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늘 갑자기 터진다

트리거

by 이지숲


내 인생의 가장 큰 관심은

나를 아는 것이었다.

표면적인 정보나 성격 말고,

진짜 깊숙한 내 마음.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어떤 순간에 나라는 사람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지.


그러다 알게 된 단어, 트리거.



내게 트리거란


항상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날은 ‘돈’,

어떤 날은 ‘미래’,

그리고 어떤 날은

‘고용 불안’이라는 단어가

예고 없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그건 마치

단어 하나가

내 머릿속 깊은 불안의 창고를

“딸깍” 하고 열어버리는 기분이다.



그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구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란다.


“괜찮아, 네가 힘들지.”

이 말 하나면 충분하다.

그 말을 들으면

내 감정은

그제야 살며시 가라앉는다.



하지만 어떤 날은,

“나도 힘들어.”

라는 말이 돌아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순간 내 감정은

폭발처럼 솟구친다.


1에서 10까지의 감정이

0.1초 만에 올라오고,

나도 놀랄 만큼의 반응이 된다.


왜일까.

나는 비교를 원한 게 아니었다.

이해를 원했다.

경쟁하는 아픔이 아니라,

함께 머물러주는 마음이 필요했다.



나는 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도 힘들어서 그렇게 말한 거라는 걸.


하지만 내 감정은

그걸 아는 것과는 별개로

먼저 반응부터 해버린다.


그래서 나는

늘 감정이 지나간 뒤에

후회하고,

그제야 나를 다시 바라본다.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됐다.

트리거는 어떤 ‘사건’보다도

내 안의 감정 잔고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억누르지 않고

조금 느리게 바라보려 한다.


“지금, 또 반응하고 있구나.”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오늘을 살아보려

오늘도 애쓴다.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면서.


그저,

과거의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