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처럼 달콤한 숙명적 인연

운명 속에 희생당한 비련의 신부 소정

by eas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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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개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첨밀밀]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 인연과 사랑 이야기, 매력적인 배우들과 격동의 시대적 배경 및 아름다운 OST 등 어느 한 요소를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중 명작이다. 요즘따라 선연이든 악연이든지 간에 필연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빠져 몇 번을 보다 보니 소군(여명)과 이요(장만옥)은 어쨌든 서로의 운명이다. 아름답게 질긴 이들의 인연 속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물, 바로 소군의 아내 소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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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진에서 홍콩으로 꿈을 가지고 상경한 소군은 하루하루를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 소정에게 편지를 쓴다. 정말 보고 싶다는 첫 편지를 시작으로 일자리도 구했고 지내는 곳도 좋고 돈도 잘 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그의 이상은 본인이 자리 잡은 후 소정을 홍콩으로 데려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닭 배달을 하고 화장실 같은 곳에서 잠을 자며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꿈을 그리고 지낸다.


이요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진 맥도널드에서도 소정 생각뿐. 텐진에는 없는 맥도널드를 조금이라도 보여주고자 쟁반 깔개용 전단지를 소중히 챙겨 편지를 쓰질 않나.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 문제는 맥도널드 종이가 아니라 운명의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


이요와 알콩달콩 일도 하고 사랑도 하며 지내는 소군은 행복하면서도 어리둥절한 시간들을 보내며 소정에게 새해를 맞아 "늦게" 전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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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아버지마저 보고 싶어 하는 오피셜 사위 이서방은 중얼중얼거리고 있는데 무슨 상황인지 알리가 없는 소정은 어젯밤 메뉴부터 손수 떠 보낸 스웨터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둥 하이톤으로 재잘거린다. 그 이후로 편지 쓰기조차 힘들어진 소군. 내용도 점점 무미건조해졌다가 결국은 날씨 얘기. 이쯤 되면 살짝은 의심을 해볼 만도 한데 아마 우리 순진한 소정은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듯하다.


똑같은 금팔찌를 소정이 꺼 하나 이요꺼 하나 선물한 눈치 없는 소군과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으로 휩싸인 이요의 첫 번째 이별 후 소군은 앞으로 소정에게 장래 얘기를 하며 잠시 흔들렸던 자신을 반성한다. 빨리 네가 와서 물리적으로는 정리가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이 바람을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삐삐로 마지막 BYE라는 한마디를 이요에게 남긴다.


1990년 소군과 소정의 결혼식에 이요는 부동산과 꽃집으로 돈을 아주 많이 번 우아한 사업가로 등장한다. 진주 목걸이 귀걸이와 함께 부자 깡패 남자 친구까지 옆에 끼고 소군에게 "드디어 (그 소박한) 꿈을 이뤘구나"라고 활짝 웃으며 아직 시골티를 못 벗은 신랑을 바라본다. 넷이 사진도 찍었는데 왜 신부보다 이쁘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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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마치고 드디어 신혼집에 단둘이 있게 된 부부. 첫날밤의 신부는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소군에게 안겨 둘이 있으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꿈을 꾸는데 거기다가 앞으로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거라는 무미건조한 얘기를 누가 봐도 이요 생각에 벙쪄있는 소군은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처음 와서 하루에 세 번 밥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던 시절을 얘기하며 그때 네가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그러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 텐데)라고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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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와 소정은 친구가 되었고 이요는 소정을 홍콩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일자리도 구해주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다른 운명의 연결고리인 맥도널드 프렌치프라이를 우걱우걱 먹으며 이요에게 지금 자기 남편이 일하고 돌아오면 말 한마디 안 하고 잠들어 버린다는 둥 결혼생활이 즐겁지 않음을 슬쩍 얘기한다. 그러면서 소군이 두 여자에게 같이 선물했던 팔찌를 들이대며 이쁘냐고 물어보며 순진하게 이요에 팔목에 채워주려고 한다. 소정이 무엇인가 눈치챘던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는 안 나왔지만 둘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떻게 친해졌는지 분명 물어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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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웨딩 촬영도 못한 불쌍한 신부를 위해 직접 드레스도 골라주는 이요는 중간에 소정을 먼저 내려주고 소군과 서로의 운명을 인정하고 다시 호텔방 527호에서 사랑을 나누고 둘은 각자의 파트너에게 사실을 고백하기로 결심하는데, 터프하지만 낭만적인 미키마우스 파오 오빠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요는 결국 그를 떠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정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소군에게 소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언제부터야? 좀 됐어.

