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5장. 병원

by 대성림

5장. 병원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었다. 빛이 너무 밝았다.
눈을 다시 감았다.


조금 뒤 다시 떴다. 여전히 하얬다. 변한 것은 없었다.


소리가 들렸다. 기계 소리였다.

삐— 삐—

일정했다.


그는 그 소리를 한참 들었다.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팔에 무언가가 꽂혀 있었다. 바늘이었다.
투명한 관이 연결돼 있었고, 물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몸 안으로.

차가웠다.

느껴지는 듯하다가 곧 사라졌다.


간호사가 들어왔다. 차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깨어나셨어요.”

톤은 평평했다. 매일 반복하는 말 같았다.

“어지러워요?”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은 어지러운지도 몰랐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보호자 오고 계세요.”

그 말은 공중에 잠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호사는 더 묻지 않았다.
커튼을 열고 나갔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창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멀었다.
이곳과는 다른 세계 같았다.


한참 뒤 기기를 들었다. 침대 옆에 놓여 있었다. 배터리는 거의 없었다.


화면을 켰다.

부재중 전화. 엄마 두 통.
문자 하나.


‘괜찮아?’

짧았다.


그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그냥 내려다보았다.

답장은 쓰지 않았다.

쓸 말이 없었다.

아니, 쓸 힘이 없었다.


해가 기울었다. 병실 안 빛이 바뀌었다.
하얀색이 연한 주황으로 변했다.

그는 그 변화를 보았다.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저녁이 왔다. 밥이 나왔다. 미음이었다.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었다. 맛이 없었다.
없다기보다 느껴지지 않았다.

두 숟갈 먹고 내려놓았다.


밤이 왔다. 불이 꺼졌다.
복도에 작은 불만 남았다.

빛이 문틈으로 스며들어 바닥에 길게 늘어졌다.

그는 그 빛을 보다가 잠들었다.


새벽에 깼다. 목이 말랐다. 물을 마셨다. 조금 나아졌다.

천천히 일어났다. 슬리퍼를 신었다. 바닥이 차가웠다.

이번에는 느껴졌다.

아주 약하게.


복도로 나왔다. 간호사 스테이션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사람들은 바빴다. 자기와는 상관없는 세계였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에 얼굴이 비쳤다.
말라 있었고, 눈이 깊어 보였다. 낯설었다.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차가웠다.

이번엔 분명히 느껴졌다.


숨을 들이마셨다. 조금 깊게.

내쉬었다.

아직 방법은 몰랐다.

그래도, 숨은 나왔다.


그는 병원을 떠났다.

갈 곳은 없었다.

그래도 걸었다.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전 05화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