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의 수강생들로 글쓰기 동아리를 만든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작년에 강의 신청해놓고 한번 가고 봉사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강의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글쓰기 동아리를 만든다니 너무 반가웠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번 밖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모임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되나요?”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임 때 봬요.”
첫 모임 날짜가 다가온다. 그런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회원들은 1년 동안 지내면서 관계가 돈독하게 형성되어 있을 텐데 나만 새로운 얼굴로 다가가기가 조심스러운 맘이 들어 무거웠다. 모임 전날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두 번째 모임이 다가오자 또다시 메시지가 왔다.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모임 날 참석했다. 회원들 서로 인사 나누고 앞으로 모임을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회장님의 진행으로 회의가 이뤄졌다. 동아리 명칭은 글수다 (글로 푸는 수다)로 정했다. 한 달에 두 번 모임을 하고 주제를 정해서 그날 글쓰기를 하자는 얘기였다. 다음 모임부터 첫째 주는 글쓰기로 바로 들어가고 셋째 주는 강의나 외부 기행으로 계획하고, 기타 규정도 대충 정했다.
세 번째 모임 날, 지난 2주 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눈 후 주제는 ‘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짧은 시간에 글을 쓴다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회원 하나 불평 없이 조용히 글을 써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각자 자기 생각에 마주하면서 진지하게 써가기 시작했다. 진지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내 생각을 글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마무리는 못 했지만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대충 윤곽이 잡혔다. 글수다 회원들과 함께한 글쓰기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있었다. 마무리 시간이 다가오자 오늘처럼 하는 방법이 좋을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할지? 얘기를 나눴다. 귀한 시간에 여기서 글쓰기를 하지 말고 주제를 정해주면 각자 글을 쓰고 온 후 모임 날 발표하면서 서로 피드백해 주는 방법으로 하자는 의견으로 일치되었다. 다음 모임에는 ‘제주의 삶’을 주제로 발표하기로 했다. 그리고, ‘환경’, ‘한국의 문화’, ‘자유 주제’로 이어서 글쓰기가 이어졌다. 외부 기행으로 제주 도립 미술관, 원도심 투어(옛것을 살려 미래를 일군다), 독립 서점 투어와 함께 삶의 글을 쓰면서 즐거운 시간이 계속되었고,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몇 달이 지나가자 책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글쓰기를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은 우리 수준에서는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려하는 내 생각과 달리, 편집부의 발 빠른 일 처리로 진행되어 갔다. 그동안 쓴 글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가 잦아졌다. 회의가 길어질수록 점점 지쳐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서로 서평 할 시간이 짧아진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했다. 급기야 감정적인 발언들도 오갔다. 글자 모양, 글 간격, 여백 등을 정한 후 각자 쓴 글들을 보내면 편집부와 감각 있는 회원들의 투합해서 분량들을 조정하기로 했다. 인쇄소 섭외, 글 마감 시기, 표지 구상, 책 분량, 인쇄용지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글수다’라는 예쁜 창간호가 출간되었다. 우리 회원들의 노력 결과였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준비한 문집 발간회가 12월 19일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짧은 기간에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위에 부러움을 받았다. 또한 글수다 문집 발간식에 참석했던 분들의 입소문에 글수다에 가입할 수 있느냐는 문의들도 있었다. 그보다 우리 스스로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소확행을 만끽했다.
글수다는 글쓰기에 조금 두려워했던 내게 용기를 주어 긁적이게끔 이끌어 준 동아리다. 글 쓰고 난 후 회원들의 소중한 피드백과 모임 후 이뤄진 티타임에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글들로 더욱더 성장해 가는 글수다를 꿈꿔본다.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이 글쓰기에 망설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용기를 갖고 글쓰기에 문을 두드렸듯이 그 누군가도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