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돈은 충분해?
말은 할 줄 아는 거야?
잘 곳은 있어?
먹을 건?
가서 뭐 하려고?
거기 소매치기 엄청 많고, 강도도 있어!
냄새도 지독하고, 화장실도 없다던데?
내가 어느 나라 다녀왔는데 쉽지 않아.
가서 크게 얻어 오는 게 없으면 시간만 버릴걸?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봐.
참 걱정을 하는 건지, 멍청한 짓이라고 놀리는 건지. 하나같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도, 경험한 것도, 경험할 것도 아닌 말들. 불확실함, 불안정함, 이런 것들을 내포한 말들. 이들은 평소에 미리 생각이라도 해두고 있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거칠게 달달 볶는다. 타인의 상황이라는 점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쏟아내고들 있다. 어쩌면 자기들의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고 있던 말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적당히 세안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며, 비슷한 시간에 집을 나선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자가용이 있다면 차를 끌고 출근길을 나서서 보이는 비슷한 사람들. 출근을 하고 나면 늘 해왔던 것처럼 일상적인 풍경들. 누군가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누군가는 벽돌을 지게로 옮기고, 누군가는 고기를 썰면서 비슷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안정적인 가정, 직장, 관계, 소중한 것들임에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편안함 속에 지루함을 느끼고 작은 일탈을 꿈꾸지 않던가? 과거에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지금 더 좋은 환경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지 않는가? 유튜브나 인스타 릴스 속의 억만장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나도 저렇게 성공했으면 좋을 텐데, 하고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나?
모두 가슴속에 꿈, 목표, 계획 같은 무언가를 품었던 적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감동을 주고, 빌 게이츠처럼 큰돈을 벌고, 이순신 장군처럼 명예롭게 헌신하는 자신을 가슴속에서 키워나가던 적이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격렬하게 쿵쾅거리던 가슴이 어느새인가 기계처럼 차분하게 콩닥 거리는 가슴을 발견하고 나면, 그제야 흘러간 시간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 너는 어른이야. 돈을 벌고, 커리어를 쌓아야지"
이게, 우리의 현실인가?
언제부터인가. 7살까지 유치원을 다니는 것, 6년간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 각 3년간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의무교육 이후의 삶 또한 의무적의 삶이 되어버렸는가 말이다. 대학교 4년, 군대 2년, 인턴 2년, 가끔 휴학 1~2년. 30살부터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40살까지는 안정적인 위치에서 가정을 이루고 50살부터는 임원을 달아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무 토막 내놓듯이 딱딱 잘라내어 이야기를 한다. 삶을 매트릭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참 안정적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저대로만 살면 100살까지도 정해 놓은 대로 잘 살 수 있겠구나.(웃음)
안타깝게도 삶은 안정적이지 않다. 당장 병원을 가보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병상에서 내일도 눈을 뜰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30대, 20대, 무려 10살 이하의 아이도 있다. 이들은 당장 내일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약하지만,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있는 힘껏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먼 미래보다도 당장 내일, 몇 시간 후, 몇 분 후를 위해서 작게 나마 한 걸음 한 걸음 씩, 인생을 나아가는 것이다.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내일 우리가 무사히 눈을 뜰 수 있음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 확실하지 않다는 것. 편안한가? 확신하는가? 우리는 이미 불안정과 불확실 속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 순간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함을 알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할 게 없다. 그저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것, 그게 내가 할 것이다. 워킹 홀리데이는 그저 작은 여정일 뿐이다. 불안에 떨기보다는 차라리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은 자세일 것이다. 그렇게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말이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감사하며 지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