소정은 고향에서부터 오랜 기간 소군을 기다렸고 그를 따라 홍콩에 왔다. 이렇게 긴 기간을 내가 네 옆에 있었는데. 네가 지금 빠져있는 건 순간적인 자극이고 너무나도 편안해진 우리 사이와 다르기 때문일 거다. 그런 거지?


널 사랑한대? 모르겠어.

왜 그녀를 사랑하냐고 물어보지 않을까. 차마 그 대답을 들을 용기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내 남자는 그럴 리 없다. 보통 남자가 바람나면 상대방 여자한테 가서 니년이 꼬셨지라고 따지는 것이 편한 게 여자 마음이니까. 근데 널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나한테 이러는 걸까 내 남자는.


그럼 왜 나랑 결혼했어? 이게 내 이상적인 계획이었으니까.

맞을 소리를 한다. 너를 더 사랑한다고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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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곧 네 인생이라 홍콩에 따라왔는데 이곳은 위험하니 텐진으로 당장 돌아가자고 짐을 가방에 쑤셔 넣게 시작하는 소정을 그래도 소군은 떠난다. 사람 마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앞에 없다고 해도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존재도 있으니까.


이혼 과정인지 사과를 하기 위함인지 어쨌든 소정과 얘기를 하려고 시도를 하는 소군에게 소정은 전과 다른 차가운 발소리를 내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냉담하게 얘기한다. 어쩌면 조금은 의심스러웠던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 뭐 어쩌겠는가. 잡던가 잘라내던가 해야 하는데 안 잡힐 것을 알겠지. 그리고 이렇게 금이 간 관계는 다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절대 들키지 않는 바람은 없다. 안 들켰다고 좋아하는 당신이 착각하는 것이다. 상대가 관계를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키며 참던가 관심이 없던가 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기존 관계를 정리할 용기가 없으면 바람피우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망쳐버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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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남긴 유산을 소정에게 모두 주며 뉴욕으로 떠나는 소군은 소정에게 또 한 번 편지를 쓴다. 본인은 비행기 타는 게 걱정인 용기 있는 남자가 아니라며. 그는 오랜 시간을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여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본인의 이상을 수정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남자가 아닌 것이다. 용서는 구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그냥, 우리가 함께 했었던 오랜 시간을 생각해봤어. 긴 길을 함께 걸어왔지. 소정 나 또한 슬퍼."

긴 시간을 함께했고 분명 사랑은 했겠지만 본인의 계획과 환경에 따라 옆에서 헌신을 했던 사람과 운명처럼 자꾸만 나타나서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람을 놓고 정작 둘 다 놓쳐버린 소군의 나 또한 슬프다는 말이 참 이기적인 듯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어쩌면 네 마음을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소정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어 줄 수 있는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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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인들이 스파크를 늘 튀길 수는 없겠지만, 오랜 기간을 같은 길을 걷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끔 익숙함이 지나치다 못해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될 때가 있다. 사람은 약한 존재니까. 며칠 동안 딴짓을 하던, 몇 년이 지속이 되던 시작을 하게 되면 기존 관계는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상대방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고 운이 좋아 안 들켰다고 한들 그 자극을 기억하게 될 테니. 순간의 유혹이라 생각이 들면 물이 차오르기 전에 빨리 발을 빼야 휩쓸리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이 들면? 내 가슴을 따라가는 것이 상대방들을 위한 최대한의 배려다.


어쨌든 우리 소정이는 너무 상처 받지 말고 로지 이모 돈으로 열심히 살면서 좋은 남자 만났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9Wp3a2DnkoE

https://www.youtube.com/watch?v=PvMjJ4QyZ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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