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승주 Dec 20. 2023

명상의 뇌과학

마음챙김 명상의 매커니즘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이야기한다. 명상은 더 이상 마음 공부를 하며 도 닦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명한 정신과학 학술지에도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명상을 했다. 르브론 제임스도 명상을 한다. 명상이 스님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 심지어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명상은 왜 효과가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명상이 왜 효과적인지 그 원리를 이해해보자.


마음챙김 명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생각은 뇌에 상징적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셋째,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한 가지씩 이해해보자.


첫째, 생각은 뇌에 상징적 효과를 발휘한다.

뇌는 신비한 기관이다. 뇌에겐 그 어떠한 절대적인 진실은 없는 것 같다. 팔이 절단된 사람들 중에서는 이미 잘려나가고 없는 손으로부터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의수를 사용하는 경우, 뇌는 금새 실제 손이 존재하는 것처럼 의수를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뇌는 실재하지 않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뇌에게는 ‘인식되는 것이 곧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사실’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레몬을 떠올려보자. 노란 레몬이다. 껍질에는 촉촉하게 물기가 남아있다. 자, 이제 레몬을 반으로 가르자. 그리고 레몬 반쪽을 들고 그대로 입안에 레몬즙을 짜는 상상을 해보자. 어떤가? 제대로 따라왔다면 분명히 입안에 침이 강하게 고였을 것이다. 웃기지 않는가? 우리가 상상한 건 그저 몇 가지 이미지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뇌는 그것에 강하게 반응했고 실제 신체 반응도 만들어냈다.


뇌는 생각에 대해서도 정확히 똑같이 반응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도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도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현실이 될 수 있다. 결국 과거는 우울이 되고, 걱정은 불안이 된다. 이는 우리 마음속에 부정적인 레몬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 이미 끝나버린, 혹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현실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인간이 진화적으로 선택되는 과정에서 얻게 된 불가피한 부산물이다.


둘째,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다.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생각한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각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다. 나의 지난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 이 환경에 반응해, 생각은 마음속에 만들어질 뿐이다.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는가? 없다. 생각은 만들어질 뿐이다. 궁금하면 직접 실험해보아도 좋다. 잠시 눈을 감고 1분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보자. 어려운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 시작해보자. 1분이 지났다면 눈을 뜨자. 가능했는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웃기는 소리하고 앉아있네”, “지루해 죽겠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아니? 난 아무 생각도 안 드는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마음대로 생각할 수 없다. 이미 많은 뇌과학 연구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셋째, 생각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생각은 마음속에 떠오를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과 끊임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특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애쓰기도 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해”라고 이야기하며 특정한 형태의 생각만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강하게 와르르 무너져 내릴 뿐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생각의 부정적인 의미는 더 강하게 커져만 간다. “핑크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온종일 마음속에 핑크색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처럼, 특정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삶의 주제는 점차 그 생각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이다.


이 세 가지 전제를 이해했다면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음속에 튀어오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한 상태에서, 그 생각들을 그저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써 생각의 상징적 의미를 최소화하고, 나의 마음속에 그러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온전히 느끼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자, 이제 다시 아래 문장을 살펴보자

‘어떠한 판단도 하지 말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라’


이제는 이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이해했을 것이다.


정신건강 관리의 핵심, 거리두기

이처럼 생각을 그저 하나의 생각으로만 바라보며 생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작업은 비단 마음챙김 명상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정신건강 관리 기법과 치료들은 거리두기(distancing) 원리를 활용한다. 거리두기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는 탈중심화(decentering)라고 불리는데, 용어와 무관하게 그 원리는 같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나의 생각을 하나의 대상처럼 여기며 바라봄으로써 그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론 백의 인지치료, 제프리 영의 심리도식치료, 헤이즈의 수용전념치료,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 모두 그 방식과 집중하는 대상이 다를 뿐 원리는 동일하다. 관련 연구들도 이를 지지한다.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생각과 거리두기를 실천해보라. 생각을 그저 하나의 사물처럼 여기는 것이다. “아, 나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구나”라고 조용히 속삭여도 좋다. 혼자서 그런 일을 하기 어렵다면(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거리두기의 원리를 잘 담고 있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의 생각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도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역설적으로 당신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meditation


매거진의 이전글 공황장애 인지치료, 효과적인 방식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