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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Dec 09. 2021

외로움에 대한 단상

처음 홀로 살게 되었을 때, 가끔 낮잠이 길어져서 해가 질무렾 눈을 뜰 때가 있었다.

잠이 덜깨서 몸은 나른하고, 창밖을 보면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온 세상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질 준비를 하고 있고, 사람들은 서둘러 어딘가 돌아가려고 분주하다.

찬공기가 조금씩 내려앉으며 일상의 생기와 따스함을 가져갈때쯤 풍기는 비릿한 도시의 냄새를 맡으면

마치 이 우주에 나 홀로 내동댕이 쳐진 양 견딜수 없는 외로움이 몰려와 슬프고 무서워졌다.

마치 캄캄한 공간에서 잠이 들었다 깼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그만 자지러지게 우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느낌이었나,

나에게 외로움의 색깔이란 어스름의 색깔이다.


외로움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쓰나미처럼 사람을 잠식해서, 숨도 쉬지 못하게 만든다.

외롭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외로움은 더 선명하게 자각되며 나를 옭아맨다.


외로움은 그림자 같이 항상 나와 함께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해가질때면 없어진것 같지만, 사실 어둠속에 가려져 그 무엇보다 더 크게 내 삶에 우뚝 서있었다.

그 무거운 시간을 견디다 아침을 맞이하면 다시금 길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외로움. 어떤 날엔 크게, 어떤 날엔 작게.

잠시 어떤것에 정신이 팔려 발견하지 못했던 나날들에도 어김없이 그 묵직한 중량으로 나와 함께 존재했던 외로움.

이해받지 못해서,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와 인연이 끝나서, 가을이 되어서, 그냥 길을 가다가, 그냥 인간이라서, 혼자라서 외로웠다.


받아들여야 했다.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는 사람들만이 인생을 내것으로 살 수 있을것 같았다.

외로움에서 나온 힘이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림자에 손발이 묶이는 삶이 아니라, 손을 잡고 토닥이며 함께 갈수 있는 삶

괜찮다가 괜찮지않다가 상처를 받고 아물고 하면서 더 단단해질수 있는 삶

혼자를 더욱 믿을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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