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무엇일까?

by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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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오래된 친구와 마주 앉아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예상보다 복잡하고 무거운 의미를 갖게 된다. 한때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았던 마음이 이제는 낯선 풍경처럼 멀어져 버린 순간, 우리는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친구 관계는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가족은 혈연이라는 변하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동료는 공통의 목적이나 환경에 의해 만나게 되는 반면, 친구는 순전히 서로의 선택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되는 관계다. 이러한 자발성이야말로 우정의 가장 아름다운 특징이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은 변한다. 한때 밤새도록 록 음악을 들으며 미래의 밴드를 꿈꿨던 친구는 이제 유능한 회계사가 되어 전혀 다른 세상의 언어를 쓴다. 함께 부르던 노래가 점차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듯,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추억 속으로 흘러가버렸다. 가치관이 달라지고, 관심사가 바뀌며, 삶의 우선순위가 재편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과 발전의 과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있다.


오랜 친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단순한 성격 차이나 일시적인 갈등과는 다르다. 그것은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듯한, 더 깊은 층위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불일치의 신호다. 오래전 함께 웃었던 농담이 더는 통하지 않고,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대화가 이제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어색한 과제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일까?" 이 질문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순간, 그 관계는 이미 전환점에 서 있다. 친구라는 것은 어떤 공식적인 자격이나 계약이 아니라, 서로가 그렇게 느끼고 인정할 때 존재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느낌이 사라졌다면, 형식적으로는 오랜 친구 사이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이미 다른 관계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또 다른 현실적 고민을 불러온다.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각자의 삶이 안정되면서 새로운 관계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도 제한적이다. 학창시절처럼 순수하고 깊은 우정을 쌓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불편한 관계라도 유지하려는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익숙한 불편함이 낯선 고독보다 견디기 쉬워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관계의 공백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기존 관계에 매달리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정한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외로움은 고독의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 속에서 나 홀로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때 찾아온다. 억지로 유지되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허전함은 때로는 조용한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는 시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관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이 증명하고 있다. 몇 명의 깊이 있는 친구가 수십 명의 피상적인 지인보다 인생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매번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변화한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실패나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인정하고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예전의 절친한 친구가 이제는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지인' 정도의 관계가 되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치 계절이 바뀌듯, 관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할 필요도 없다. 나이 들어서 만나는 관계는 젊은 시절의 뜨거운 우정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그만의 깊이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공통의 관심사나 성숙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우정은 때로는 어린 시절의 우정보다 더 단단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관계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계절과 같다. 봄의 싱그러운 만남이 있으면 가을의 자연스러운 이별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각 계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변화한 우정을 애도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에 열려 있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친구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 그 답이 '아니다'라고 해서 과거의 우정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좋았던 기억은 여전히 소중하고, 그 경험이 우리를 성장시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다른 형태의 관계, 다른 종류의 행복을 추구해야 할 때가 온 것일 뿐이다.

우정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의 아름다운 집을 허무는 일이 아니라, 그 터 위에 현재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관계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 나갈 자유를 얻는다.


(이미지 출처 https://kr.pinterest.com/pin/87749892735249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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