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조직의 50가지 법칙

5. 혁신의 레시피 - 3. 상사 없는 월요일, 규칙 없는 금요일

by 유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스포티파이 스톡홀름 본사에는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직원들은 평상시처럼 출근하지만, 관리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날은 '매니저 프리 먼데이(Manager Free Monday)'이기 때문이다.

회의실에서는 평소라면 팀장이 진행했을 회의를 막내 직원이 진행한다. 프로젝트 결정도, 예산 승인도, 심지어 인사 관련 결정도 현장 직원들이 한다. 관리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철저히 뒤로 물러나 있는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누가 뭘 결정해야 할지, 어떤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평소에는 조용했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매니저 프리 먼데이에 나온 아이디어들이 스포티파이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 팟캐스트 기능 강화, 아티스트 직접 업로드 시스템 등 많은 핵심 기능들이 이 특별한 월요일에서 시작되었다.


위계질서가 혁신을 막는 방법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아이디어가 위로 올라갈수록 필터링된다. 말단 직원의 아이디어는 팀장을 거쳐 부장에게, 부장에게서 임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점점 순화되고 변형된다. 최종적으로 의사결정권자에게 도달할 때는 이미 원래 아이디어의 날카로움과 참신함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아예 상사에게 전달되지 않는 아이디어들이다. "이런 걸 말해도 될까?", "상사가 반대할 것 같은데?", "내가 이런 제안을 해도 되나?" 같은 심리적 장벽 때문에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직원들의 마음속에만 머물러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직원이 상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확률은 평균 23%에 불과하다. 즉, 조직에서 생성되는 아이디어의 77%는 상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위계질서가 만드는 심리적 압력 때문이다. 직원들은 무의식적으로 상사의 눈치를 보고, 상사가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만 제안하게 된다.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제안하기 어려워진다.


브라질 세마코의 "금요일은 자유의 날"

브라질의 제조업체 세마코(Semco)는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경영 실험을 한 회사 중 하나다. 1980년대부터 리카르도 세믈러가 이끈 이 회사는 '금요일은 자유의 날'이라는 제도를 운영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모든 규칙이 사라진다. 출근 시간도 없고, 복장 규정도 없고, 회의 진행 방식도 자유다. 심지어 직원들이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규칙이 없는 금요일에 직원들의 창의성은 오히려 폭발했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새로운 업무 방식들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은 "왜 우리가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회의를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그래서 금요일 회의는 공원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바닷가에서도 열렸다. 놀랍게도 이런 파격적인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세마코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세마코의 매출은 이 실험을 시작한 후 10년 동안 900% 증가했다. 직원 만족도는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직률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리카르도 세믈러는 이렇게 말했다. "규칙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규칙이 없으면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다. 그때 진짜 혁신이 일어난다."


홀라크라시: 상사가 없는 조직의 등장

미국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2013년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파격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홀라크라시는 전통적인 상하 관계를 없애고, 모든 직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는 시스템이다.

자포스에서는 직급이 없다. CEO도 없고, 부장도 없고, 팀장도 없다. 대신 '역할(Role)'이 있다. 직원들은 여러 개의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고, 프로젝트에 따라 역할을 바꿀 수도 있다.

의사결정 과정도 완전히 다르다.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상사가 결정하고 부하가 따르지만, 홀라크라시에서는 '조언 과정(Advice Process)'을 통해 결정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관련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최종 결정도 스스로 내린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팀의 한 직원이 새로운 고객 응대 방식을 제안했다고 하자. 전통적인 조직이라면 팀장에게 보고하고, 부장의 승인을 받고, 임원진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자포스에서는 그 직원이 관련 부서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한 후 직접 실행에 옮긴다.

이런 시스템의 효과는 놀라웠다. 의사결정 속도가 기존보다 70% 빨라졌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크게 상승했다. 무엇보다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었다.

자포스의 전 CEO 토니 셰이는 "상사가 없다고 해서 혼란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질서정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이 된다"고 말했다.


ING 그룹의 "스쿼드 시스템"

네덜란드의 금융그룹 ING는 2015년 전통적인 조직구조를 완전히 해체하고 '스쿼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포티파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스템은 작은 자율팀들(스쿼드)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각 스쿼드는 8-10명으로 구성되며, 완전한 자율권을 갖는다. 프로젝트 선택, 업무 방식, 심지어 팀원 선발까지 스쿼드가 직접 결정한다. 전통적인 중간관리자는 사라지고, 대신 '코치'가 필요할 때만 조언을 제공한다.

ING의 한 스쿼드는 "왜 은행 앱 로그인이 이렇게 복잡해야 하나?"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 혁신적인 생체인식 로그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통적인 조직이었다면 IT부서, 보안팀, 법무팀, 마케팅팀을 거쳐 최소 6개월은 걸렸을 프로젝트를 단 3주 만에 완성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누구의 허가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쿼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ING의 모바일 앱 사용자 만족도는 업계 1위가 되었다.

