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4
내가 사는 토론토는 고구마가 비싸다. 한국도 그런가? 잘 모르겠다. '나는 고구마를 좋아해' 라는 그 문장이 늘 머릿속에 입력 되어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한 팩을 사다 놓아도 한 개 먹을까 말까 한대도 나는 늘 고구마를 사 쟁이니 말이다. 고구마를 먹는 일 말고도 나는 고구마라는 그 실체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괴상하다.
먼 나라 조지아로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고구마에 길게 줄기가 돋아나 있다. 이제 그것은 야채가 아니라 식물이 되어 있었다. 중간을 뚝 자르고 보니 바람도 들어 있고 먹기에는 매력이 꽤 감퇴해 있다. 잎이 돋아나 있는 쪽을 위로 해서 높기도 하고 넓기도 한 화병에 꽂아 놓았다. 며칠이 가지 않아 긴 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당의 나무를 가지치기 하면 묶어서 내 놓을 때 사용하는 초록색 끈이 눈에 띄기에 천장에 아무렇게나 매 주었다. 줄기가 줄을 타고 더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제법 비싼 고구마를 먹지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깝긴 하지만...
나는 고구마도 화초도 좋아하니 되었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