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자기계발 코너를 지날 때마다 비슷한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버텨라",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자의 것이다."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 말들이 힘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오히려 막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조언대로 무작정 버티다가 결국 번아웃이 왔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방향도 모른 채 달리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를. 저자들이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으며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할 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들이 내 상황을 뭘 안다고 그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맞다면, 지금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건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들은 방향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고, 무작정 "계속하라"고만 한다.
이상하지 않나? 방향도 모르는 채로 달리라니. 그게 정말 지혜로운 조언일까?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존재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고집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잠시 멈춰서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세계에서는 포기는 죄악이고, 방향 전환은 의지박약의 증거처럼 여겨진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저자들의 성공담이 나에게도 적용될 거라고 누가 보장하나? 그들이 걸어온 길이 나에게도 맞는 길일까? 그들의 속도가 나에게도 적절한 속도일까? 하이데거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각자 고유한 '존재'로서 자신만의 존재 방식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계발서가 놓치고 있는 것은 개인의 고유함이다. 각자의 상황, 성향, 환경은 모두 다른데, 마치 복사기에서 찍어낸 듯한 획일적인 조언을 쏟아낸다. 그 조언들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걸 왜 말하지 않을까?
진짜 필요한 건 무작정 달리라는 격려가 아니라, 자신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는 지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듯이, 자기 성찰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출발점이다. 언제 계속 나아가야 하고, 언제 멈춰 서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때로는 포기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용기다.
자기계발서의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구호에 막막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이 더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맹목적으로 달리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방향을 묻는 것은 약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니체가 말한 "자기 극복"의 첫 단계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가치와 방향을 의심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는 의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야말로,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값진 자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