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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써 보는 의사 Sep 02. 2024

네가 흐르는 소리

20년 전 들었던 고향 같은 소리



또르르르

02년도 떠들썩한 군중 속

월드컵 함성 소리 속에 서 있을 때

네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네가 내 곁을 지날 때

또르르르,

눈 덮인 얼음 계곡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가 났다

너는 언제나 그렇게

고향 같은 소리를 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네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보다


온종일 들려오는 너의 소리

나를 깨우는 자명종

한낮의 뙤약볕

노을 지는 저녁

오늘 밤 다시 꿀 꿈


오늘도 힘겨운 노동의 끝에

오래 걸어 너덜거리는 신발 밑창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할 때

위로받고 싶어 낙엽은 흙바닥 위로 떨어지고

나는 너에게로 간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들리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소리를 다뤄 봤습니다. 

어쩌면 항상 들리지만 우리가 놓치는 소리.


20여 년 전에 들었던 그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제 귀에 들려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커져서 지금은 귀가 먹먹할 지경이네요 ^^;;

거기에 남자 둘의 소리가 더 보태졌습니다. 한 순간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입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천직 여행' 이라는 지금은 절판된 책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자꾸만 실종되는 미스터리;; ㅎㅎ)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종종 권하는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유형의 책이 인기가 없나 봅니다. 로버트 풀검의 '온 러브(on love)' 랄지.


'천직 여행'은 기존의 자기 계발서와는 약간 다릅니다. 특정한 시각이 옳으니 그것 하나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 무엇이든 하나를 제대로 하면 무엇에든 다 통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모든 자기 계발서는 다 맞는 얘기이지만, 동시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천직 여행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삶에 관한, 일에 관한, 꿈에 관한 고민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명하거나 교훈을 주려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쩌면 자극적이지도 않고 건조하기에 개정판이 나오지 않고 절판됐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실 제목 탓도 크다고 보는데  'what should i do with my life'의 원제가 훨씬 와닿습니다. 천직 여행이라는 표현으로 친근은 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얄팍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라고 나오니 미국에서는 꽤나 잘 팔린 모양입니다.


이 책에 이런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아무리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사람도 자식이 없으면 성공했다고 느끼지 못하고, 반대로 아무리 남들 보기에 실패한 삶처럼 보여도 자식이 있으면 실패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총각 때 이 말이 왠지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제 가정을 꾸리고 처자식이 딸리고 나니 무슨 말인지 좀 이해가 됩니다. 

아내와 자식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떠한 실패도 실패가 아닌 게 되고는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오늘 어떤 소리가 들리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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