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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아 Dec 14. 2021

잘하고 있어

한 권을 채우자

앞 차가 밀리면 뒷 차가 밀리듯 앞 업무의 일정이 밀려 뒷 업무에 교통체증이 생겼다. 도로에 업무가 계속 생겨서도 있는데 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업무가 계속 지체가 되었다. 업무도 시간만 들이면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으련만. 투자한 시간 대비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게 업무란 말이지. 어제도 그렇게 새벽 3시가 훌쩍 넘게까지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자동으로 부엌으로 시선이 가고 선반 위의 라면 한 봉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드네.


라면을 끓이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일 좋아하는 건 맞는데 성과가 안 보이는 일을 계속 가져가야 하나, 그 와중에 쓸데없는 일을 계속 벌일 생각을 하다니 미쳤나, 아냐 좀만 덜 게으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은 4시간만 자면 된댔어.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일이 끝이 없는 거 아닐까. 일 때문에 어디 길게 못 놀러 가고 사람 만나도 일찍 집에 와야 하는 삶이 괜찮은 걸까. 인생의 현타가 몰려왔다.


치즈를 한 장 뜯어 넣고 노트북 앞으로 앉았다. 유튜브 자동재생 영상을 배경 삼아 자극적인 새벽의 맛을 느꼈다. 역시 야식은 라면이지. 지금은 머리가 좀 지쳤으니 라면 먹고 정리하고 자고 일은 내일 마무리 하자. 그럼 내일 일정은,


"잘하고 있어!!"


화면 속 유튜브에서 외침이 들렸다. 깜짝 놀라 화면을 보니 어떤 예능 프로에서 서로에게 위로를 해주려 듣고 싶었던 말을 외쳐주는 장면이었다. 화면 속은 눈물바다였다. "넌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다! 너무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만 반복되는 소리인데 화면 속의 눈물소리와 겹쳐서인지 마음이 울컥했다. 새벽 중에 야식으로 라면을 고른 나를 칭찬하는 말 같아서. 새벽 중에 야식을 먹는 나를 칭찬하는 말 같아서. 새벽 중인 나를 칭찬하는 말 같아서. 이 시간까지 일로 깨어있는 나를 위로하는 말 같아서.


오늘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늦게 일어나 10분이나 지각해버렸지만 마음이 후련했다. msg로 자극적이고 위로로 달콤하고 눈물로 짠, 자극적인 단짠의 새벽을 보냈다. 혹 너도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먹을 일이 있다면 나의 잘하고 있어! 의 응원을 보낼 테니. 너가 어떤 상황이든 상태이든 나는 너를 응원할 테니. 너는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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