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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Nov 24. 2021

사랑, 그 무모한 시작

- 가을방학 <나미브>를 듣고

사막은 커지다 못해 급기야 바다에 이르렀네
넌 묻지 "왜 또 자꾸만 싹도 틔워줄지 모를 내게로 와"
난 웃지 "너와 마찬가지야, 제멋대로 흘러넘쳐 온 것뿐"
수억만 개 내 모래알들이 네 바다에 닿으면
답장없는 저 밤하늘에 잠겨있던 모든 별들이
산호초처럼 깨어났으면

난 묻지 "왜 안을 때면 다른 모든 세상과 등지게 될까"
넌 웃지 "그래도 그 덕분에 이토록 확실한 네 편이 있어"
수억만 번 네 파도 소리가 내 사막을 적시고
두 번 다시 들추기 싫어 잠가놨던 설레임들이
낯선 꽃으로 피어나

- 가을방학 <나미브>


바다는 말한다. 나는 네가 바라는 사람이 아닐거라고. 내 능력으로는 네가 그토록 원하는 싹을 틔워줄 수 없다고. 내 수심은 너무 깊어 그 누구도 끝을 알 수 없고, 내가 가진 물은 소금이 너무 많아 네게 필요한 양분을 줄 수 없다고.


나도 모르게 바다에 흘러 닿게 된 사막은 말한다. 어렴풋 운명이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조심스레 끌어안으며, 이건 머리로 되는일이 아니야 라고.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그렇게 물 흐르듯 살아왔더니 어느새 네게 도착해 있었다고.


그러니 괜찮다. 내가 볼모지가 된다고 해도,  틔워보지 못한채  깊은 수심속으로 빠져버린대도, 우린 서로의 편이니까.    산호초를 보며 별처럼 반짝거리는 기쁨과 감동을 느낄게. 그렇게 설레임의 피워볼게.


사랑의 시작은 이토록 무모하고 순수하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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