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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May 27. 2022

자유를 향한 좁은 길 그리고 그를 향한 긴 여정

무엇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가 (3) -  <좁은 회랑>

 이번 글은 지난 <제도의 중요성> 글의 연장이다. 애쓰 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좁은 회랑>이라는 책을 통해 어떻게 좋은 제도를 가진 국가가 형성될 수 있는지 말한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동아일보>


 과거 사회는 목가적인 사회다. 평화롭게 일을 하고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 이웃들 간 정이 넘쳐 흐르고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세상은 과연 그랬을까?

뒤를 돌아보았을 때 국가는 사람들의 삶을 옥죄였다. 그래서 간혹 어떤 사람들은 국가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고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밝혀낸 역사적 증거는 오히려 반대를 말한다. 과거 유적지에서 형체가 손상된 유골을 보고 폭력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인류학자인 캐럴 엠버는 수렵, 채집 사회에서 전쟁의 빈도가 매우 높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를 한 사회의 3분의 2에서 적어도 두 해에 한 번은 전쟁이 발생했다. 스티븐 핑커라는 학자는 27개의 무국가 사회에서 10만 명당 500명 이상이 폭력으로 살해되었다고 추정했다. 10만 명당 0.6명 정도의 살인이 일어나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랑 비교해 생각해 본다면 끔찍한 지옥이 따로 없다. 우리가 생각했던 평화로운 세상이랑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정부가 없는 사회에서는 주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규범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규범은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강력한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했다. 가령 말썽을 피운다면 동네에서 구타를 당한다던지 혹은 여성이 허락하지 않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면 살인을 당한다던지 하는 규범들이 존재했다. 결국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은 지옥과 같았다.

 유명한 정치철학자인 홉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책에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속 삶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며 "끊임없는 공포, 폭력적 죽음의 위험, 그리고 고독하고, 가난하고, 끔찍하고, 잔인하며, 짧은 인간의 삶"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홉스는 강력한 권력이 존재해서 이들 간 분쟁을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적어도 그러한 강력한 국가 아래에서의 삶이 무정부 사회에서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홉스는 국가를 성서에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를 하여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사람들 간의 폭력과 분쟁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가 존재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삶이 자유로워지지 않았다.


CCTV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중국 <출처:좁은 회랑>

국가가 등장하자 사람들 간 분쟁을 해결해주고 폭력이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이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사람들을 옥죄고 통제하며 감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리바이어던은 무서운 존재가 되었으며 이 리바이어던과 함께 사는 삶 또한 지옥과도 같았다.


사회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국가가 존재하지 않거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와 국가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사회를 짓밟는 경우 모두 우리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에 자유는 불가능한 것일까? 분쟁과 폭력이라는 야만을 해결해주고 우리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봉사하는 국가는 불가능한 것일까? 다행히도 사회의 힘과 국가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이 중간의 어느 좁은 지점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낼 수 있다.

<출처: 좁은 회랑>

시민들의 자유가 이루어지는 이 중간의 골목에서는 사회와 국가가 서로를 견제하며 서로의 역량을 키운다. 강력한 리바이어던이 존재하지만 이 리바이어던은 사회의 통제를 받는 발에 족쇄가 채워진 리바이어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리바이어던은 사회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리바이어던이 사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리바이어던보다 역량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의 조선 시대에 비해 지금의 대한민국은 확실히 족쇄찬 리바이어던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가 과거 조선 시대의 정부보다 훨씬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과거보다 훨씬 범죄를 쉽게 억제하고 교육을 제공하며 세금을 더 체계적으로 거둘 수 있고 도로와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자유는 강력한 국가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그 강력한 국가는 사회의 통제를 받는 족쇄찬 리바이어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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