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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써 보는 의사 Aug 29. 2024

사랑을 쓰려거든

지우개로 쓰세요




오늘도 네가 떠난 그 자리에 

함께했던 글자들을 연필로 썼다 

지우개로 지운다

샐비어꽃을 썼다 지우고

첫눈 오던 가로등 불빛을 썼다 지우고 

거기서 낙하했던 뜨거운 눈물을 썼다 지우고

오랫동안 많이 아파 거북이 등껍질 같았던 네 손등을 잡았다가 

지우고

그러다 문득 슬퍼 연필을 멈춘다

당신은 아는가

지우개가 지우는 것은 글자가 아니라 자기 몸이라는 걸

시큰한 콧잔등을 훔치며 쓸모없는 줄 알면서도 나는 

지우개밥을 한곳으로 쓸어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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