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1=11의 비밀 - 2. "너 때문이야"에서 "우리 덕분이야"로
한 글자가 바꾼 팀의 운명
IT 회사 C사의 개발팀에서 큰 장애가 발생했다. 신규 서비스 출시 당일, 서버가 다운되면서 수천 명의 고객이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팀장인 이 부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했을 때, 두 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A팀의 반응 : "이건 백엔드 개발자 책임이에요. 서버 설정을 제대로 안 했잖아요.", "아니요, 프론트엔드에서 API 호출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예요.", "QA팀에서 부하 테스트를 제대로 안 했으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죠."
B팀의 반응 : "우리가 예상보다 많은 트래픽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네요.", "다행히 우리 팀에 여러 분야 전문가가 있으니까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경험으로 우리가 더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결과는 어땠을까? A팀은 3시간 동안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문제 해결이 지연됐다. 반면 B팀은 30분 만에 원인을 파악하고 1시간 내에 서비스를 복구했다. 단 한 글자, "너"와 "우리"의 차이가 만든 극명한 결과였다.
책임 회피 문화의 독성
많은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누구 때문인지" 찾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겉보기에는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팀워크를 파괴하는 독성 문화다.
"너 때문이야" 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급급하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책임질 사람을 찾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팀원들이 실수를 숨기려 하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되며, 서로를 경계하게 된다.
또한 개인의 실수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도 문제다. 하지만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시스템적 원인이 있다. 개인의 실수도 프로세스의 허점, 소통의 부족, 역할 분담의 모호함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 덕분이야" 문화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을 탓하기보다는 팀 전체의 개선점을 찾는다. 성공했을 때는 개인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팀워크의 결과임을 강조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보고, 서로를 신뢰하며,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협력한다.
집단 책임감으로의 전환
"너 때문이야"에서 "우리 덕분이야"로 바뀌려면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문제 해결 방식의 변화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잘못했나?"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다. 원인 분석을 할 때도 개인의 실수보다는 시스템의 허점을 찾는 데 집중한다.
두 번째는 성과 인식의 변화다. 개인의 뛰어난 성과도 팀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해서" 가능했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시너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언어 습관의 변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너", "내"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언어는 사고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사고를 형성한다. "우리"라는 언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팀 중심적 사고가 형성된다.
책임감 유형 자가진단 : 나는 어떤 타입일까?
다음 진단도구로 자신의 책임감 유형을 확인해보자.
상황별 반응 테스트
상황 1 :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을 때
A)"○○이 일정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래" (개인 책임형)
B) "우리가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았나봐" (집단 책임형)
C)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회피형)
상황 2 : 팀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A) "내가 핵심 역할을 했지" (개인 성과형)
B) "우리 팀워크가 좋아서 가능했어" (집단 성과형)
C) "운이 좋았어" (외부 요인형)
상황 3 : 실수가 발생했을 때
A) "누가 실수했는지 확인해야 해" (원인자 추적형)
B) "우리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나 점검해보자" (시스템 개선형)
C) "다음엔 조심하면 돼" (단순 넘어가기형)
상황 4 : 동료가 도움을 요청할 때
A) "왜 미리 준비 안 했어?" (비판 우선형)
B) "어떻게 도와줄까?" (협력 우선형)
C) "나도 바빠서..." (회피형)
결과 해석
B가 3개 이상 : 건강한 집단 책임감 보유자
A가 많음 : 개인 중심적 사고 (개선 필요)
C가 많음 : 책임 회피 성향 (적극성 개발 필요)
넷플릭스의 '무비판 부검' 문화
넷플릭스는 실패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무비판 부검(Blameless Post-mortem)'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2018년 넷플릭스에서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개인을 탓하지 않았다. 대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장애를 일으킨 엔지니어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런 문화 덕분에 넷플릭스 직원들은 실수를 숨기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보고하고, 팀 전체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 실수한 사람도 "제가 실수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라고 접근한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빠른 혁신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고, 실수에서 빨리 배우니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다.
언어의 힘 :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조금만 바꿔도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 상황에서 "왜 이런 실수를 했어?"보다는 "우리가 이런 실수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접근하는 것이다. 성공 상황에서도 "내가 잘해서"보다는 "우리가 협력해서" 가능했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 책임이야?"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개선할까?"라고 질문하고, "그 사람이 문제야"보다는 "우리 프로세스에 개선점이 있나?"라고 접근하는 것이다.
이런 언어 사용이 습관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고방식도 바뀐다. 개인을 탓하는 것보다 함께 해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성공을 혼자 가져가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것이 더 당연하게 느껴진다.
집단 책임감 실천 전략
집단 책임감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회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문제 분석 회의에서는 "누구 때문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성과 리뷰에서도 개인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팀의 협력 과정을 강조한다.
실패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 실패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학습 기회로 보는 것이다.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팀 전체가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보 공유도 중요하다. 개인이 얻은 좋은 정보나 경험을 팀 전체와 공유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도 개인 중심에서 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개인의 뛰어난 성과를 인정하되, 그것이 팀의 지원 덕분임을 함께 인정하는 것이다.
나의 언어 습관 점검
지난 일주일 동안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자.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을 탓하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성공했을 때 혼자만의 공로로 돌렸는지,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도움을 요청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또한 동료들의 실수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팀의 성과에 자신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인정했는지, 정보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의식적으로 "우리"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보자. 문제 상황에서는 해결책에 집중하고, 성공 상황에서는 팀의 기여를 인정하며, 어려울 때는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을 해보자.
언어가 바뀌면 문화가 바뀐다
"너 때문이야"와 "우리 덕분이야"는 단순한 언어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조직 문화의 근본적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인을 탓하는 문화에서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들이 생겨나지만, 집단 책임감을 가진 문화에서는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사람들이 자란다.
오늘부터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꿔보자. "너"보다는 "우리"를, "때문에"보다는 "덕분에"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작은 언어의 변화가 모여서 팀의 문화를 바꾸고, 결국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진정한 팀워크는 이런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