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행 가방
다음 생으로 이사라도 가고 싶은 것인가
여행 가방이 꽉 찼다
입 다물지 못하는 여행 가방
온 귀가 시끄럽다
가방을 비울수록 좋은 여행이라고
여행사 직원은 귀띔하지만
팬티, 양말, 칫솔, 면도기, 충전기, 영양제, 노트북, 책은 장르별로
꽉 찬 가방이 못내 흐뭇하다
초콜릿, 열쇠고리, 위스키 한 병
오는 길엔 선물 한가득
여행 내내 사진으로 핸드폰마저 꽉 채우고
보여줄 건 사진뿐이니까
뭘 하고 온 걸까
언제나 짐 싼 자리로 되돌아올 뿐인데
이사인지 여행인지
꽉 찬 여행 가방
돌아오지 못할 날이 있겠지 알면서도
오늘도 채워 넣는 텅 빈 여행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