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몸에 안 좋다고? 근데 나는 괜찮은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친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너 요즘 카페인 섭취 줄이는 게 좋다는 기사 본 적 있어? 특히 여성 건강에 좋지 않대. 나도 이제 커피 좀 자제하려고."
당신은 놀란 듯 눈을 한 번 크게 뜨고, 다시 앞에 놓인 커피잔을 내려다보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시는 이 커피 한 잔. 당신에게는 하루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루틴이었다. 친구의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곧 속으로 생각했다.
'나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 매일 이렇게 마셔도 괜찮았는데.'
친구가 이어서 건강에 대한 기사 내용을 설명할 때, 당신은 은근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이 머릿속 깊이 스며들지 않았다. '카페인이 그렇게 나쁠 리가 없지, 그동안 아무런 이상도 없었잖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쓰지만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지는 순간, 친구의 말은 이미 희미해져 갔다.
집에 돌아와서도 당신은 그 기사를 검색해 볼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대신,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자신만의 평화로운 일상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카페인은 내게 크게 문제가 안 돼.'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리며, 다시 한번 커피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더 강하게 지지하기 위해, 불편한 정보를 애써 외면하곤 한다. 마치 커피가 해롭다는 사실을 굳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향을 우리는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고 부른다.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은 우리의 신념이 단순히 일치하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확증편향과는 조금 다르다. 확증편향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존 믿음을 강화하는 경향이라면, 동기에 의한 추론은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옹호하고,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비판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은 쉽게 받아들이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훨씬 더 까다롭게 검증하려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뇌과학적으로 이를 설명하자면,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기존 신념을 변경하는 것은 큰 인지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편도체(amygdala)와 전두엽(prefrontal cortex)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편도체는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데, 기존 신념에 반하는 정보가 제시될 때 이를 불쾌한 자극으로 인식하여 거부하려는 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우리의 뇌는 자신의 정서적 안정을 지키기 위해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선호하고,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흡연과 관련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1964년, 미국 공중보건국장이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비흡연자들은 그 내용을 대체로 받아들였지만, 흡연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흡연자들은 "흡연자 중에서도 장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거나, "인생 자체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는 반응을 보였다. 뇌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이런 자기 방어 메커니즘을 통해 기존 신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뇌의 이런 경향은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신념의 변화를 통해 일관성 있는 세계관이 깨지게 되면, 그에 따른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진다. 반면, 기존 신념을 강화함으로써 개인은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메커니즘은 우리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 자신의 욕구에 의해 왜곡된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특히 종교적 믿음에서도 강하게 작용한다. 종교는 세상이 공정하고, 노력하면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믿음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공정하다는, 나아가 우리가 노력하면 보상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는 종교적 신념을 강화하는 동기가 된다. 예로, 기도 후에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는 기도와 그 사건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이 불일치를 그냥 무시한다. 이러한 행동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보상을 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도파민은 보상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도나 신념을 통해 긍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뇌는 그것을 학습하고 강화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그렇다면, 왜 동기에 의한 추론이 존재하는 것일까? 단순히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우리가 미래의 상황을 예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우리는 진화를 통해 신중하게 추론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능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뇌의 전두엽은 신중한 판단을 담당하지만, 때때로 편도체와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과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로 인해 우리는 감정적 반응에 의해 논리적 추론이 방해받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더 쉽게 믿고, 그 믿음에 반하는 정보는 회피하는 것이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면 이는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확증편향이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는 자동적인 경향이라면, 동기에 의한 추론은 소비자가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 대해 '이 브랜드는 믿을 만하다'라는 긍정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을 때,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광고나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면, 소비자는 이를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증거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긍정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만약 그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왔을 때, 소비자는 그 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거나 '경쟁사의 음해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정보를 배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가진 긍정적인 신념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를 까다롭게 검토하고 쉽게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바로 동기에 의한 추론이다.
이렇듯, 마케팅에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느끼도록 돕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더 신뢰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우리가 때때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뇌는 스스로를 설득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더 강하게 믿기 위해 다양한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심리적 편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나아가서는 유저와의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기에 의한 추론과 확증편향은 둘 다 사람이 정보를 해석할 때 기존 신념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그 차이점은 동기에 의한 추론은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라는 데 있다.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위에서 제시한 사례에 각각 동기에 의한 추론과 확증편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비교하여 마케팅 전략과 함께 곁들여 설명해 보겠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함]
➤ 확증편향 : 소비자들이 신한은행을 신뢰할 만한 은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ESG와 관련된 긍정적인 정보가 나오면 이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즉, "신한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은행"이라는 신념이 이미 있고, 그와 일치하는 메시지들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 동기에 의한 추론 : 신한은행의 ESG 캠페인을 접한 고객들은 은행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을 더욱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참여한 ESG 프로젝트의 결과가 완전히 명확하지 않더라도, 그 캠페인이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이 이미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 메시지에 더 호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 확증편향 :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신라면 건면을 보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정보에 주목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소비자들은 이미 '더 건강한 라면을 선택하고 싶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신라면 건면의 메시지가 그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에 더 쉽게 수용한다.
➤ 동기에 의한 추론 : 동기에 의한 추론을 통해 소비자들은 신라면 건면이 꼭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그 의미를 약화시킨다. 예를 들어, "라면은 여전히 고염식이지만, 기름에 튀기지 않았으니 더 건강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맛있는 라면을 먹으면서도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믿음을 강화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 확증편향 : 소비자들이 제네시스를 "성공적인 사람들의 차"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광고에서 강조하는 고급스러움과 성공적인 이미지를 보고 기존의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광고 메시지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제네시스는 성공의 상징이다'라는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 동기에 의한 추론 : 제네시스를 구매한 소비자는 자신이 성공적이고 고급스러운 선택을 했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혹시나 품질과 관련된 부정적인 후기를 접하더라도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차에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네시스는 명품 브랜드이니 괜찮아"라고 합리화하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한다. 이는 소비자가 제네시스를 구매한 이유가 단순히 차량의 성능뿐 아니라 '성공한 삶의 상징'이라는 믿음을 강화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은 기존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라면, 동기에 의한 추론은 자신이 믿고 싶은 신념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대되는 정보에 대해 더욱 까다롭게 검토하고, 무시하거나 약화시키는 경향이다. 마케팅에서 이 두 가지가 적용되는 방식은 다소 유사해 보이지만, 동기에 의한 추론의 경우 소비자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심리적 편향은 마케터들에게 기회이자 도전이 된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들이 안락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로 더욱 강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게끔 유연한 여지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뇌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편향된 결정을 내리지만, 마케터는 우리 본성이 가져다주는 이 보호 메커니즘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이미 가진 신념을 강화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경향을 이해함으로써 마케터는 단순한 설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스스로 브랜드와 강하게 연결되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곧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며, 단기적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충성도를 확보하는 전략이 된다.
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점은,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동기에 의한 추론과 확증편향은 소비자의 마음을 해석하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를 소비자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런 과학적 이론을 현장에서 창의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더욱 깊이 있는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