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인화를 배우며
여러 재능과 다양한 취미로 살아가는 세상 속 자기만의 꿈을 꾸고, 개발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7년 전 그림을 배우고 싶어 시작한 문인화. 지원 좌 경신 선생님의 멋진 붓놀림에 매료되어 배우는 순간순간 행복했다. 또한, 선배님들의 배려와 칭찬에 수업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초, 중학생을 키우는 엄마인 나에게는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아 아쉬웠다. 수업 시간과 겹치는 학교 행사, 모임, 집안 행사 등등......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애들 키우고 배워야겠다고 결정하고 잠시 접어 두었다.
시간이 흘러 큰애가 대학을 가고 작은 애가 고등학생이 되자 다시 시작한 문인화. 선생님이 다르다 보니 필법도 달랐고, 수업 방식도 아주 달랐다. 지원 좌 경신 선생님의 스타일은 각자 책상에서 그리고 있으면 돌아다니면서 보다가 안 되는 부분을 지적해 주시고, 그림이 되었다 싶으면 체본을 그려 주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담 최 형양 선생님은 숙제를 검사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시고 새로운 체본을 그려 주신다. 서서 두 시간 동안 많은 문하생들의 체본을 그려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인의 첫째 기본은 체력이라는 것을 느낀다. 선생님의 연세가 80이 넘으셨는데도 후학 양성에 대한 열정과 젊은 친구들과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신선한 마인드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산증인이시다. 선생님의 명언
“주력이 필력이다.”
서담 최형양 선생님의 지도를 받기 시작할 때, 한 달 동안은 갈등이 많았었다. 두 분의 필법의 다르기에 예전에 배웠던 방식으로 그리고 가면 자꾸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몸에 배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선배님들이 “예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 서담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들어오셨으면, 선생님의 필법으로 그려야 합니다”라면서 충고해 주셨다, 그래서 고민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로 했다. 지원 좌 경신 선생님은 힘찬 붓놀림이라면, 서담 최 형양 선생님은 부드러운 붓놀림 스타일이었다. 바위에 난을 칠 때는 확연히 달랐다.
여기서, 문인화에 관해 설명하자면, 선비정신으로 사대부들이 붓과 먹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과거 문인화(수묵화)는 채색하지 않는 순수 먹물로만 그린 그림을 말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채색하여 그림을 완성하여도 문인화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흔히들 문인화와 사군자로 대변하는 한국화도 분류가 애매하게 되었다. 산수화, 풍속화, 화조도, 수묵 인물화, 그리고 동물을 그린 영모도가 있으며 사군자가 한때 유행으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에는 수묵으로 소나무와 꽃을 주제로 화훼화를 그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묵화에는 형태를 그린 선과 선 사이가 하얗게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여백’이라고 하는데 수묵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자신의 심중을 통해 표현하면서 기상을 보였던 것이 문인화이다. 문인화의 기초인 묵화를 그릴 때는 붓의 사용법과 농담(농묵, 중묵, 담묵)과 여덟 가지(팔 필법) 방법이 있다. 붓을 사용하는 법은 중묵, 횡묵, 날선이며, 자연스럽게 난 잎의 끝을 날 선으로 몸도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내가 그리는 잎은 날 선으로 날렵한 곡선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난 잎은 먹물로, 난 꽃은 물감 채색까지 완벽하다. 매화 작품에서 매화꽃은 자신 있는데, 매화 둥치를 그리는 것이 관건이라 그게 요즘 숙제다. 하루는 숙제하는데 ,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공주님이 미소를 띠며 한마디 한다.
“하여간 울 마미, 언니가 서울 올라가난.”
나도 그럴 것이 그동안 중, 고등학생 모범생 엄마로 바쁘게 지냈다. 그런데, 큰 공주님이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가니,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이쁜 풍경을 볼 때, 아니, 거의 모든 일상에서 가족과 떨어져 서울서 혼자 지내는 딸을 생각하다 보면, 눈물이 나고 걱정이 되니 말이다.
“워낙 착하고, 긍정적이고, 이쁘고, 똑 부러진 성격이난 어디 가도 이쁨 많이 받고 잘 지내고 있을거난 걱정하질 말라”며 주위 분들의 위로에 조금은 위안은 되지만 딸에 대한 내 맘은 짠하다. 짠한 마음도 붓을 잡고 무언가를 그리며 몰입하다 보면, 순간 모든 걱정은 사라지고 편안한 맘이 나를 감싸준다. 나는 지인들에게도 늘 얘기한다.
“맘이 복잡할 때는 붓을 잡든, 운동하든, 책을 읽든 뭔가에 몰입해서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문인화를 배우면서 그림이 안 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에 이어지는 행복이 있기에, 붓을 놓을 수가 없다. 현재 작은 애가 고2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집중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1년 반 후면 본격적으로 몰입하면서 멋진 작품들을 많이 완성해야겠다. 꼼꼼한 묘사보다는 내적인 성숙의 표현이 중요했던 그림인 문인화에 입문한 지 몇 년 안 된 새내기에 불과하지만, 자연 힐링되는 문인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기에 문인화는 계속될 것이다.
2019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