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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May 29. 2022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방법

비교 우위와 자유 무역

 1815년 영국에서는 기존 곡물법의 개정을 두고 의회에서 논쟁이 일어났다. 곡물법은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영국으로의 곡물 수입을 금지한 법이다. 나폴레옹의 전쟁으로 유럽의 곡물 가격은 폭등했었다. 곡물의 가격이 비싸지자 농사로부터 얻을 수익을 가져가는 지주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곡물의 가격은 폭락하게 되었다. 이로부터 지주들은 전에 비해서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지주계급이 다수파를 이룬 영국의 의회에서는 1 쿼터 당 80실링 가격 이하로는 밀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였다. 밀 가격이 비싸지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밀로 만든 빵을 비롯해 필수품을 구매해서 삶을 살아야 했던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이었다.

 한편 경제학계에서는 이 곡물법을 두고 학문적 논쟁이 일어났었는데 대표적인 학자들이 토마스 맬서스와 데이비드 리카르도였다. 지주 계층을 지지했던 맬서스는 곡물법을 찬성했지만 리카르도는 곡물법을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할 것을 주장했다. 후대 경제학은 리카르도를 적통으로 받아들였고 현재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지지하기에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시작점이 된 리카르도의 논리와 주장을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당시 두 학자의 자유무역 논쟁에서는 각자의 이론적 배경으로부터 도출된 논쟁이었다. 여기에서는 이 이론적 논쟁을 소개하는 것이 맥락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나중에 경제 사상사 코너에서 다루기로 하자.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물질적인 삶의 질은 소비에 의해 결정되고 이 소비를 위해서는 결국 생산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직업을 갖는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맡은 직업에서 생산한 것들을 교환한다. 사실 우리는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조금씩 혼자 하는 것보다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 모든 것들을 담당해서 자신이 사용할 것을 생산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것만큼 소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각자 한 가지를 맡아 생산을 할 때 누가 어떤 일을 맡게 되는지 생각해보자. 답은 각자가 '잘하는 것'일 것이다. 변호사는 법률 사건을 다루는 것을 잘하고 농부는 농사를 짓는 것을 잘한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맡아서 일하고 변호사는 농부한테 쌀을 사고 농부는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을 부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꼭 자신이 가장 뛰어나서 일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변호사가 농사를 짓는 다면 나이가 든 농부보다 농사를 잘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가 그 직업을 선택한 것은 비교적 법률에 더 능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흥민 선수는 체력이 좋고 빠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직접 물류 창고에 가서 택배를 가지고 오지는 않는다. 그 시간에 축구를 하고 그 돈으로 택배 기사님께 부탁을 해 택배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손흥민 선수가 축구를 하고 직접 택배를 가지고 오는 것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것을 나라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한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노동과 자본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한 나라가 끝도 없이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전에 생각한 방법을 이용하면 생산 능력을 바꿀 수는 없지만 더 많이 소비할 수는 있다. 나라들마다 모두 기술이 다르고 지형이나 문화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잘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이 다를 것이다. 어느 나라는 휴대폰을 자동차보다 비교적 잘 만들고 어느 나라는 휴대폰보다 자동차를 비교적 잘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각자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만들고 교환했던 것처럼 나라들의 산업들도 각자 잘하는 것을 집중해서 만든 후에 교환하면 되지 않을까?


 리카르도는 자유 무역의 이점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었다. 리카르도는 영국과 포르투갈이라는 두 나라의 직물과 포도주라는 물건을 예로 들었다. 앞서 우리는 손흥민 선수가 축구와 택배 배달 모두를 다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지만 두 일을 모두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는데, 이는 국가들 간의 교환에서도 들어맞는 이야기다. 포르투갈이 직물과 포도주를 모두 영국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더라도 포르투갈은 영국에 비해 비교적 포도주를 잘 생산하고 영국은 포르투갈에 비해 직물을 비교적 잘 생산한다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집중해서 생산하고 영국은 직물을 집중해서 생산한 후에 서로 교환을 한다면 각자가 두 물건을 모두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밑의 예시는 어렵다면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서 영국과 포르투갈에 20명의 사람들이 산다고 생각해보자.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만드는데 1명이, 직물을 만드는데 2명이 필요하다. 영국은 포도주를 만드는데 5명이, 직물을 만드는데 2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자. 포르투갈은 분명 포도주와 직물을 모두 영국보다 못 만들지 않는다. 만약 두 국가가 무역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사용할 물건들을 직접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포르투갈이 직접 포도주와 직물을 만든다면 포도주를 10병, 직물을 5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포도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람 1명 * 포도주 10병 + 직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 2명 * 직물 5개 = 인구 20명)

한편 영국이 직접 포도주와 직물을 만들어 사용한다면 포도주를 2병, 직물을 5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포도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람 5명 * 포도주 2병 + 직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 2명 * 직물 5개 = 인구 20명).

그런데 두 국가가 자기가 만들 것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생산하고 영국은 직물을 생산해서 포도주 한 병과 직물 한 개를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20병 만들 수 있을 것이다.(포도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람 1명 * 포도주 20병 = 인구 20명). 영국은 직물을 10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직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사람 2명 * 직물 10개 = 인구 20명). 각자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20병 만들고 영국은 직물을 10개 만든 후에 포르투갈의 포도주 5병과 영국의 직물 5개를 바꾼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15병, 직물을 5개 소비할 수 있고 영국은 포도주를 5병, 직물을 5개 소비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영국과 포르투갈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인구)과 기술은 그대로인데 서로 더 잘 만들 수 있는 한 가지를 만들어서 바꾸자 전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르투갈은 전보다 포도주를 5병 더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영국은 전보다 포도주를 3병 더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두 국가가 모두 윈-윈 하게 된 것이다.

    



리카르도의 주장은 현재까지 무역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핵심은 나라의 인구와 자본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정해져 있는 사람들과 자본을 가지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기에서 새롭게 알 수 있는 점이 하나 더 있다. 외국과 무역을 할 때 우리가 모두 수입을 하게 되어 모든 산업이 망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입할 수는 없다. 무역은 교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무엇인가를 주어야지만 어떤 것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게 되는 물건은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물건은 비교적 잘 만드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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