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스페인의 해는 어떻게 저물어 갔는가?

야매쉐프가 말아주는 국제정치 스파게티 : 순한맛 세번째

by 야매쉐프

이 글은 '세계정세 스파게티 : 보호무역 편' 3편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eb690529fcce49a/9

▶1편 : 1편: 자유무역 하자더니, 이제와서 보호무역 하겠다고?

▶2편 :2편 : 보호무역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죠?







1편에서 우리는 자유무역의 당연함을 의심했다.

2편에서는 세계가 다시 좁아지고 있는 흐름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간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그 질문이 떠오르는 찰나, 2편의 말미에서

우리는 이렇게 끝냈다.

“그러니까..스페인이 뭘 어쨌는데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묵념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몸소 희생하여 국제정치, 경제학의

‘경고문구’가 된 그분을 위하여...묵념.




그럼 이제 스페인 이야기를 접시에 올려보자.

1. 스페인은 원래 유럽 최강 ‘킹갓제너럴’ 제국이었다.

지금 스페인을 떠올리면 축구, 관광 같은것들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16세기 스페인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의 진짜 원조’

글로벌 패권 국가였다.

⦁아메리카 대륙을 호령하고

⦁금과 은이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군사력은 최강이었으며

⦁유럽에서 정치판의 핵심 플레이어였다.


팍스 로마나 이후, (팍스) 히스파니카 시기였다.

물론, 종교강요 + 전쟁광 모드였기 때문에

마치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할 수 없듯,

팍스(평화) 히스파니카라고 부르는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금방 무너졌을까?






2. 부가 들어올수록 스페인은 약해졌다.

“돈이 너무 많아서 망했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믿기 어렵다.


돈이 많아서 망했다고?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좀 쉽다.

“로또 당첨되서 인생망했다” 많이 보지 않나?

스페인에는 정말로 ‘돈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생겼다.

스페인의 부는

“운동해서 얻은 근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운동은 안하고 약탈로 얻은 단백질 음료같은 것이었다.

‘이거 마시니까 호랑이 기운이 샘솟는데?’ 하고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마약 같은.


돈은 쌓였는데,

부를 만드는 체력(산업,기술,숙련노동자)은 사라졌다.

스페인은 이런식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제국이다.

공장? 기술? 장인? 그런건 영국이나 네덜란드한테서

우리는 그냥 사오면 된다.

이게 스페인의 첫 번째 실수였다.



물론, 산업이 무너질 때 다른 문제도 있었다.

종교와 정치,인구.

내가 아무리 야매쉐프라도 디저트를 한상차림으로

낼 순 없으니

순한맛 스파게티 다 먹을 때 쯤 이건 디저트로 내놓겠다.





3. 산업 붕괴는 느리게, 그러나 치명적으로 진행된다.


① 부가 넘쳐흘렀다

돈이 너무 많았다.


② 수입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직물은 영국, 배는 네덜란드, 금융은 이탈리아.

많아진 금과 은으로, 경쟁국인 영국과

심지어 스페인과 80년 독립전쟁 중이던 지역인 네덜란드의 배를 불려주면서도

자신의 기초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같지 않나?

(스페인 선생님 혹시 정신이 없으신가요?)


③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

경쟁력을 잃으니 물건은 안팔리고

결국 기술혁신도 멈췄다.


④ 장인·기술·중간재가 사라졌다

생산 체계의 바닥부터 무너졌다.


⑤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었다

부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사라졌다.


⑥ 결국 국력 자체가 흔들렸다

국가를 지탱하는 근육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반복적인 국가부도가 이어졌다.


스페인은 진짜로 16~17세기에만 최소 8번은 국가부도를 냈다.

(이러고도 전쟁하러 간건 안비밀, 진짜 제정신인가?)


스페인은 부유했지만,

가벼웠고,

약했고,

바람만 불어도 위태로웠다.



결국 돈은 있었는데, 돈을 버틸 산업과

세수 기반이 없어진 것이다.

그 어떤 국가도 ‘부만으로’ 강해질 수 없다.


그 부를 생산성을 키우는데 투자해서 기초체력이

늘어야 근본적으로 강해진다.

스페인이 잃은 것은 부가 아니라,

국가의 체력이었다.






4. 스페인은 자유무역국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사례를 꺼내드는 이유는?

여기서 오해를 바로잡겠다.

스페인은 자유무역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호무역적 제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을 꺼낸 이유는 단 하나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조업 생태계를 버리면

국가의 몰락 속도는 상상보다 빠르다.”


스페인은

약탈경제라는 ‘극단적 부의 유입’을 통해

스스로의 생산능력을 말려 죽인 케이스였다.

방식만 다를 뿐,

결과는 오늘날 여러 선진국이 두려워하는

모습과 겹친다.




5. 스페인 이야기의 정답은 늘 같다.

체력 없는 나라는 오래 못 간다

스페인이 잃은 것은 ‘돈’이 아니라

‘기술·노동·중간재·공급망’으로 이루어진

제조업 생태계 전체였다.


이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정부 보조금 몇 개로는 절대 부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이

“반도체 들어와!”, “배터리 들어와!”라고 외치고,

독일이 제조업 부활을 선언하고,

일본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16세기 스페인을 알고 있다.


그리고,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은 것이다.




6. 결론


결국 스페인은 온몸을 바쳐

우리에게 귀감이 된 ‘예언적 희생자’다.


지금 세계는

• 글로벌 공급망 붕괴

• 수입 의존 증가로 기반산업 붕괴

• 선택지 축소

• 보호주의 전염

• 블록화 심화

이런 흐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의 몰락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가가 너무 부유해지면,

자기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제조업 생태계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스페인에게 ‘금과 은의 유입’이 독이었다면

현대의 강대국에겐 부유해지는 방식이었던

‘자유무역’이 곧 독이다.


물론, 독도 잘 쓰면 약이라고 하지않나?

하지만 그건 용법과 용량을 지킬 때 이야기다.


자유무역은 단순한 감기약이 아니라

강력한 향정신성 약물이다.

누가 통제하지 않으면 약물이 사용자를

아예 망쳐버린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사량을 한참 넘겨버린다.


스페인이 이미 향정신성 약물(마약)중독자의 모습을 잘 보여줬지 않나?




7. 잠깐만, 그게 자유무역이랑 무슨 상관이죠?


자유무역이 부를 불려주는건 맞다. 문제는 방식이다.


부가 들어오면 국가는 보통 이렇게 반응한다.

“어? 그냥 사오면 되네?”

바로 그 순간 산업의 밑바닥 근육이 근감소증에 걸리기 시작한다.

사람의 근육이 빠지면 티가 나는데,

국가의 근육이 빠지는건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가 안난다.


스페인은 금과 은이라는 '제조업을 외면하게 된 수단'으로 망했고,

현대 국가는 자유무역이라는 '수입 촉진 수단'으로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

부 자체는 문제가 없다.

부를 잘못 받아먹은 방식이 문제다.


그래서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라고 한거다.

자유무역은 그냥 독이 아니다. 약물은 맞는데,

알고 써야된다.

그래서 그 속에 내재한 독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자유무역은 ‘향정신성 약물’이다.





다음편 예고



그래 이제 잘 알겠다. 자유무역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어 줄 수 있구나

그리고 그런 자유무역이 잘못하면

제조업을 작살낼 수 있구나

‘근데 그건 16세기 이야기고, 지금은 산업구조가

훨씬 복잡한데,

제조업 하나 무너진다고 정말 큰일이 일어나나?’



“.......그거 마약이라니까?(진지)”



4편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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