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대한 이야기가 없는 사람입니다

소시민의 삶

by 이지숲

돌아보면,

나는 정말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누구나 가질 법한 흑역사,

조금 서운했던 기억,

조금 무서웠던 장면들.


내가 “트라우마”라고 느낀 일들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너무 미약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에 유독 예민했고

사람 사이의 눈치를 빠르게 읽는 아이였다.


사회적으로 ‘촉’이라는 게

본능처럼 발달한 것도

아마,

그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터득한 감각이었을 거다.


요즘 말로 하면,

나는 아마 HSP (Highly Sensitive Person).

감정의 떨림을 너무도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



“공감”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있을까?

혹시 내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배부른 고민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해도

내 안에서는 늘

진짜 감정들이 소란스럽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그걸 하루하루 조절하고,

통제하려 애쓰며

나는 살아간다.



마음의 병이라는 것도

사실 별게 아닐지 모른다.


내가 나 자신을

도무지 어떻게 하지 못할 때

그렇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나를 알고 싶고,

조절하고 싶고,

무너지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솔직히 바란다.

우리 아들은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두부보다 더 약한 엄마가

겨우겨우

글을 쓰면서 버티고 있다는 걸

그는 몰랐으면 좋겠다.



글을 쓰면 조금씩 괜찮아진다.

감정이 말이 되고,

말이 문장이 되면

그제야 나는

나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거대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자잘하고 사부작거리는 마음들로

하루하루 작은 이야기를 살아내고 있다.


나처럼

거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감정에 자주 휘청이고,

사회 속에서 조용히 애쓰며

나를 조절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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