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눈 밤탱이
때는 바야흐로 2019년 7월 13일
밴드 창이 바쁘다.
단톡방도 카톡, 카톡 쉴 새 없이 노래한다.
어도 초등학교 31회 추억의 수학여행이 다가옴을 알린다.
3년 전부터 시작해서 올해 3번째 수학여행이다.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소꿉친구들이라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만나면 편안하다.
이번 여행 코스는 가평에서 래프팅도 타고, 서바이벌 게임으로 스포츠를 즐길 계획이다. 날씨마저도 우리 여행을 반기기라도 하듯, 며칠 비가 오더니, 오늘 비가 그쳤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몇 명이 옷을 갈아입겠다고 한다. 나도 재우랑 정희에게 얘기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10분쯤 지나자, 친구들로부터 수없이 전화가 온다. 화장실 안에서 갈아입는데, 자꾸 전화가 오니 난감하다. 차량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여수가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친구들 난리여, 너 안 와서 출발 못 한다고. 그래서 커피라도 먹어야켄 해서 커피 상 감쪄”
차에 오르자 친구들이 하는 말
“하여튼 윤화만 오민 다 온 거니까, 출발해도 되켜”
하하하 호호호
버스 안은 초등 시절이 되어 웃음바다로 시끌벅적이다. 한참을 가다가 경치 좋은 식당에서 닭갈비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지난주에 여찬이랑 경옥이, 광춘이랑 모니터링 겸 바람 쐴 겸 먼저 와서 래프팅을 탔다고 했다. 그때도 계곡에 물이 많이 없어서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그동안 비가 많이 와주면 진행에 문제가 없는데, 가평에는 요사이 비가 조금밖에 오지 않아서 래프팅을 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우선 펜션에 가서 옷 갈아입고 수상 스포츠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펜션에서 짐을 풀고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손님이 몇 명 없어서 우리들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다. 직원분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모자를 썼다. 나는 맨 먼저 바나나 보트를 탔다. 몇 년 만에 타보는 바나나 보트인가? 제주에서는 파도치는 바다였는데, 잔잔한 강물 위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출발하는데 파도가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리저리 돌려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보트가 뒤집혔다. 나는 순간 너무나 무서웠다. 하늘 보고 누우라는 남자 동창들 목소리가 들리자 하늘 보고 누웠다. 그리고 동창들이 선착장까지 데려다주었다. 무서웠지만 신나고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모터보트, 땅콩 보트를 탔다. 또다시 바나나 보트가 타고 싶었다. 또다시 바나나 보트를 타고 보니 여유도 생겨 두 팔을 하늘 향해 올리며 소리도 맘껏 질렀다. 이번에도 보트가 뒤집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수영을 하려 해 보았지만 힘들었다. 수영장 안에서만 수영했었고, 물안경 없이 수영해 본 일이 없던 터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늘 보고 누웠다. 동창들이 또다시 선착장까지 데려다주었다. 강물을 엄청 많이 먹었는지 계속 물을 토하고 난리다. 친구들이 등을 두들겨 주었고, 조금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재우가 나를 보면서 한바탕 웃는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 친구에게
“야, 윤화 찍어봐 눈 밤탱이 되어서.”
“마스카라 번져 실꺼여.”
“마스카라 아니여 게, 진짜 멍들어서. 놀메 타 노난 눈 밤탱이 된 것도 모른생이라.”
하하하 호호호
방금까지 내 등을 두들겨 주었던 경호랑 친구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한바탕 웃는다. 펜션에서 저녁 먹으면서 남자 동창들이 하는 말이 일부러 보트를 뒤집었다는 거였다. 이런 개구쟁이들 같으니라고
“윤화는 그 와중에 살아 보젠 수영 좀 허연게”
“명순이는 보트 놓으라고 하는데도 끝까지 놓지 안 해 노난 엄청나게 끌려간 많이 놀래실 거라”
“경호가 장난쳐 가난 춘우가 머리채 잡고서 난리가 아닌데도,
악착같이 배 뒤집으려고 핸게“
낮에 있었던 뒷얘기로 저녁까지 분위기는 식을 줄 몰랐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맘껏 소리 지르며 물놀이를 원 없이 즐긴 날이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안타깝게도 래프팅은 타지 못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수상 스포츠로 신나게 즐길 수 있었던 하루였다.
눈이 밤탱이가 되어 3주 동안 외출을 맘대로 못해서 속상했지만, 오십 넘은 나이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함께 즐길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본다.
친구들아, 사랑한다~
2020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