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생애 첫 병가, 그리고

진짜 시작을 위해 잠시 멈춰있는 중입니다.

by ASTER

"부디, 몸과 마음을 한곳에 두도록 해.

너의 몸과 마음이 이제 편하게 쉬어야 할텐데,

마음은 과거에 가 있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가 있어서

후회나 불안이 몰려오면

현재 몸이 있는 곳으로 마음을 가져와야 해."


- 먼저 공황장애를 앓았던 동료의 메시지 中




진단서 제출 후 회사의 병가 또는 휴직 처분을 기다려야 했으므로

일단은 개인 연차를 내고 며칠간 쉬었다.

약효는 최소 2주 이후부터 나타난다는데..

출근이나 업무의 압박이 사라져서인지,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마음이 다소 진정되는 것 같았다.


다만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거나 계속 멍해졌고,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했다.

입맛을 잃어버렸고,

카페인 걱정에 좋아하던 커피도 마실 수가 없어 점점 수척해졌다.

쉬게 되면 브런치도 먹고 나름의 여유를 즐길 줄 알았는데,

매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었다.


회사에선 일단 병가를 최대한 사용해서 쉬다가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휴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권했다.

당연히 내 자리를 당장 비워야 했으므로

인력을 충원받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조금씩 내 역할을 분담했고

언제든 회복되면 돌아갈 수 있도록 자리도 그대로 두신다고 했다.


그토록 중요하게 여긴 조직에서의 평판이나 인사고과는 물 건너 갔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지금

결코 그런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리는 우리가 잘 정리해 두었으니
신경쓰지 말고 건강 회복하는데만 전념해.
일과 회사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쉬어.
무리하지 말고.


마지막 퇴근 때 발작이 일어나서 자리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듯 뛰쳐나왔는데

팀장님과 팀원들의 배려가 한없이 감사했다.

언젠가 꼭 갚을 날이 있으리라.


나라는 작은 톱니 하나가 빠졌다고

조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길리 없다.

내 존재가 언제라도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운하고 섭섭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어 감사하다.


하루 하루를 바쁘게 지내다가

정말 숨이 막힐 뻔했는데,

어느 순간 덜컥 자유가 주어졌다.

자, 지금부터는 어떻게 나를 치유해야 할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