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방송 출연
폭염이라 집에서 놀고 있는데 애월중 동창회 재무를 맡은 수연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 하냐”
“너무 더워서 집에 있다.”
옆에서 언니가 급한 전화 아니면 나중에 통화하라며 눈치를 준다.
“수연아, 언니가 모처럼 놀러 와서 나중에 전화할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언니가 가시고 난 후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화구나. 하여간 바빠요”
“언니가 모처럼 놀러 와서 노느라고 미안~”
“밴드 공지 봤지?”
“어”
“애월중 한 미모 하는 네가 방송에 출연해 줘야 한다이”
“야, 난 못 한다. 말주변도 없고, 끼가 없어서 안 돼. 내가 나가서 실수라도 하면 애월 중학교에 민폐여”
“야, 너처럼 끼 많고 비주얼 되는 완벽한 애가 빼면 되냐? 방송 출연 동의하는 걸로 알고 이시켜”
“안 된다게, 난 못한다이”
“방송 출연하는 걸로 알고 끊는다.”
전화를 끊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도초 회장인 여찬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연이 전화 가섰지”
“어”
“비주얼 되는 네가 나가줘야 한다이”
“뭐래니, 내가 나가면 방송사고 난다게”
“야! 빼지 말고 방송 출연하는 걸로 알았지?”
“야~~아, 알았어.”
하루가 지났다. 어도초 총무 재우한테서도 전화가 왔다.
“방송 출연하기로 했지?”
“어”
“집행부 모연 얘기하는데 다덜 너를 추천 핸게, 특히, 여찬이가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실수 하민 큰일인데, 우리 딸들 이미지도 있는데, 애들 주위 분들에게 나는 고상한 이미지인데, 고민이여”
“걱정도 팔자여”
며칠 지나고 출연자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중학 시절 얘기들의 오고 가고, 작가님과 담당 피디님과의 사전 미팅이 8월 22일에 잡혔다. 방송국 로비에서 만나 뵌 피디님과 작가님은 친절하게 ‘반갑다 친구야‘라는 프로그램 흐름에 관해 얘기해 주셨다.
“옛날 추억 이야기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친구들과 추억담을 나눠 주시면 됩니다. 카메라 앞이라 살짝 긴장할 수도 있지만, 5분만 지나면 긴장 풀리실 거예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반듯한 모범생 스타일보다는 조금 망가지더래도 웃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8월 30일 1시 30분부터 7시까지 촬영합니다. 지금 분위기 보니 촬영은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애월 중학교 운동장에서 뵙겠습니다”
사전 미팅을 한 후 단톡방의 중학교 시절 얘기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단합대회’, ‘오름 등반’, ‘야유회’, 작년부터 시작한 ‘추억의 수학여행’ 등등. 복장은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38회 동창회 야유회 때 제작한 단체 티에 청바지, 운동화로 결정했다. 플래카드 제작하고, 방송 전에 한 번 만남을 갖고, 촬영 날 11시에 만났다. 배려심과 끼가 넘치는 38회 동창들이라 표정들은 함박 웃음꽃이었다. 1시 20분 모교 운동장에 도착했는데, 촬영 팀들은 이미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서로 인사하고 촬영에 앞서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몇 마디 하다 보니 긴장은 다 풀린 것 같았다. 김동수 씨랑 개그우먼 양해림 씨 사회로 방송 멘트가 시작되었고, 출연자 개개인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어도 점빵집 아들 강여찬입니다.”
“당동네 요망둥이 고수연입니다.”
미선이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단추 구멍 박미선입니다.”
“38회 동창회장 김형준입니다.”
“애월중 귀요미 양윤화입니다.”
“요즘 핫한 동네 곽지 장지영입니다.”
“어도에 안진남입니다”
“납읍에 문대윤입니다.”
“여기 모이신 동창분들은 51세로 알고 있는데, 남자 출연자분들은 형님으로 보이시는데, 여자 동창분들은 누나라기보다는 여동생 같으시네요”
동수 씨에 농담에 여자 동창들은 입이 귀에 걸렸고, 촬영 분위기는 한참 무르익었다. 1차 자기소개가 끝나고 총 동문회장님께서 출연하셔서 학교 소개와 38회 동창들이 학교 대표로 나온 이유에 이어 애월중 삼행시로 마무리했다, 애향심이 넘쳐나고 월등한 인재들이 비상하는 중심 중의 중심 애월중 파이팅
무더운 여름날 촬영이라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었지만, 모두 촬영을 열심히 하였다. 잠깐의 커피 타임을 가진 후 운동장을 걸으면서 촬영은 계속 이어졌다. 예전의 학교 모습, 씨름부, 유도부, 복싱부, 정구부, 육상부 활동이랑 남학생반이랑 여학생반 사이에 문이 있었던 사연이랑, 문지기로 유명했던 애들 얘기, 소각장 얘기 등등. 수많은 추억들로 촬영은 웃음바다였다. 모교 장학금 전달식을 끝으로 야외 촬영이 끝나고, 아이스크림 타임을 가진 후 실내 촬영이 시작되었다. 여찬이가 남자 반 선생님이셨던 김영식 선생님의 일화를 꺼내면서 얘기가 시작되었다.
