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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Jun 27. 2019

하루의 시작과 끝은, '하루랑'

NO.2 - 나를 그리는 곳, '커피스트'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최수훈


● 빛을 잃지 않게 해주다.


꽤나 삶이 팍팍했을 한 때, 친구와 하루에 하는 것 중 줄여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기에 아껴야 하고, 줄여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친구는 내가 하루 중에 하는 것 중 가장 불필요한 일은 저녁에 카페에 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그것조차 없다면 내 하루가 너무 초라해진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 한잔에 책을 펼쳐놓을 여유도 없는 하루라면 정말이지 똑같은 하루가 더욱이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졌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하게 나를 마주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아무도 없는 거리를 보면서 생각할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광화문 카페 ‘커피스트(coffest)’


커피스트 외관

경복궁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이 카페는 오직 드립 커피만을 판매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것 같은 깔끔한 외관과, 그 창을 통해서 보이는 내부의 모습은 조금은 상이하다. 특히 서울 3대 카페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곳 카페스트는 어딘가 특별했다, 요란하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인테리어나, 사진기를 들게 만드는 포토존 없이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엔틱하다. 


서울 한 복판에서 빌딩 숲에서 10분만 걸어도 이런 곳이 나올 수 있다는 게 행운같이 느껴졌다.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여유롭다. 내가 카페를 고를 때 반드시 고려하는 사항이다. 사람이 적어야 하고, 말소리는 크지도, 고요하지도 않아야 한다. 각양각색의 잔과 드리퍼가 벽면과 찬장을 메우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진지한 마음으로 이 공간을 가꿔왔는지 알 수 있다.



타자기와 커피. 이 두 가지만큼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까. 

과하지 않으면서도 엔틱한 소품 하나가 카페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타자기와 책들의 향연은 카페를 '쉼터'로써 찾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노력과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드립 커피도 마찬가지다. 중력과 시간을 이용해서 천천히 내린 커피는 그 진지함이 배어있다. 애써 먼 발걸음을 하더라도 아깝지 않은 온도와 향이다. 커피스트는 메뉴판에 매일매일 추천 커피를 써 놓는다. 브라질,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케냐 등 각 원두 고유의 드립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크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비엔나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만, 비엔나커피는 그 맛을 제대로 느끼끼 위해서는 따뜻하게 나가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에, 찬바람 부는 시기에 더욱 추천한다.




다음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시간 넉넉한 주말에 이곳에 올 생각이다. 아무 생각 없이 와서 책을 고르고, 다 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누군가에겐 사치처럼 보일 공간과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휴식일뿐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단련하는 장소였다, 

당신의 주말을, 당신의 오늘을 돌아보는 곳, 당신의 내일을 그리는 곳. 광화문의 카페스트다.



Information


1인 예상 06 ~ 1.2 만 원대

A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39

T 02 725 5557   H 월 – 금 : 11 : 00 ~ 21 : 00 / 일요일 12 : 00 ~ 18 : 00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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