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방학 <나미브>를 듣고
사막은 커지다 못해 급기야 바다에 이르렀네
넌 묻지 "왜 또 자꾸만 싹도 틔워줄지 모를 내게로 와"
난 웃지 "너와 마찬가지야, 제멋대로 흘러넘쳐 온 것뿐"
수억만 개 내 모래알들이 네 바다에 닿으면
답장없는 저 밤하늘에 잠겨있던 모든 별들이
산호초처럼 깨어났으면
난 묻지 "왜 안을 때면 다른 모든 세상과 등지게 될까"
넌 웃지 "그래도 그 덕분에 이토록 확실한 네 편이 있어"
수억만 번 네 파도 소리가 내 사막을 적시고
두 번 다시 들추기 싫어 잠가놨던 설레임들이
낯선 꽃으로 피어나
- 가을방학 <나미브>
바다는 말한다. 나는 네가 바라는 사람이 아닐거라고. 내 능력으로는 네가 그토록 원하는 싹을 틔워줄 수 없다고. 내 수심은 너무 깊어 그 누구도 끝을 알 수 없고, 내가 가진 물은 소금이 너무 많아 네게 필요한 양분을 줄 수 없다고.
나도 모르게 바다에 흘러 닿게 된 사막은 말한다. 어렴풋 운명이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조심스레 끌어안으며, 이건 머리로 되는일이 아니야 라고.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그렇게 물 흐르듯 살아왔더니 어느새 네게 도착해 있었다고.
그러니 괜찮다. 내가 볼모지가 된다고 해도, 꽃 틔워보지 못한채 네 깊은 수심속으로 빠져버린대도, 우린 서로의 편이니까. 난 네 산호초를 보며 별처럼 반짝거리는 기쁨과 감동을 느낄게. 그렇게 설레임의 꽃을 피워볼게.
사랑의 시작은 이토록 무모하고 순수하기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