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국의 온도
8장. 국의 온도
아침 장사가 끝난 뒤였다. 식당 안이 잠깐 비었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비 냄새가 얇게 들어왔다. 밖에서는 차가 지나갔다. 젖은 타이어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쓸—
로운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도 그대로였다.
그릇은 이미 치워졌고, 앞에는 물컵 하나만 놓여 있었다. 김이 아주 천천히 올라왔다. 보이지 않을 만큼 얇았다.
그래도 있었다.
남자는 계산대 옆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종이가 넘어갔다.
사각.
사각.
리듬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소리가 식당 안에 퍼졌다. 벽에 닿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숨소리처럼.
로운은 그 소리를 들으며 컵을 잡았다. 손바닥에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예전에는 차갑거나 뜨거웠다. 지금은 중간이었다. 아주 작았다.
그래도 분명했다.
그는 컵을 입에 가져갔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갔다. 가슴을 지나 배까지 닿았다.
전에는 중간에서 끊겼다.
지금은 끝까지 내려갔다.
창밖을 보았다. 골목은 젖어 있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도 비슷했다. 걸음도, 얼굴도.
그는 잠깐, 자기만 다른 쪽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편했다. 가슴이 막히지 않았다. 손도 거의 떨리지 않았다.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었다.
아주 가끔,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예전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남자가 다가왔다. 말없이 컵을 들었다. 물을 채워 다시 놓았다.
찰랑.
짧은소리였다. 컵 안에서 물이 한 번 흔들리고 곧 멈췄다.
로운은 그걸 보았다.
예전에는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있어도 지나갔다.
지금은 잠깐 남았다.
귀에.
몸에.
“오늘 안 가?”
남자가 물었다.
톤은 낮았다. 묻는다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로운은 잠깐 생각했다. 갈 곳은 없었다. 머물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조금 더 있다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짧았다.
붙잡지도 않았다. 떠밀지도 않았다.
그게 편했다.
정오가 가까워졌다. 햇빛이 유리창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길게 누웠다.
먼지가 보였다. 작은 입자들이 빛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느렸다. 급하지 않았다.
로운은 그걸 한참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답답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몸이 의자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 어깨가 내려왔다. 턱에 힘이 풀렸다.
남자는 주방에서 국을 다시 끓이고 있었다. 냄비에서 소리가 났다.
보글.
보글.
리듬이 일정했다.
심장 소리처럼.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로운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잠깐.
정말 잠깐.
숨이 들어왔다. 나갔다.
억지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이 조금 더 깊어졌다.
아주 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