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승주 Dec 22. 2023

우울을 만드는 생각 습관: 반추

우울증 이해하기

우울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반추’라고 하는 생각 습관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반추는 저조한 기분을 임상적인 우울증으로 심화시키는 과정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추는 우울증의 시작, 심화, 그리고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반추는 무엇일까? 반추는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반추는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하나씩 알아보자.


반추란 무엇일까?

반추는 소와 같은 동물이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되새기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똑같은 과정이 생각에도 적용된다. 반추 사고란 ‘이미 끝나고 지나가버린 일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음미하고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인지 미래의 걱정을 되풀이하며 반복하는 과정도 반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울증에서의 반추는 흔히 우울의 의미, 원인, 또는 결과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답을 하려고 시도하며 시작된다.   

“나는 왜 이런 식으로 느끼며,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왜 이렇게까지 우울하게 되었을까?”


때로는 우울을 유발한 기억에 대해 반추를 하기도 한다.   

“그때 그렇게 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됐었는데…”


조금 더 분석적으로 정의를 하면, 반추는 다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우울한 나’와 관련된 심리적 경험에 집중

둘째, 그러한 경험에 대해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평가


연구에 따르면 반추를 많이 사용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다양한 삶의 스트레스원에 대한 반응으로서 우울을 경험하기가 더 쉽다고 한다.


반추는 왜 문제가 될까?

반추가 왜 문제일까? 상담사와 의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건 반추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발끈하곤 한다. ‘선생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 물론 정신건강 전문가가 그들의 경험을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여 이야기하면 반감을 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 그저 반추였음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추를 하는 사람은 반추를 통해 우울의 본질에 대해 귀중한 통찰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반추 과정에서 귀중한 해결책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며, 실제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성된 어떤 해결책을 실제로는 거의 실행하지 않는다. 결국 반추는 그저 ‘나는 우울한 사람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더 강력한 설명만 제공하며 우울을 더 강화하게 된다. 실제로 우울한 사람들은 미래의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 더 비관적이고, 과거의 부정적인 생활사건에 대한 자유 회상(반추)이 더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맞는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려는 경향이 더 적었다.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생성해 내는 능력도 더 적었다.


이처럼 반추는 겉보기엔 문제 해결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상은 우울을 심화시키는 기폭제 역할만 하게 된다. 사실 반추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반추의 대상이 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우울한 사람들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사건’ 또는 ‘우울의 이유’에 대해 집중하며 생각을 곱씹게 되는데, 그런 생각은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일 때가 많다. 결국 반추는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답을 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우울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다.


반추 안 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반추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단 우선은 ‘반추’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위 글만 읽고도 반추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훌륭하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추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적인 인지치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단 반추가 효과적이지 않았다면 반추를 하기 시작했을 때 이를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도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혼자 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지점에서는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통해 생각과 거리두는 법을 연습하고, 인지치료를 통해 내가 자주 하는 반추 패턴을 발견하여 이해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조금 더 간편한 방법으로는 내가 종종 우울감을 느끼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니 3분 이상 한 가지 생각(특히 과거와 관련된)을 곰곰히 곱씹고 있고 있다면 반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도 좋다.


반추를 알아차린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첫째, 그 과정에서 좋은 해결책이 떠올랐는가?

둘째, 그 과정에서 나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는가?


만약 두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반추로부터 빠져나올 시간이다. 반추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오감을 활용하여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활용하여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지는 것들에 온전히 집중해보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걷기, 뛰기, 산책하기 뭐든 괜찮다.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반추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는 삶의 방향을 나의 가치에 맞게 다시 맞추면 된다.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사람들과 더 연결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도 좋다. 당연해보이는 일이지만 이를 반복적인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추를 알아차리고, 질문을 던지고, 반추에서 빠져나와, 나의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하기. 이 루틴만 잘 형성된다면 지독한 우울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Zettle, R. D. (2007). ACT for depression: A clinician's guide to using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in treating depression. New Harbinger Publications.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rumination


매거진의 이전글 명상의 뇌과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