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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Nov 27. 2021

제발 꿈에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 영화 <먼훗날 우리>를 보고

그렇게 냉정하게 뿌리치고 떠나버린 그가, 꿈에서는 기적처럼 따뜻한 옛날 추억 속 그 사람으로 등장했을때, 몇달에 한번씩 그 꿈속에 살다가 눈을 뜬 아침이면 온 세상이 암흑이다.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와의 추억들이 꿈속에서는 현재진행형이고, 결코 이 생애에서는 가질수도 받을수도 없는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온전히 쏠려있는 꿈. 내 무의식이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아프도록 원하던 장면. 아무렇지 않게, 혹은 종종 희망에 부풀어 살다가도 그 꿈 한번이면 나는 금새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 바닥에 나뒹군다. 내가 널 놓쳤다. 미숙하고 서툴고 날카로웠던 내가 널 떠나게 했다.


인생에도 시행착오가 있었으면, 내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충분히 성숙한 후에 너를 만났으면,

그랬다면 나에게 그렇게까지 모든걸 다 바쳤던 너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을텐데.

지금쯤 우리는 함께일텐데, 평생을 그리고 있을텐데.


이렇게 그때의 너와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서, 후회라는 감정이 내 온 몸을 마비시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을때 떠오르는 영화가 <먼훗날 우리>이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어본 영화를 꼽으라면,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죽는 영화들이 아닌, 바로 이영화 였다.

'그때'와 '먼훗날' 우리를 그대로 투영해 놓은것 같은 이 영화를 보면서 뜨거운것이 자꾸 울컥울컥 올라왔지만 애써 삼키다가, 결국 마지막에 주저앉아 목놓아 오열했다.  


어렸을때 그 순수한 마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미치도록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우리. 영화처럼 그 좁고 더럽고 촌스러운 벽지가 붙어있는 원룸에서 서로만으로도 그냥 행복하던 우리. 여름이면 땀 뻘뻘 흘리며, 겨울이면 패딩을 두개를 겹쳐 입고 칼바람 부는 길들을 여기저기 쏘다니며 그래도 마냥 좋아서 우리만 아는 노래를 부르고, 언어를 쓰며 그렇게 사랑하던 우리. 영화속 그들처럼 마치 둘만의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땅바닥에 떨어져 흉하게 나뒹구는 목련처럼 그렇게 져버린 우리.


i missed you. 내가 너를 놓쳤다고



너를 불태워 나를 찬란하게 빛나게 해주어서 고맙다.

그로 인해 점점 초라해져가는 네 인생을 보듬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로 인해 혹여나 네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네가 바라는 성공에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면 난 그걸로도 이제는 족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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