“연합고사가 끝나자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영상 장비를 갖고 오셔서 남자 반 수업 시간마다 영화를 보여주셨습니다. 바이크 타고, 가죽 부츠 신고, 헬멧을 착용하고 트로트를 들으면서 출근하셨던 멋쟁이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얘기에 나도 이춘선 국어 선생님에 대해 한마디 했다.
“ 남자반에 김영식 선생님의 계셨다면 여자반에는 이춘선 선생님의 계셨습니다.”
“ 우리 38회 동창생들의 국어를 유독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중학 시절에 우리에게는 0교시가 있었어요.”
“그게 뭔 말입니까? 중학교 때 0교시가 있었다고요?” 사회자 양해림 씨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어봤다.
“네. 저희는 1교시 수업 전에 칠판 가득 적힌 국어 문제를 노트에 필기했었습니다. 그래서 국어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되었고, 문학소녀들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책을 즐겨 읽거든요.” 내 이야기에 덧붙여서 진남이가 얘기했다.
“선생님께서 시를 낭송하실 때에는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시를 사랑하고 저절로 외우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그때 외웠던 시를 낭송했다. 진행은 계속 이어졌고, 사회자 동수 씨가 “내가 봤을 때 여찬이 형과 진남이 형은 깔끔하게 다녔을 것 같고, 형준이 형하고 대윤이 형 하고는 콧물 자국 있게 다녔을 것 같아요” 그러자 형준이가 “난 경허연 진짜 경허연” 이어서 여찬이가 보충 설명이 이어진다. “그때 당시 마른버짐 있죠. 눈 밑에 하나, 입 밑에 하나 그리고 겨울 되면 콧물 흘렸던 자리가 하얗게 콧물 자국이 있어요.” 그 얘기에 이어서 형준이가 “앨범 보면 나와 있어요.” 촬영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자 해림 씨가 궁금해서 “용의 검사에서 걸리면 어떻게 해요?” 하고 질문하자 “용의 검사가 딱 정해진 게 아니고, 수업하시다가 불시에 했던 용의 검사라 주의를 주고, 벌칙을 주었죠.” “교복 자율화 이후에 단벌로 다닐 때니까, 조금 지저분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선생님의 몇 번 주의를 줬는데, 고치지 않으니까, 벌칙으로 여학생반 순회를 시켰어요. 근데, 갔다 왔는데 보고 와서 환호성을 지르는 거예요.” 드디어 여학생반 입성이다. “분명 벌칙이었는데...... 그다음이 더 재밌어요. 너도, 나도 가고 싶은 거예요. 그다음 국어 시간이 다가오는 날 전체 남학생 중에 반 이상이 옷을 더럽히고 몇 명은 찢기까지 하고 온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 국어 시간에 여자 교실에 안 갔어요.”.......
버스비로 군것질하고 걸어갔던 얘기
중학생 소년 소녀들의 빵집 데이트
한참 유행했던 노래 등등...... 얘기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자 동수 씨의 진행 한마디 “애월 중학교 38회 동창분들과 계속 있다 보면 내일 아침까지도 집에 못 갈 것 같아요, 저희가 장소를 이동해서 더 풍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가 방가 노래방’ 촬영 관계로 자리를 시청각실로 옮겼다. 피디님께서 ‘방가 방가 노래방’ 규칙을 설명해 주시고 난 후 촬영이 시작되었다. 사회자 해림 씨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당시 문학소녀였던 양윤화 언니께서 노래 선곡을 선택해 주시겠습니다.”
반. 갑. 다. 세 가지 카드를 줬고 ‘갑’을 선택했다. ‘갑’ 카드를 펼치는 순간 ‘남행 열차’가 적혀 있었고, 우리는 기쁨의 환호성과 함께 한 번에 성공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반주가 나오고 노래가 시작되었다. 대윤이가 부를 차례에서 마이크 꼭지가 대윤이 코를 찌르는 바람에 다시 시작되었고, 우리가 바라던 대로 단번에 성공했다. 사회자 동수 씨가 “한 번에 성공한 거나 다름없어요. 마이크가 문제였기에.” 이어서 피디님께서 “끝으로 남자 한 분, 여자 한 분이 오늘 소감이라든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을 30초 이내로 해주시면 됩니다” 그 말씀에 남자는 회장인 형준이가, 여자는 친구들의 추천을 받은 내가 말을 하면서 촬영은 마무리되었다. 4시 50분에 촬영이 끝나자 촬영 팀에서 극찬이 이어졌다.
“듣던 대로 끼와 열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38회 동창분들이십니다.”
“촬영이 이렇게 일찍 끝나기는 처음입니다.”
“모두 방송 체질이십니다.”
JIBS 방송국 “반갑다 친구야” 프로그램 촬영 덕분에 친구들과 추억의 보따리들을 펼치다 보니 잊고 지냈던 중학교 시절. 순수했기에 더 아름다웠던 사랑과 우정. 남몰래 풋사랑을 키워왔던 사춘기, 말 한마디 못 건네던 수줍은 소년 소녀에서 어느덧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38회 동창들과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이 떠올라서 즐거웠고, 35년이 지난 지금 중학교 친구들과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한 2019년 여름이었다. 어도초, 납읍초, 더럭초, 애월초, 곽지초, 애월읍 관내 5개 초등학교로 구성된 애월 중학교. 끼와 열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배려 깊은 애월중 38회 친구들아~~ 너희들이 있기에 삶이 더더욱 즐겁고 행복한 거 알지, 고맙고, 사랑한다.
2019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