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회사를 올해 3월을 마지막으로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퇴사 후 주변 지인들로 부터
"왜 퇴사하기로 했니?"라는 질문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도쿄로 유학까지 와서 현지에서 취직까지 성공했는데 왜 그만둬?
안타까움에서 일까..? 이유를 많이들 묻곤 합니다.
도쿄에서 7년 정도 살면서 정말 귀가 아플 정도로 모든 문제에
"왜?"라는 질문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왜?라는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질문에 답을 해야 되는 이유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되나? 좋으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이로는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왜냐는 질문을 선생님에게 해본 적도 없고 질문하는 시간보다 단어하나를 외우는 것을 중요시했던 학습방법에 익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와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한다는 건 그만큼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이라는게 디자이너의 생각이 담긴 작품이기에 작은 곡선하나에도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난 후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게 들었던 왜?라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왜? 가방을 선택했어?"라는 질문입니다. 신발, 옷, 모자 등 많은 패션 아이템들이 많은데 왜 가방이었을까? 유학을 오기 전 3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면서 많은 백패커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가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방이라는 것이 다른 물건들에 비해 쓰면 쓸수록 세월의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물건들은 쓰면 쓸수록 낡고 패션에 민감해서 몇 년 쓰다가 버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가방은 오래되도 세월에 흔적이 더욱 물건을 매력적이게 바꿔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유럽이나 일본에는 이러한 가방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내가 만든 작품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되길 바랐던 마음에 가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이 아마도 왜? 세계여행을 했어? 였던 거 같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남들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머리가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 앞으로 사회가 나가 이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떡하면 좋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그 당시 내린 답이 "세계여행"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지식을 쌓는 일은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 할 수 있지만, 삶의 경험을 배우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 다면 미래에 어떤 일을 하든, 그들보다 재능이 부족할지 연정 나만의 색을 가지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요새 많이 듣는
"왜?"
퇴사한 거야?
아....
답변에 앞서 솔직히 잘 한 선택인지 아직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새로운 도전이 겁이 나서 그런가 걱정이 많네요. 아무튼 이유는 회사를 떠날 때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느 회사나 회삿일이라는게 비슷하지만 저 또한 업무적으로 배움의 기회가 적어지고 반복적인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입사 전과 지금의 경제력 상황이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3년이나 일했는데 급여가 비슷하다는 건 회사가 저의 재능을 낮게 판단을 하든지, 제가 부족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남의 회사에서 지금 만큼 일하는 열정이라면 창업을 해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적 한계의 벽"입니다. 7년이라는 시간을 지냈기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언어가 원어민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 언어가 부족해도 서로 이해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비즈니스상에서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도 도구 일 수 있는 반면, 실패를 자초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모든 언어가 똑같지만 언어를 한다고 해서 그 나라에서 현지인들과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예절들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언어를 100%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봤을 때 이제 한국에 돌아가 저의 브랜드를 시작해보는 좋은 시기가 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전 앞이라 두려움 반 설렘 반이기도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이제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도전하는 것에 겁도 생겼지만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나이라는 숫자로 핑곗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 때문에"라는 무기로 상대방을 쉽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주변 지인들만 봐도 너무 현실에 안주하면서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 또한 도전한다는 것이 무섭지만 한 번쯤은 어렸을 때의 자신으로 돌아가 순수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10년 후에는 지금 이렇게 고민한 순간들이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