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에필로그, 숨이 이어지는 곳

by 대성림

에필로그, 숨이 이어지는 곳


아침이었다.
해가 완전히 오르기 전, 골목은 아직 조용했다.


멀리서 배송 드론 소리가 낮게 흘렀다.
웅— 하고 지나갔다가, 이내 사라졌다.


빌딩 외벽의 투명 화면이 켜졌다.
날씨와 교통, 지역 뉴스가 차례로 바뀌었다.


식당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불도 켜져 있었다.

국 냄새가 천천히 골목으로 흘러나왔다.
따뜻한 김이 낮게 번졌다.


로운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유리창에 닿았다가, 사라졌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출근하는 발걸음, 등교하는 아이들, 배달 차량.

각자의 리듬이 있었다.
겹치지 않지만, 부딪히지도 않았다.


문이 열렸다.

딸랑.

준서였다.
교복, 단정한 머리, 어깨에 멘 가방.

“형.”
“시험 끝나고 와요.”

“그래.”

준서는 눈을 들고나갔다.
등이 곧았다.


남자가 주방에서 나왔다.
앞치마를 맸다.

“커피?”

“네.”

둘은 마주 앉았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로운은 기록장을 펼쳤다.
첫 장은 빛이 조금 바래 있었다.

오늘은 숨이 너무 짧았다.


마지막 장은 다른 필체였다.
준서의 글씨였다.

오늘은 무서웠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았다.


로운은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웃지 않았다.

대신 숨을 내쉬었다.

후—


문 앞에 아이 하나가 서성였다.
이어폰 하나, 작은 기기 하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익숙한 눈빛이었다.


로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춥지.”
“밥 먹었어?”


고개가 작게 흔들렸다.


“들어와.”

설명은 없었다.
문이 닫혔다.

딸랑.


간판이 살짝 흔들렸다.

숨결 식당.

크지 않았다.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꺼지지 않았다.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왔다.
김이 다시 올랐다.

숨이 섞였다.
천천히, 같은 속도로.


뉴스 화면이 바뀌었다.

청소년 쉼터 네트워크 확대.

로운은 그걸 보지 않았다.
앞에 앉은 아이를 보았다.


숟가락을 쥔 손.
조심스러운 숨.
아직 풀리지 않은 어깨.


길은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다고 해서,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누군가의 숨이 이어질 때
그 길은 이미 여기와 있다.


로운은 국을 한 숟갈 더 담았다.

“급하게 안 먹어도 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이 조금 길어졌다.

밖에서는 아침이 완전히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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