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쉐프가 말아주는 국제정세 : 순한맛 네번째
이 글은 '세계정세 스파게티 : 보호무역 편' 4편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eb690529fcce49a/9
▶1편 : 1편: 자유무역 하자더니, 이제와서 보호무역 하겠다고?
▶2편 : 2편 : 보호무역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죠?
▶3편 : 3편 : 스페인의 해는 어떻게 저물어 갔는가?
3편에서 우리는 이렇게 끝냈다.
“…그거 마약이라니까? (진지)”
이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마약이 무서운 건
금단증상이 너무 심각하다는거다.
자유무역도 똑같다.
맞을때는 너무 좋다.
싸고, 편하고, 빠르고,
적당히 휙 보면 이만한 장사가 없다.
그런데 끊는 순간,
즉, 제조업을 잃는 순간
국가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진다.
(이미 스페인 선생님이 시범까지 보여주셨다.
신병 훈련소 교관보다 자세가 정자세다.)
이 질문이 가지는 착각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서비스·IT·핀테크 시대인데 제조업 무너진다고
나라가 망하진 않지 않나요?”
겉으로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심장·폐·신장·간과 같은 실제 장기 대신
“요즘은 스마트워치 있으니까 심장은 필요 없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제조업은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가 그 위에 올라탄 기반 산업이다.
(이 기능은 어떤 산업도 대체가 쉽지않다.)
① 기술 축적의 ‘계단’을 만든다
기술혁신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설계 - 재료수급 - 가공/제조 - 테스트/검증 - 양산/출하
이 계단이 없으면
반도체도, 2차전지도, AI 로봇도 없다.
서비스·금융은 이 계단을 사용할 뿐, 만들지 않는다.
② 공급망과 중간재 생태계를 만든다
경제는 국가 단위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단위’로 움직인다.
스페인이 무너질 때 사라진 건 ‘공장 하나’가 아니라
그 공장에 연결된
-장인
-중간재
-운송
-금융
-국가기술표준
-설계 네트워크
전체였다.
이걸 대체할 산업은 없다.
국가 생태계에서 제조업만이 ‘기반 생태계’를 만든다.
③ 위기 대응 능력(전시 생산력)을 제공한다.
서비스업과 금융업은
전쟁 상황에서는 할수있는게 많지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이 경험한 충격은 이것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보내줄 포탄이 없다.”
돈은 충분했다.
근데 ‘공장’이 없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우전은 한참 전에 났는데
총·포탄·미사일 생산량은
아직도 필요에 한참 못미친다.
그러니까
전쟁은 GDP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생산능력으로 한다.
④ 외교적 지렛대를 만든다
다른 산업은
“필요하면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은
“대체할 수 없는 기술·표준·공급망”을 가진다.
그래서
독일 = 자동차
일본 = 소재·정밀기계
미국 = 반도체·항공·바이오
이 세 나라가
세계 외교에서 지렛대를 갖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 지렛대를 잃었다.
영국도 잃었다.
미국도 잃을 뻔했다.
제조업은 ‘국가가 세계와 거래하는 카드’를 만든다.
다른 산업들은 이게 쉽지않다.
선택지를 잃는다는 건
정책·외교·안보·경제의 모든 선택폭이 좁아진다는 뜻이다.
즉, 국가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① 수입 의존이 커지면 정책 자유도가 사라진다
제조업을 잃으면
국가의 전략물자는 반드시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
그러면
관세·외교·안보 정책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왜냐?
보복당하면 바로 죽으니까.
스페인은 적성국 네덜란드에게 보급로가 막히자
실패가 시작됐다.
(예를들면, 지금 미국이 중국한테 조선업을 의존하는 모양새. 진짜 그렇다는게 아니고 모양새가 그렇다는거다.)
② 통화·금융정책도 제한된다
산업 없는 국가는
“돈 찍기→물가 폭등” 루트를 피할 수 없다.
스페인은 금·은이 밀려오면서
물가를 통제할 수 없었고
8번의 국가부도를 냈다.
영국도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뒤
PFI(민간투자)·금융파생상품에 의존하다
2008년 금융위기에 국가가 무너졌다.
③ 외교에서 ‘할 말’을 할 수 없다
스페인:
영국·네덜란드와 동맹도 적도 못 되는 상태로 추락했다.
영국:
브렉시트 후 독자협상력을 잃었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니 협상 카드가 없었다.)
미국:
러스트벨트 이후 중국의 부상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10년을 허비했다.
④ 안보 선택지가 증발한다
전쟁은 생산력이다.
유럽과 미국은 탄약 생산이 늦어
우크라이나를 지원 하지 못했다.
제조업이 없으면
전쟁이 나도
이렇게된다
“제가 돈은있는데, 혹시..남는 무기 없어요?”
= 전략이 없어지고, 외부 충격에 따라 휘청거리기만 하는 나라
선택은 능동이고, 반응은 수동이다.
외부 반응에 수동적으로 변한다는 거다.
스페인:
네덜란드·영국이 움직이면 무조건 반응.
“자기 전략”이 아예 없었다.
말기에는 외교·재정·군사가 모두 ‘발작적’으로 움직였다.
영국:
금융화 이후 제조업이 무너지자
브렉시트 협상: 주도 불가능
글로벌 공급망 변화: 대응 불능
전략산업 육성: 수단 없음
결과적으로 2010년대 영국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국가”가 됐다.
미국:
러스트벨트 뒤
중국의 부상에 아무 대응을 못 했다.
2001~2015년 동안
기술·제조업·인프라가 중국으로 빨려나가는데도
“시장 논리”만 믿고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2016~2020년이 되어서야
“아? 이거 진짜 망하겠는데?” 하고 각성했다.
(중국한테 어제는 들어오라더니 오늘은 방 빼라네)
미국은 깨닫고 나서 다음 5개 정책을 동시다발로 진행했다.
① CHIPS법 (반도체)
반도체는 국가의 근력 → 미국으로 강제 복귀.
② IRA법 (배터리·친환경 산업)
중국 공급망 차단 + 제조업 국경 안으로 복귀.
③ 인프라 법안
도로·에너지·항만·통신까지 전면 개편.
④ 국방수권법(NDAA) 개정
전시 생산능력을 “국가안보 핵심”으로 규정.
(스페인과 정반대의 대응)
⑤ Tech War
반도체·AI·양자·생명공학 등
미래산업에 대한 중국 접근권 차단.
이건 모두
“우리 근력이 무너진다”라는 공포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미국은 깨달았다.
“돈만 많아서는 패권 못 지킨다.
제조업이라는 근육을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선택지를 잃은 국가는
평상시엔 괜찮은 것 같아도
위기가 오면 그대로 무너진다.
스페인이 그랬고
영국이 그랬고
미국이 거의 그렇게 될 뻔했고
지금 여러 선진국이 그 길로 가고 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에게 패배하기 직전
이미 보급부터 박살나있었다.
무적함대 사령관이었던
알론소 페레스 데 구스만은
개전 하기 전, 군장검사를 주관 하면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조졌네 이거”
스페인 선생님이 보여주신 교훈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거다.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자기 근력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부유해지면
그 국가는 오히려 더 빨리 무너진다.”
자유무역 덕분에 부유해지는데만 치중하면,
기초 근력을 잃어버리고
그 국가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다음편 예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물음이 하나 있다.
“그래, 자유무역 위험하네
그래서 제조업 지켜야겠네
근데 그게 뭐? 무슨 말이 하고싶은데?”
5편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