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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Nov 22. 2021

칭찬이 가진 선한 영향력

-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를 읽고

칭찬에 굉장히 인색한 가정환경에서 살아오면서, 칭찬을 하는것도 받는것도 영 어색했었다. 20대 초반까지만해도 당연한것이나 별것 아닌것에 칭찬을 남발하는 친구들을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할수 있는 일에 '와 너 정말 잘한다' 라고 호들갑 떨며 칭찬을 하거나 '예쁘다, 귀엽다'라는 말을 수시로 하는 친구들 앞에서는 가끔 견디기가 힘들어서 침묵을 지켰고, 누군가 나에게 그런 칭찬을 해주면 몸들바를 몰랐다. 그게 열등감 이라는것을 커가면서 알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 썼던 일기를 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해주기' 라는 말이 유독 많았다.


엄하고 무뚝뚝한 부모님 밑에서 칭찬을 받기보단 당연히 해내야할 일들을 못하면 비난과 매로 벌을 받으며 자라왔다. 당연히 지키던 등수를 지키지 못했을때 모진 말을 들으며 칭찬이란 어딘가 유약한 사람들에게 통하는 유치한 말장난이자, 압도적으로 뛰어났을때만 한마디 건네주는 '특별식'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힘든 세상에 살아갈 나를 단련시켜주기 위함이었다 추측하지만, 나는 사소한것에도 치켜세워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칭찬이 고픈 어린아이었다.


무언가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것 같은 작가 서늘한여름밤의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구절을 꼽으라면 칭찬에 관련된 아래의 대목이다.


한 분은 바깥세상은 혹독하니 여기서 먼저 훈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교수님은 제자들이 강하게 크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힘들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것은 인정과 칭찬을 받은 기억이었다.




나에게 있어 따뜻한 '칭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작년 6개월간 함께 일했던 팀장님이다. 새로 간 부서에서 이런저런 상황때문에 승진텀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잡일을 맡게 되었다. 승진 바로 직전이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진이 밀릴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한채로 새로운 부서에 출근했다. 부정적인 나에게 팀장님은 내가 해가는 일마다 칭찬을 해주셨다. 남들 다 쓰는 보고서를 써가도 '이해가 참 잘되게 글을 쓰는 능력이 있네, 혹시 예전에 보고서 많이 쓰는 부서에 있었니'라는 식이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서 별거 아닌일도 열심히 했었다(고래를 춤추게 만드셨다). 그리고 나서 올해 초에 팀을 옮기고 나서 우연히 팀장님이 인사부에 보낸 평가서를 보게되었다. '본인 역량에 걸맞지 않는 주목받지 못하는 일들을 맡아 묵묵히 수행해 주는 모습에 신뢰와 더불어 고마움을 전합니다'..마음 깊숙한 곳에서 느낀 감동이었다. 그동안 무시하며 살았던 사소한것에 대한 칭찬은, 나의 모든것을 바꿀수 있을만큼 강력했다.


공감과 위로가 이해에서부터 비롯된다면, 칭찬은 인정에서부터 비롯된다. 칭찬앞에서 만큼은 머리로 이해하는것보다 너를 인정한다는 따듯한 시선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도 인정을 받는 경험은 삶이 지치고 팍팍할때 가끔씩 꺼내서 떠올려보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것 같다.


아직도 나는 칭찬을 잘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가끔 따뜻한 칭찬을 건네주는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을 듬뿍 흡수해 칭찬을 습관화하는 노력을 하곤 한다. 연인이나 친구에게 하는 사소한 칭찬 한마디가 팽팽하던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고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리님들에게도 '수고많았어요, 꼼꼼하게 잘하셨네요'라는 칭찬을 항상 의식적으로라도 덧붙이곤 한다. 나도 언젠가는 깊은 눈으로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따뜻하게 칭찬을 건네줄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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