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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바다로 가는 이유

by 글 써 보는 의사



몹시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를 뱃속 깊숙이 놓고 왔다고,

비가 올 때면 친구 생각이 나서

바다는 해변을 공격했다


해변에 앉은 사람들,

해맑게 웃고 있었다

다만 보기 싫은 몸뚱이를 바다에 던져 놓았을 뿐.

파도는 해저에 묻혔던 몸뚱이를

파내기 위해 바닥을 긁고 있었다

몸뚱이가 단단하고 깊을수록,

파도는 더 크게 화를 냈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이유를 모른 채 파도를 보기 위해 되돌아왔다

쓰디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빼앗긴 꿈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해변 저편에서는

비를 맞으며 우는 사람도 있었다

파도에 묻혔던 친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바다는 버린 꿈을 삼킨 만큼 화를 낸다고

오래전 친구와의 다툼이 비로 내린다는 듯.


흠뻑 젖은 옷으로

빗물과 화해한 날,

바다는 해변을 달래고 있었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그저 바다였다

다만 해변을 쓰다듬고

파도를 만들 뿐











추석 연휴,

강릉 앞바다에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사람들은 해변에 주차된 차에 숨어 파도 소리를 듣거나

카페 높은 곳에서 커피 한 잔에 거친 바다를 남일처럼 훔쳐보고 있습니다.


엎드려 보니 커피 잔 위로 파도가 치고 있네요

파도를 담아 커피를 마십니다,

뱃속 깊숙이까지.




빗속 파도 소리




주차해 놓고 찍은 바다. 공교롭게도 중앙에 배치된 표지판 때문인지 꼭 사막 속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굳이 빗속에서 자기 이름을 쓰고야 말겠다는 둘째 아이. V는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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