ING의 CEO 랄프 하머스는 "관료주의를 없애니까 은행이 스타트업처럼 빨라졌다"고 말했다.


자가진단: 당신의 조직에서 위계질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다음 상황들을 통해 조직의 위계 문화를 점검할 수 있다.


아이디어 제안 과정

□ 새로운 아이디어는 반드시 상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직급이 낮을수록 아이디어 채택 확률이 낮다

□ 아이디어 제안 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

□ 모든 결정은 상급자가 내린다

□ 결정 과정에서 많은 단계를 거친다

□ 현장 직원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 담당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실험과 도전

□ "승인받지 않은 실험"은 금지되어 있다

□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만 한다

□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려면 여러 단계 승인이 필요하다

□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소통 방식

□ 상사와 부하 사이에는 명확한 선이 있다

□ 회의에서는 직급 순서대로 발언한다

□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체크 결과:

위쪽 답변이 많다면: 경직된 위계 조직

아래쪽 답변이 많다면: 유연한 수평 조직


하이어(Haier)의 "역삼각형 조직"

중국의 가전업체 하이어는 2005년부터 '역삼각형 조직'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조직을 뒤집어서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직원들이 꼭대기에 있고, 경영진이 맨 아래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하이어에서 일선 직원들은 '자주경영체(Self-Managed Team)'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책임진다. 심지어 자신들의 급여와 보너스도 스스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하이어의 한 자주경영체는 젊은 고객들을 위한 소형 냉장고를 기획했다. 전통적인 조직이었다면 제품기획팀이 아이디어를 내고, 마케팅팀이 시장조사를 하고, 생산팀이 제조하고, 영업팀이 판매했을 것이다. 각 단계마다 상급자의 승인이 필요하고, 부서 간 조율도 복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주경영체는 직접 고객들과 만나고,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생산 라인과 협의하고, 직접 판매 전략을 세웠다. 6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했고, 첫해 매출 목표를 200% 초과 달성했다.

하이어의 CEO 장루이민은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를 없애니까 혁신 속도가 10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월요일의 마법, 금요일의 기적

상사 없는 월요일과 규칙 없는 금요일이 만드는 효과는 단순히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이상이다. 이런 실험들이 만드는 진짜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숨어있던 리더십이 깨어난다.

평상시에는 지시만 받던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들이 발견되고, 조직의 리더십 풀이 확장된다.

둘째, 현장의 진짜 문제가 드러난다.

관리자들이 없으면 직원들은 더 솔직해진다. 평소에는 말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고, 이를 통해 조직의 맹점들이 발견된다.

셋째, 창의성이 폭발한다.

규칙과 절차에 매여있지 않으니까 직원들은 더 자유롭게 생각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실험정신이 살아난다.

넷째,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승인 단계가 없으니까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된다. 빠른 실행은 빠른 학습으로 이어지고, 빠른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


위계질서 해체하기: 5단계 실천법

조직에서 건전한 수평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1단계: 실험 시간 만들기

매주 특정 시간을 '관리자 없는 시간'으로 지정한다. 처음에는 2시간부터 시작해서 점차 늘려간다. 이 시간에는 직원들이 완전한 자율권을 갖는다.

2단계: 의사결정 권한 분산하기

일정 금액 이하의 결정은 현장 직원들이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예산 승인, 업체 선정, 프로세스 변경 등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한다.

3단계: 역할 순환제 도입하기

회의 진행, 프로젝트 리딩, 대외 업무 등을 직급과 관계없이 순환해서 맡는다. 이를 통해 모든 직원이 리더십을 경험할 기회를 갖는다.

4단계: 수평적 소통 채널 만들기

직급을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한 채널을 만든다. 익명 제안 시스템, 크로스 펑셔널 팀,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다.

5단계: 성과 평가 기준 바꾸기

상급자 평가뿐만 아니라 동료 평가, 하급자 평가도 포함한다. 협업 능력, 아이디어 기여도, 팀워크 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설정한다.


위계질서는 필요악이 아니라 선택이다

많은 조직들이 위계질서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고, 효율성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의 사례는 이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보여준다.

위계질서는 선택이다. 유지할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계 구조가 조직의 혁신 능력을 높이는지, 아니면 방해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상사 없는 월요일과 규칙 없는 금요일은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니다. 이는 조직의 혁신 DNA를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위계질서의 벽을 허물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해방시키며, 진정한 수평적 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당신의 조직에서도 실험해보자.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상사 없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그 시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관찰해보자. 분명히 놀라운 변화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위계질서다. 이 장벽을 허물 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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