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상한 그녀.
준서는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남긴 채 이 이상한 여자와 함께 방을 나섰다.
접촉사고로 오늘 처음 만난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걸까. 지금 저 여자는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이는 행동을 자신에게 단호하게 행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병원을 나서는 여자의 표정은 세상 행복해보였다. 교통사고로 하루를 망친 사람의 표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여자였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에는 제가 사고를 낸 거 같은데요.”
“아... 그렇네요. 그래도 감사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세상 근심걱정 모두 날려버릴 환한 미소를 짓고 뒤돌아서서는 씩씩하게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 준서는 자신의 차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돌아 섰다.
그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사고가 난 건 불행한 일인데, 왜 저렇게 계속 웃는 걸까. 뭐가 좋아서 저렇게 웃을까. 궁금해졌다.
원래 밝은 성격인건가? 아니면 자신에게 호감을 품었나? 그렇다면 왜 자꾸 다른 곳도 아닌 병원을 나와 함께 오려고 하는 거지?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만나려고 그러나? 그런데 뭐 저렇게 쿨하게 뒤돌아서 제 갈 길을 가는거지? 이런저런 생각이 짧게 머릿속에 뒤엉켰다.
“저기요!”
준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기도 전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다.
“네?”
“집으로 가시는 거면... 제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아. 정말요?”
“네, 어쨌든 저 때문에 차가 없어지셨으니...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와! 네! 감사합니다! 거절 안할 꺼예요~”
준서는 그렇게 자신의 차로 그녀와 함께 걸어와 보조석 문을 열고 그녀를 태웠다.
그저 싱글벙글한 여자의 표정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울상을 지어도 모자를 상황에 이상한 요구를 당당하게 해대고, 자신에게 한없이 웃음을 쏟아내는 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궁금했다.
이번 사고로 뭔가 한몫 단단히 챙길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기에 그녀는 조금 전 병원만 함께 와준다면 어떤 합의금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니면 자신에게 한 눈에 반한건가? 준서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반반한 외모에 꽤나 화려한 이력이 그를 매력적인 남자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렇다기에 저 여자는 이상한 요구를 해대고 있었다. 일반적인 ‘매력을 어필하려는 여성’의 모습과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저희 집 어딘지 알려드려야하죠?”
“아, 네.”
“제가 내비에 직접 찍을게요. 그래도 될까요?”
“그러시죠.”
주소를 찍어 넣는 그녀의 손톱은 매니큐어 하나 바르지 않은 채 짧고 단아하게 깎여 있었다. 원래 꾸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나? 선분홍빛 손톱을 바라보던 준서의 어깨를 그녀가 툭툭 쳤다.
“출발하시죠. 바쁘시다고 하셨잖아요.”
“아, 네. 그렇죠. 출발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부드럽게 지원이 살고 있는 동네를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