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3화
운동을 1년쯤 하니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 원래 좋은 걸 남에게 권하는 성향이라 만나는 사람마다 운동을 추천했다. 그럴 때 자주 돌아오는 대답은 “도무지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다. 물론 정말로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다. 회사가 너무 바빠 매일 야근에 시달리거나 육아로 바쁜 경우다. 하지만 이런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 운동할 시간이 없는지 의문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다른 일에 시간을 빼앗겨서 운동에 쓸 시간이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대표적으로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일은 하루 중 스마트폰을 보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가 발표한 ‘2023년 모바일 현황’을 보면, 지난해 앱 사용 시간 기준 한국인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5시간이었다. 인도네시아(5.7시간), 브라질(5.3시간), 사우디아라비아(5.3시간), 싱가포르(5.3시간)에 이은 세계 5위였다.¹ 만약 당신이 스마트폰을 통해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만 얻는 사람이라면 굳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과거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지하철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처럼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면서 각종 사진과 영상을 소비했다. 특히 요즘은 쇼츠나 릴스처럼 짧은 영상이 대세이다. 더 눈을 잡아끌고, 더 오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한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잠깐 쉴까?라는 생각을 하며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면 30분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다.
‘30분 정도는 잠깐 유튜브 보면서 쉴 수 있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일 퇴근 후 30분은 굉장히 큰 시간이다. 6시 넘어 퇴근을 하면 보통은 7시에 집에 도착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하면 어느새 8시다. 이때부터 10시까지의 2시간이 평일에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10시부터 11시까지의 1시간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 활용 가능한 시간에서 제외했다) 만약 퇴근 후 30분만 유튜브를 봐도 평일 퇴근 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1/4를 소비하는 셈이다. 평일에 활용 가능한 상대적인 시간을 감안하면 30분은 절대 적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 밀착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만 해도 운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는 마찰력을 낮춰서 좋은 행동으로 쉽게 이어지는 방법을 알아봤다. 지금부터는 마찰력을 높여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볼 차례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다. 일단 눈에 스마트폰이라는 물체가 보이기만 해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은 정보의 질과 상관없이 일단 새로운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끊임없는 제공하는 새로운 정보와 자극에 익숙해져 스마트폰을 계속 갈구한다. 하지만 일단 스마트폰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놓기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줄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을 안방에 두고 주로 거실에서 생활한다. 스마트폰을 쓰려면 안방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수고로움이 과속방지턱처럼 작동해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줄여준다.
단번에 스마트폰과의 이별이 쉽지 않다면 단계적으로 멀어지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을 흔들어 깨우더라도 사용시간을 줄이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앱(App) 대신 웹(Web)으로 접속하기’이다. 보통은 앱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훨씬 편리하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앱을 통해 접속하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 최적화를 위해 화면 디자인도 자주 업데이트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번 접속하면 오래 사용하게 된다.
이럴 때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설계하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사용하더라도 앱을 지우고 일부러 스마트폰의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웹(Web)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자. 아마 페이지 로딩도 느리고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다. 바로 이 불편함 때문에 사용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전략은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를 사용하고 꼭 로그아웃을 하는 것이다. 매번 로그인을 하려면 번거롭고 불편하다. 바로 이런 의도적인 불편함 설계가 마찰력으로 이어져서 사용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 쉽고 간편한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SNS 서비스는 사실 무료가 아니다. 글로벌 IT 플랫폼 회사들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 체류시간을 늘린 다음 자신들의 플랫폼에 광고를 노출하여 돈을 번다. 우리의 시간 자체가 대형 플랫폼 회사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셈이다. 거칠게 말하면 우리 자신이 그들의 상품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많은 걸 잃어버리고 있는지 모른다. 나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나를 위하지 않는 것에 쓰면서 말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몇몇 행동에 대해서는 일부러 마찰력을 높여야 한다.
*참고자료
1. 장나래. (2024.1.15). <혹시 나도 스마트폰 도파민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38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