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의 생신

이기적인 딸

by 국콩

지난 주말, 친정엄마의 생신을 기념해서 형제들이 우리집에 모두 모이기로 했다. 친정 집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정신없는 업무기간이었기에 부모님이 올라오시기로 한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 아이 둘을 카시트에 태워 3시간 걸리는 친정집에 내려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간 마늘이며 참기름이며 김장김치며, 손주들 내복까지..,바리바리 싸들고 온 엄마의 짐들.

엄마가 오시기로 한 날이 되면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 소풍가는 길 마냥 설레고 들뜬다. 남편 말에 의하면 엄마 오시기로 한 3,4일 전 부터 나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간다고 한다.


직장생활 첫 해, 이상한 사람에게 실컷 감정의 테러를 당한 뒤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

"엄마, 내가 이런 이상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줘야 해?... 이러려고 한 거 아닌데..."

엄마는 내가 하지 못하는 욕을 나 대신 한바탕 해주었다.(우리 엄마는 가끔씩 말에 욕을 섞어서 하는 편이다.) 실컷 함께 욕한 후, 내 울음이 멎어질 즈음 엄마는 말했다.


‘니가 참아라...원래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엄청 많다...그래도 니가 참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 편이 되주는 사람. 행복하고 아무일 없을 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힘들거나 외로울 땐, 엄마 생각이 먼저 난다. 정말 이기적인 나.


걱정많고, 기대도 많던 막내 딸이 이른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엄마 역시 바빠졌다. 딸 산후조리를 위해 경기도에 올라와 몇 달 동안 밖에는 잘 나가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 살림과 내 산후조리를 도와주느라 그랬다. 사실 엄마는 계 모임 나가는 걸 삶의 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게 얼마나 어려운일이지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한번도 힘든 내색 한 적이 없었다. 유독 약하고 병원 신세를 많이 진 나의 아들 첫째 챔군을 걱정하느라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밤잠 못자는 나를 안쓰러워 할 뿐이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심방과 심실에 구멍이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있어 대형병원에 가서 자주 검사도 받고 눈물로 많은 밤을 지새웠었다. 다행히 지금은 아주 건강하다.)


"두꺼운 이불 덮고 자. 괜히 감기걸리지 말고..."

"엄마, 난 이불 안 덮고 자... 이불 덮고 자면 너무 푹자거든...내가 이불 안 덮고 자야 새벽에 추워서 일어나거든? 그때 챔, 이불도 덮어주고 추우면 문도 닫고 그러거덩. 나도 어디 가서 한 이틀 실~~~~~컷 자고 싶다...ㅋㅋㅋ"


지나가면서 그냥 한 말인데, 엄마에게는 꽤나 신경이 쓰였나보다. 엄마는 본인의 형제들과 가족모임에서 약주 한잔 하실 때 마다 이 말을 가끔 하셨다. 나는 내가 저런 말을 했는지도 엄마의 말을 빌어서 다시 떠올리게 됐다.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나간 엄마의 고생과 노고가 상상이 되지 않아 여러 번 물어 본적이 있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넷이나 키웠어? 엄마는 누가 산후조리 해줬어?(엄마는 산후조리를 해줄 친정엄마가 안계셨다. 외할머니가 계시긴 하셨지만 생계에 늘 바쁘셨다. ) 기저귀는 찬물로 손 빨래했어? 아빠가 잘 안도와줬지? 우리 아플 땐 어떻게 했어??....."


엄마가 되서야 엄마의 일생이 궁금해졌다. 그러면서도 그때 뿐이다.


항상 엄마는 내 자식, 내 남편 그 다음이었다. 엄마는 다 이해할거야, 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고마움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무시하는 나쁜 딸이다. 내 자식이 사달라는 것은 바로 사 주면서도 엄마를 위한 것은 몇번이고 고민하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 나는 내 자식들한테 효도 못받아도 싸. 내가 한 데로 아마 받을 거야...’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하는 엄마로서, 항상 막내딸이 고생한다며 걱정하는 우리 엄마. 그래서 이제는 힘들 때,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이 힘들다. 솔직히 말하는 건 더 더욱 힘들다. 내가 내 자식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도 날 생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괜히 걱정끼치는 것 같아, 자식 고생이 엄마에겐 상처가 되는 것 같아, 간간히 문자로 안부만 전할 뿐이다.

‘엄마 별 일 없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이제는 하나 둘씩 아픈 곳이 늘어가고 있는 우리 엄마. 엄마의 생신임에도 나는 내 자식 편하라고, 내 자식 고생한다고 엄마 아빠 고생은 모르는 척하고 있다. 나는 정말 이기적인 자식이다.


엄마, 생신 축하해요. 그리고 고맙고 미안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도 미션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