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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 2. 황홀한 만남

2. 황홀한 만남

by 양윤화

맨 처음 너희를 만난 게 언제였을까?


신록이 푸르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어느 날, 열정 넘치는 제주 비바리 3명이 광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속리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전국 유아교육학과 학생회 MT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광주에서 기차 타고 또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구불구불한 속리산 능선을 달려서 MT 장소로 이동을 하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녹음이 짙은 나무, 숲 사이로 비추는 햇살……. 목적지에 도착하고 진행 요원들 안내에 따라 배정된 장소로 이동한 후 팀별 만남의 시간을 갖고 나서, 저녁부터 전체 행사가 이루어졌다. 야간 담력 훈련 프로그램으로 ‘정 2품 송’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였다. 도보로 2시간을 행군하는 강행이 이루어졌다. 겁이 워낙 많고 극기 훈련을 싫어하는 나는 담력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팀에게 낙오자가 발생하면 곤란하기에 이를 악물고 행군을 마쳤다.


전국에서 모인 학우들과 밤새 수다를 떨었다. 비몽사몽 상태인 아침, 법주사 산책이 진행되었다. 90년대 초라 제주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런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았다.


“제주 사람들은 귤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요? 얼굴도 예쁘지만, 특히 피부가 너무 예뻐요.”

“혹시 제주에서 외모 순으로 뽑아서 올라오신 건가요?"

"하하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서 갔고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났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은수 언니께서 말을 건넸다.


“여기서 제주도 어떻게 가실 건가요?”

“서울로 올라가서 볼일 보고 내려가려고요.”

“그럼 우리 버스로 같이 가셔요. 5명 정도 더 탈 수 있어요.”

“그래도 돼요?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서울 학우들의 배려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주말이라 더욱 심한 교통체증도 실감했다. 2박 3일 동안 지내면서 마음이 잘 맞았던 서울 학우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그 이후 우리는 제주랑 서울을 오가며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제주에서는 연극을 보기가 힘들었던 터라, 연극이 보고 싶을 때 연락하면 발 빠른 친구가 일사천리로 친구들을 소집해서 혜화동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내려왔다. 헤어질 때면 선물을 챙겨줄 정도로 다정했던 벗들이었다. 언니와 친구들이 지인들과 함께 제주에 올 때면, 반대로 내가 그들이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지금도 추억이 생각나 가끔 가보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혜화동 골목, 특히 마로니에 공원은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너무나 아쉽다. 애들이 어렸을 때 가족들과 서울 여행을 가면서 꼭 들렸던 곳이라 우리 딸들 하는 말 “엄마는 마로니에 공원을 너무 좋아해.” 작년에도 딸을 보러 서울에 갔다가 옛 추억이 생각나 딸이랑 혜화동 일대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다.


친구들과 내가 모두 결혼하면서 육아에 정신이 없다 보니 가끔 통화만 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연락이 두절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천사처럼 착했던 은수 언니, 연희 1동에 살던 씩씩하고 야무졌던 성미, 이름이 가물가물한 친구들 모두 보고 싶다.


열정 넘치고, 콧대도 높고, 내가 의도하는 대로 주변 환경도 돌아가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데다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인맥도 넓었던 이십 대 때. 보고 싶은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에 한 장을 넘기며…….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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