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즈마고리아-7
철골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폭이 점점 깊고 넓어진다. 나의 활력은 두려움과 구별될 수가 없고, 한 바퀴의 삶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난다. 여러 개의 트럼펫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조로운 비명소리가 내 눈을 뜨게 만든다.
주변은 여전히 깜깜했다. 고갤 들어 올리려 목을 움직인 순간 전에 없던 깨질듯한 두통이 밀려왔다. 몸뚱이가 차가운 피자 반죽처럼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무릎 위에서 손이 번번이 미끄러졌고, 수산 시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쇠비린내 냄새로 가득했다. 아까와 똑같은 비명의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나타나 순식간에 머리 위로 지나갔다. 철골의 잔진동 뒤로 이어진 적막에 주의를 기울였다. 나는 아직 미로 안에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지만, 두 걸음도 못 가서 제일 가까운 벽에 등을 기대야 했다. 머리가 점점 멍해지고, 몸의 균형이 정수리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숨이 빨라지는 게 분명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다. 손에 만져지는 주위의 모든 공간을 더듬으려 자세를 낮추고 팔을 폈다. 나 스스로의 두개골 안에 갇혀서 기억을 더듬는 게 가능하다면 가장 먼저 미하와 헤어지기 직전의 순간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곳은 미끄럼 방지용 고무 패드가 깔린 완만한 내리막이었다. 나는 연기 속에서 홀로그램 유령을 마주칠 때마다 그녀를 진정시켰다.
"여보, 방금 그거 봤어?"
"응."
"그런 게 내내 튀어나오면 어떻게 해..? 내 손 절대 놓지 마."
벽을 더듬다 우연히 손에 나무 서랍 손잡이가 만져졌다.
"여기 뭔가가 있어, 잠깐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잠시 놓고 좁다란 틈새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등살을 짓눌렀다. 그때 나는 멈출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손등 피부가 종이처럼 찢어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고통스럽지 않았다. 자세를 바꾸자 현기증과 함께 주변이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손가락 끝에 닿은 건 작은 카드 한 장. 그리 기쁘지 않았다.
"여보."
뒤를 돌았을 때 그녀가 대답 없이 내 손을 잡았다. 평소와 달리 억세고 차가운 손아귀. 그건 나를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여보! 예바훈! 나를 봐!"
그 손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눈을 감은 것처럼 어두우니 머리로 뭔갈 떠올린 동시에 눈앞에도 나타났다. 축축한 뒷머리에 바늘이 꼽힌 것처럼 아팠다. 뒤엔 분명 딱딱한 시멘트 바닥이었다. 누운 상태에서도 술을 마신 것처럼 휘청거리는 느낌은 대학 축구부 동아리 시절에나 겪은 일이었다. 인조 잔디밭에 누워 바라봤던 오후 1시 6월의 파란 하늘. 그때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것처럼 눈앞을 덮는 기묘한 어둠을 기억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몸이 마음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걸 기필코 잡아야 하는 걸 알지만, 손에 잡히는 건 코앞에 있던 한 줌의 빛이었다. 황금색의, 단 하나밖에 없는 노을의 빛. 주먹을 피면 이제 정말 끝이었다.
"여보!"
내 앞의 검은 커튼을 거두는데 치러야 할 값이 있다면, 지금 무엇을 내밀 수 있을까?
"제발... 여기, 나를 봐!"
글쎄. 아마도 나는 전부 이 커튼 너머에 두고 왔을 것이다. 교도소를 가 본 적이 없지만 이 커튼도 그곳의 외벽만큼이나 무겁고 새카만 색일 텐데.
"제발 일어나..!"
미하의 목소리가 그걸 뚫고 내 귀에 들려온다.
"보호자분, 위험하니 환자에게 손 떼세요! 자, 충전합니다."
사람 눈알이 그리 대단한 걸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낯선 색깔의 불꽃들이 마구 피어난다. 무슨 뜻일지 알고 싶다. 여긴 새하얀 방 안이고, 아까 전 그 불꽃들은 각각 고유의 촉감을 가진 여러 다발의 빛줄기들로 바뀌고 있다. 아기들이 대개 그러하듯 나도 손을 꼼지락대며 그걸 만지러 아장아장 걸어간다. 난 이 순간을 무엇으로 갚아야 하는 걸까?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다.
"맥박, 맥박 돌아왔습니다."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