 나는 서포트하는 개념으로 참여했다. 인하우스 컨설팅 같은 프로젝트였고 나는 막내 컨설턴트 같은 역할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 직무, 역량, CDP 같은 개념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은 일이었다. 내.. 내년에도 계속해야겠지...?   


3. 살면서 내가 책을 내게 될 줄이야,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 출간


1년 4개월 동안 준비한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를 22년 11월 1일에 출간했다. 책 출간은 내 인생의 주요 사건 중에 하나로 기록될 빅 이벤트였다. 원래 책 출간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였는데 굉장히 이른 시점에 달성하게 됐다. 책 출간 이후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은 피드백을 주셨고, 추가로 몇몇 기회들도 생겼다. 정리해 보자면, 


HR 인사이트 12월호 기고, <권한이 없을 때 조직문화를 바꾸는 방법> 

퍼블리 콘텐츠 발행, <어설픈 분위기 말고 일하는 팀을 만들기 위한 조직문화 실전 가이드> 

북토크 2회 진행( 플랜비디자인 <신규 조직문화 담당자를 위한 HRDer 조직문화 북토크>, Flex <2023년을 준비하는 조직문화 북토크>)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Flex에 북토크를 하러 갔을 때 북토크 참여자 분들이 입장할 때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를 손에 꼭 들고 입장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 내 책을 읽는다는 상상은 했지만 실제로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나니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북토크가 끝나고는 사인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참여자 분들에게 사인도 해드렸다. 책에 띠지가 붙어 있는 분들도 있었는데 '와 내 책이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읽다니' 싶은 마음이었다. 아직도 사인하던 순간만 떠올리면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다...


아마도 조직문화에 대한 글은 당분간 쓰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조직문화에 대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내가 조직문화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에 다 적었다. 책 원고를 작성하던 막바지에는 더 이상 조직문화에 대해 쓸 말이 떨어지는 경험도 했다. 어떤 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 원고의 가장 마지막에 쓴 글은 쓸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고통스럽게 적었다. 거기다 업무가 조직문화에서 인사 기획으로 바뀌면서 조직문화 업무 경험도 당분간은 업데이트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는 나에게 졸업 작품 같은 책이 되어버렸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런 형태로 조직문화 업무의 마침표를 찍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다. 


4. 23년, 다시 출발선으로


23년에는 좀 더 본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프로젝트할 때 작은 것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고민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무작정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조직문화와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시점도 1년 정도 혼자서 책을 읽고 공부한 다음이었다. 생각과 의견이 자라날 때까지 우선은 본업을 열심히 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할 생각이다. 다행이라면 조직문화 일을 하며 어떻게 새로운 분야를 익히는지 한번 겪어봤다는 점이다. 한번 겪어본 프로세스를 다시 주제만 인사로 바꿔서 해보면 되겠지. 다시 출발선에 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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