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라산 등정
한라산 등정
내 삶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해준, 한라산 등정
2020년 1월 11일, 한라산 등산하기 위해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는 대부분 등산복 차림에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기도 했고, 버스에 따뜻한 열기로 잠깐 잠이 들려는 순간, ‘성판악’이라는 안내 멘트에 눈을 뜨고 하차했다. 새벽인데도 등산객들로 성판악은 북적거렸다. ‘한라산 국립공원’ 바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등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같이 걸어가다 각자 페이스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엄살도 있는 데다 등산을 더더욱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오름을 접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었기에 용기를 내어 올해 계획에 한라산 등정을 넣었다. 새벽녘 숲 속 싸늘한 공기와 자욱한 안갯속에 어우러진 수많은 등산객...... 30분쯤 걸었을 때 몸이 무겁기 시작했다. 정상을 가야 한다는 약속에 참고 한참을 걸었더니 저 멀리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윤화 대견하네, 여기 앉아서 간식 먹고 좀 쉬었다 가자”
친구들이 응원 속에 힘을 얻고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도 가도 정상은 멀기만 하고, 1,400미터쯤 갔을 때 주위 분들을 살펴보니 얼굴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서 반 눈사람이 되어 있는 모습에 웃기고 신기했다. 내 몸 또한 천근만근이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젯밤 ‘새벽 등산’이라는 긴장 때문인지, 오후에 마신 보이차와 커피의 카페인 성분 때문인지 잠을 설치다 새벽 3시쯤에 잠자리에 들었기에 더더욱 몸이 힘들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엄마 힘들 것 같으면 중간에서 내려와 무리해서 쓰러지지 말고”
“내일 새벽에 한라산 갈 수이시크냐”
“내일은 쓰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백록담 보고 온다. 내가”
걱정스러운 가족들 말에 큰소리치기도 했고 2020년 계획 중에 한라산 등정도 넣은 터라 온 힘을 다해서 걷고 또 걷고.......
백록담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윤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까지 완”
“백록담 바로 앞인데, 계단이 왜 이리 많은 거니?”
“거의 다 왔구나. 힘내고 얼른 와. 우린 줄 선 기다리고 있쪄”
“알았어”
전화를 끊고 오르는데 계단 하나하나가 원망스러웠다.
스틱과 밧줄에 의지하고 올라가는 데 사십 분이 걸렸다. 평소 같으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
정상에 도착해서 보니 수많은 사람으로 인해 친구들은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양팔을 흔들며 “윤화야 여기야 여기” 하며 창석이 목소리가 들리고 윤희랑 영옥이 모습도 보였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친구 옆으로 가니 우리 앞에서 3팀을 남기고 우리 팀이 사진 찍을 차례였다. ‘한라산 보호구역 백록담’이라는 바위 앞에 사진을 찍고 백록담 주위를 둘러보고 올해 소원도 빌어보고 나 자신에게 무한한 박수와 쓰담 쓰담.....
하산은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데 성판악 코스와는 다르게 설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수정 옷을 껴입은 나뭇가지들과 눈송이가 내려앉아 수북이 쌓인 눈, 웅장한 왕관릉, 용진각 현수교, 삼각봉 내 생애 처음 걸어보는 관음사 코스 백록담 바로 아래 장관..... 지금껏 관음사 코스로 3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탐라계곡까지 오르고 주변 경관에 만족하고 포기했던 코스인지라 걷다 뒤돌아보기를 몇 차례나 했는지 모른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탄에 감탄.....
내려가는 게 오를 때보다 쉬웠던 터라 걱정 없이 내려올 줄 알았는데, 삼각봉 대피소에서 쉬었다가 내려오는 데 다리 힘이 풀려서인지 계단 내려올 때마다 허벅지에 울림과 종아리 근육 통증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탐라계곡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이 말하기를
“우리 윤화 오늘 고생 많았어요. 대단하고 기특하네”
“윤화가 한라산 등산 해시난 다른 아이들은 힘들다고 핑계 못하켜”
“올해는 오름 동호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체력 키워야 켜”
“아이고 윤화가 적극 동참허 캔 허난 다른 동창들도 많이 오큰 게”
친구들과 숲 속에서 한바탕 웃고, 수다 떨고.......
탐라계곡에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1시간 정도 걸릴 거리였는데 에너지가 탕진된 터라 3시간 소요되었다. 산속은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지라 창석이가 함께 하산해 주었다. 도착 전 1시간은 핸드폰 손전등을 밝히고 그 불빛 따라 걸어서 하산했다. 종점을 20분쯤 남았을 때 윤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라산 등정 인증서’ 한다고 했지”
“어, 6시까지라서 오늘 못할 것 같아”
국립공원 직원이랑 얘기 나누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같은 일행인데 지금 거의 다 내려오는 중이고, 백록담 인증 사진은 저 핸드폰에 있어요.”
“야, 전화 끊어봐 인증서 발급해서 놔둘게”
“어 땡큐”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대망의 한라산 등정에 성공한 뿌듯한 2020년. 올해는 올레길 코스 완주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지금 현재 1코스 남아있다. 1 ~ 2 년 동안 오름 등반과 올레길 걷기로 체력을 키운 후 산티에고 순례길 도전에 목표를 세웠다.
한라산 등정은 내 삶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