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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eah Apr 21. 2023

우주과학과 시가 만나는 노래들

인디밴드 속 우주감성(feat. ENFFFFFJ)

* 들어가기에 앞서 T분들에게는 문송합니다.


명왕성의 퇴출은 이 시대의 많은 F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듯 하다.

왜 퇴출이 되었는지 논리적인 설명은 차치하고, 어떤 트리거를 통해 예술적인 감각을 얻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딱 좋은 소재가 아니었다 싶었다.

가족이었다가, 함께였다가, 한 순간에 방출된 외로운 행성이라..

유투브 뮤직에 ‘명왕성’이라고만 쳐도 열댓개의 감성적인 노래가 나오고, 영어로 pluto를 검색하면 그보다 더 많다.

나 또한,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SF영화를 보면서 감성에 젖은적이 많았기에 우주와 만나는 노래들이 꽤 반갑고,

또한 좋아하는 인디밴드들의 음악 속 우주와 감정이 만나는 순간들을 소개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들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서두에 꺼낸 명왕성이라는 노래부터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는 약 8~9년전 한창 빠져서 헤어나지 못했던 좋아서하는밴드의 <명왕성>이라는 노래이다.

좋아서하는밴드는 이름 조차도 너무 정겹다. 좋아서 하는 밴드라니,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 재능이 일치하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일까 상상한다.

그들의 <길을 잃기 위하여> <잘 지내니 좀 어떠니> <10분이 늦어이별하는 세상>과 같은 노래를 들으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감성을 가지고 노래를 부를수 있는지 경건한 기분마저 든다.

어쨌든, 명왕성 퇴출이 2006년인데 반해, 이 노래는 2015년에 나온 것을 보면, 명왕성의 퇴출 자체가 이 노래를 지은 배경은 아닌듯 하고,

가장 멀리 떠돌아다니는 그 행성을 생각하며 지은 노래인 듯 하다.


마음 없이 보고싶다 말하지 말아요. 그대는 늘 같은 말만 내게하죠.
마음대로 나의 이름 붙이지 말아요. 그대는 늘 날 밀어내요.
수없이 많은 별들 사이에 내가 보이지 않은가요.
난 언제나 너를 향해 돌고, 내가 있는 이 자리는 춥고 캄캄해서 나 지쳐 멈춰 버릴까봐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루시드폴의 <명왕성>도 비슷한 감성을 노래한다.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밤.
가장 멀리 있어도 가장 빛나고 싶던 이 조그만 몸은 갈곳이 없으니
난 다시 홀로 허공에 남아버렸어.  
이젠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멀리서 애타게 전하는 내 마음은
깊고 어두운 하늘의 벽에 부딪히며 타버리는 별똥별이 되었지



이름도 바꾸어버리고,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고,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작은 행성.

캄캄한 버려진 곳에서 그의 메아리는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냥 자격이 없었던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였을 뿐.


이런 가사를 보다보면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의 대사가 생각난다.


“조제는 해저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존재는 외로움을 알 수 없다. 그 곳은 진공만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나도 그 곳에 있어봐서 안다.

하지만, 누구와 내밀한 관계를 경험하고 그의 세계에 편입이 되는 순간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때로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그 세계가 사라져 버리는 순간, 그래서 다시 그 진공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그 순간, 마치 나는 자격없이 맴도는 조개껍질이나 명왕성이 된 기분이었다.

슬픈 것은 기억이었다.



우주하면 생각하는 노래는 단연코 최근에 차트를 역주행해 또 한번 대중 음악계의 한 획을 그은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일 것이다.

나 역시도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이후 유투브 <리뷰엉이>의 양자역학편을 들으면서 그 존재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나에겐 너무나도 문과적으로 다가왔기에 그녀가 그 물리학적 용어를 듣고 이런 노래를 짓게 되었는지 상당히 공감이갔다.


사건의 지평선이라니.. 한번 넘어가면 빛조차도, 그 어느것도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계면이라니, 너무나도 시적이다(ㅎㅎ)

윤하는 이별을 사건의 지평선으로 비유한 듯 했다.

문을 열면 들리던 목소리, 너로 인해 변해있던 따뜻한 공기’로 가득찼던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고.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그립겠지, 그래서 두렵겠지. 하지만 우리들의 관계는 이미 노력이 해결되기엔 너무 멀어졌고,

그래서 함께한 시간을 그 너머로 보내버리자고 노래한다.


어쩌면 누군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강렬히 깨달을 때, 치유는 빨라진다.




최근에 가장 빠진 가수를 들라면 단연코 너드커넥션이다.

<좋은 밤 좋은 꿈>을 들으며 그들의 너디미(?)에 빠졌다가,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를 들으며 정말 죽고싶은 시간들을 버티다가,

<우린 노래가 될까>를 들으며 따뜻한 시절을 회상하며 위로를 받다가 알게된 음악이 <항성통신>이다.


항성끼리 통신을 하면 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과연 몇일이 걸릴까,

그 통신은 때론 잘 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네가 멀리 있어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묵묵히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사랑은 너와 나 사이를 빼곡히 채우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너와 나 사이, 수백광년 떨어진 별과 별 사일 오가는 사랑’이 언젠간 만날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항성끼리 통신을 하는 것을 넘어, 인공위성을 보고 시적 감성을 떠올린 가수들도 있다.

안녕하신가영과 안녕바다의 <인공위성>이다.

두 노래는 제목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다르다. 안녕하신가영(가영님 힘내세요)의 <인공위성>은 너무나도 안녕하신가영스럽다.

특히나 요즘같이 계절이 바뀔때는 그녀의 <겨울에서 봄>이라든지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노래가 귓속에 맴돌고,

시골에 계신 엄마랑 전화를 할때면 항상 <숨비소리>를 찾아듣게 된다.

이 노래도 이렇게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그녀만의 감성이 잘 녹아있다.


우리를 멀어지게 했던 수많은 중력들에 내가 널 놓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린
멀리있어도 너를 볼수가 있어, 표면을 느낄수 있어
난 너를 느낄 수있어.


인공위성은 지구의 중력과, 궤도밖으로 나가려는 힘의 균형에 의해 떠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의 중력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런 물리적 힘에 굴복하지 않고 내가 널 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떠있는 인공위성을 보며, 난 너의 표면을 느끼고 너를 느끼는 감성을 창작해 낸 그녀는 감성천재가 아닐까.


안녕바다의 <인공위성>은 어쩌면 조금 더 내스타일이다.

안녕바다는 <왈칵>이라는 노래로 옛날에 알게된 가수인데, 눈물이 왈칵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때,

그리고 누군가가 너무나도 그리워 미칠것 같을때 <그 곳에 있어줘> <결혼식>을 들으며 한강을 걸었었다.


날 아프게 했던 너의 말이 가끔 그리울지도 몰라.
난 아름다운 너에게 별이 될 수 없는 사람.
까만 밤 하늘에 나 홀로 그대를 비추네.


대기오염이 짙은 서울의 밤 하늘을 바라보면, 별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은 채 인공위성만 그 빛을 내뿜고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실망하고 만다.


“저거 별 아니래, 인공위성 이라잖아“

“에이, 뭐야..”


인공위성은 별이 될 수 없다, 난 너에게 별이 될수 없었다. 그래서 넌 날 아프게 했지만, 심지어 그것 조차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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