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6장. 숨

by 대성림

6장. 숨


병원을 나와 한참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발이 가는 대로 갔다.


도로를 건넜다. 신호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초록과 빨강이 번갈아 켜졌다.


그는 그 불빛을 한참 보았다. 어느 쪽도 고르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 틈에 섞여 건넜다.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엔 길었다. 끊기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서 계속 떨렸다.

그는 멈췄다.


화면에 문장이 떠 있었다.

[LNK Care]

‘지금, 많이 힘드시죠.’


아래에 작은 글씨가 이어졌다.
‘무료 상담 지원.’ ‘회복 프로그램 연결.’ ‘즉시 응답.’


파란 링크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 멈췄다. 엄지가 링크에 닿았다.

아주 잠깐.

누르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뗐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굵었다. 옷이 금방 젖었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져 눈으로 흘러내렸다.

눈물처럼 보였다.

눈물은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에 섰다. 유리 벽에 광고가 붙어 있었다.

“회복은 선택입니다.”

밝은 얼굴들이 웃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벤치에 앉았다. 숨이 가빴다. 아까보다 더했다.
가슴이 막힌 느낌이 올라왔다.

손이 가슴으로 갔다.

숨을 들이마셨다. 짧았다. 끊겼다.
내쉬었다. 더 짧았다.

잘되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어제 본 쑥잎이 떠올랐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생각났다.
얼어붙은 땅, 작은 잎, 보이지 않는 힘.


숨을 한 번 더 내쉬었다.

이번엔 조금 길었다.

어깨가 아주 약하게 내려왔다.

다시 들이마셨다. 조금 더 깊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았다.


주머니 안에서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엔 문자였다.


엄마였다.

‘집에 들어와.’

짧은 문장이었다.


그는 오래 보지 않았다. 한 번 보고 꺼버렸다.

고개를 들었다.


골목 안쪽에서 불빛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작고 희미했다.
비에 젖어 번지고 있었다.

노란빛이었다.

따뜻해 보였다.


그는 오래 보지 않았다.

그냥 시야에 걸려 있었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몸이 조금 느려졌다.

발걸음이 짧아졌다.


어느새 그 앞에 서 있었다.

간판이 보였다.

‘숨결 식당’

글자가 바래 있었다. 젖어 흐릿했다.


주방 쪽에서 김이 새어 나왔다. 따뜻한 냄새가 섞여 나왔다.
밥 냄새. 된장 냄새.


배가 아주 작게 울렸다.

그는 배를 누르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앞치마를 맨 남자가 나왔다. 잠깐 로운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비 맞으면 감기 걸려.”


“들어와.”


로운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가 옷 안으로 스며들었다.
차가웠다.

이번엔 느껴졌다.


그는 한 박자 늦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 울렸다.

딸랑.

작은 소리였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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