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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씹, 즉각 피드백의 마법

1. 말이 황금이 되는 조직

by 유키

금요일 오후 4시 32분. 김 대리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방금 보낸 메시지가 떠 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단톡방에 표시된 숫자 1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그는 퇴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이 되어도 그 숫자는 여전히 1이다. 프로젝트 마감은 화요일. 주말 내내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답답한 마음에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팀장을 직접 찾아간다.

"아, 그거? 금요일에 봤는데 별 문제 없어서... 괜찮은 것 같던데?"

이 짧은 대화에는 현대 조직이 겪는 소통의 치명적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는 '답씹' 문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무례함이자, 조직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적이다.


답씹이 조직에 미치는 나비효과

"단순히 답장을 안 한 것뿐인데 뭘 그렇게 유난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신입 개발자 A는 자신이 작성한 코드에 확신이 없어 시니어 개발자에게 리뷰를 요청했다. "급하지 않으니 시간 날 때 봐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니어 개발자는 메시지를 읽고 "나중에 자세히 봐야지" 하고 넘겼다.

3일이 지났다. 답변이 없자 A는 '문제가 없나 보다' 생각하고 코드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서비스가 갑자기 다운됐다. 2시간 동안의 장애로 인한 직접적 손실만 3억 원. 원인은 A가 작성한 코드의 작은 버그였다. 시니어 개발자가 단 한 줄이라도 피드백을 줬다면, "이 부분은 다시 확인해봐"라고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이것이 답씹의 나비효과다. 작은 무응답이 만드는 거대한 파장.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의 불안감, 재확인을 위해 낭비되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나 보다"라는 좌절감이 쌓여 조직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즉각적 피드백의 경제학

그렇다면 반대로 즉각적 피드백 문화를 가진 조직은 어떨까?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토스의 가장 큰 경쟁력을 하나만 꼽으라면 빠른 피드백 문화입니다. 우리는 모든 메시지에 24시간 내 답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긴급한 건은 2시간 내에요. 읽었으면 최소한 '확인했습니다. 오후에 자세히 답변드릴게요'라고라도 보냅니다."

이것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즉각적 피드백 문화가 가져오는 효과는 놀랍다.

첫째, '불안 제로 프로젝트'가 가능해진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최소한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는 불필요한 불안감을 제거한다. 더 이상 "혹시 메시지를 못 봤나?" 하며 다른 채널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

둘째, 신뢰의 복리 효과가 나타난다. "내 의견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더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늘어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확률도 높아진다.

셋째, 의사결정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즉각적 피드백 문화를 가진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평균 3배 빠르다고 한다. 프로젝트 지연은 50% 감소하고, 고객 대응 시간도 현저히 단축된다.


2-5-10 법칙: 간단하지만 강력한 실천법

그렇다면 어떻게 즉각적 피드백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복잡한 시스템이나 거창한 규칙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2-5-10 법칙'이라는 간단한 원칙만 있으면 된다.


2분 안에 답할 수 있으면 즉시 답변한다.

예를 들어 "내일 회의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이라면 캘린더를 확인하고 바로 "네, 가능합니다" 또는 "죄송하지만 3시 이후는 어떠신가요?"라고 답한다.


5분 안에 검토 가능한 내용이라면 "잠시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 응답하고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한다.

"자료 확인하고 30분 내로 답변드릴게요"처럼 말이다.


10분 이상 필요한 사안이라면 "확인했습니다. ○시까지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 일단 수신 확인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약속한 시간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만약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면, 약속 시간 전에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해서 ○시까지 답변드려도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아마존의 "?" 이메일: 단순함의 미학

아마존의 CEO 앤디 재시는 독특한 이메일 문화로 유명하다. 그는 종종 이메일 제목에 물음표 하나만 찍어서 보낸다. "?" 이 한 글자가 담긴 이메일의 의미는 간단하다. "이거 확인했나?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받는 사람은 즉시, 늦어도 몇 시간 안에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이것이 불문율이다. 처음에는 압박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단순한 소통법이 아마존의 실행력을 만드는 비결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 아마존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만 보면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편합니다. 뭘 원하는지 명확하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긴 이메일을 쓰고 읽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실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우리 팀은 답씹 문화에서 자유로운가?

다음 체크리스트를 통해 우리 팀의 답씹 지수를 측정해보자.

□ 팀 단톡방에 1이 3개 이상 떠 있다 □ "확인 부탁드립니다"를 하루에 2번 이상 보낸다

□ 답변이 없어서 같은 내용을 다른 채널로 또 보낸 적이 있다 □ 상사의 메시지를 읽고도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민하다 답하지 않은 적이 있다 □ "답변 안 주셔서 제 선에서 진행했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만약 3개 이상 체크했다면, 당신의 팀은 답씹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한 사람이 시작하면 전파력은 생각보다 빠르다.


변화는 나로부터: 첫 번째 도미노 되기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당신이 오늘부터 모든 메시지에 24시간 내로 답변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첫 번째 도미노가 된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빨리 답하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는 편안함과 효율성을 직접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중견기업의 팀장은 이런 경험을 공유했다. "저 혼자 시작했어요. 모든 메시지에 빠르게 답하고, 특히 부하직원들의 메시지는 더 신경 써서 답했죠. 한 달쯤 지나니까 팀 전체가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답씹'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즉각적 피드백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이고, 조직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산소와도 같다.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지금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글을 다 읽고 바로 답변을 보내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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