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승주 Mar 12. 2023

직업으로서의 사업

사업

글쓰기를 게을리 하는 동안 우리집 고양이는 사자가 되었다.

 

  "제가 빚이 있어서요."

인터뷰 도중 고객으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야긴즉슨 사기를 당해 1억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이외 또 다른 몇몇 힘든 일들이 겹치며 불안감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이용하다니, 어깨가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사업이라는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무언가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진료면 진료, 요리면 요리, 창작이면 창작. 무슨 일이든 간에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기꺼이 남들에게 자신있게 전할 수 있을 정도로는 스스로가 만족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일을 업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그 정도 수준의 확신이 있을 때 "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멘탈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을 한다. 즉 누군가에게 정신건강을 더 좋게 해준다고 이야기하고 돈을 받는다. 그게 전부다. 고객을 만나 그들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 중 구멍은 없는지, 현재 제공되고 있는 의료 체계에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공백은 없는지, 애정어린 마음으로 만나 세심하게 듣고, 우리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멋진 해결책을 찾아 그들에게 제공하는 일, 그게 내가 하는 일의 전부다.


사실 스타트업계에 있으면 온갖 휘황찬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정신없이 전파되는 방법론, 꼭 정답처럼 보이는 성공한 팀들의 무용담, 괜히 멋져보이려고 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 전문 용어들. 훌륭한 책도 정말 많이 읽었고 그로부터 큰 도움을 얻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찾은 내 업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애정어린 자세로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나의 문제처럼 깊게 공감하며, 그로부터 나의 모든 역랑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나조차 빠져버릴 제품을 이 세상에 만들어내는 것, 고객에 대한 애정과 제품에 대한 열정, 그것이 전부였다.


다행히 인터뷰를 한 고객은 우리 제품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은 분이었다. 덕분에 불안감이 1/8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품이 너무 만족스러워 인터뷰에 참여했다고 말씀주시기도 했고, 주변에 직접 추천을 했다고도 말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1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잠시 주춤했던 내 모습을 보고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어떤 상황에 있든, 빚이 얼마나 있든, 그와 무관하게 마음이 힘든 사람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용하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 그것이 그들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제품. 나는 여전히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그게 나의 직업이니까.




오웰헬스는 높은 인재밀도에 기반하여 고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로부터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지식과 열정으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더 낫게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가볍게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어요. 

커피챗 신청하기 | 채용페이지 살펴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들을 삼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