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착각

by 혜온

"OO씨는 조직의 리더로서 일을 왜 하세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즐거워하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당신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 순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정말로 모르겠더라는 거다.

자신이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그들이 실제로 즐거워하고 있는지.




사실 나는 이런 리더들을 수없이 봐왔다. 우리는 모두 선한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조직을 발전시키고,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그 선의가 상대방에게 닿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마치 일방향 스피커처럼 내 목소리만 크게 틀어놓고,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보통 HR 부서에서는 사람을 '휴먼 리소스'라고 부른다. 인적자원. 얼마나 솔직한 표현인가. 그들의 관심사는 명확하다. "어디에 배치할까?", "어떻게 관리할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모든 질문의 중심에는 '활용'이 있다.


그런데 웃긴 건, 정작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그저 자원으로 볼 때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반발하고,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인다. 당연하다. 누가 자신을 부품 취급하는 사람을 위해 진심을 다하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사람은 존중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원하고,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기를 바라고, 자신이 단순한 부품이 아닌 고유한 존재로 인식되기를 갈망한다. 이건 특별한 요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다.


진짜 리더십은 여기서 시작된다. 구성원을 존중의 대상으로 보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진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할 때.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팀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리더는 착각한다. 자신이 구성원들을 배려한다고, 그들을 위한다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그 배려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시혜일 뿐이다. 진짜 배려라면 상대방이 그것을 배려라고 느껴야 한다. 진짜 도움이라면 상대방이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그냥 자기만족이다.


수많은 조직의 내부가 고이거나 침잠하고,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는 열심히 비전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직원들은 기대만큼 따르지 않는다. 경영진은 소통한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듣지 않는다. 임원들은 동기부여를 한다고 하는데, 현장은 의욕을 잃는다. 왜? 그 모든 것이 경영진 중심의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진정한 성과는 조직도 상위에 있는 자신의 위치로 측정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으로 측정된다. 그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큰 꿈을 꾸고, 더 깊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런데 진짜 웃긴 건, 이런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날 밤 OO씨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물었어야 한다.

"나는 정말 그들을 위한 리더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리더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어떤 리더는 10년 후 자신의 직원들이 어떤 모습일지 그린다. 그들이 더 큰 무대로 떠나는 것조차 축복으로 여긴다. 반면 어떤 경영자는 다음 분기 매출과 내년 IPO만 본다. 핵심 인재가 떠나면 자기 회사의 조건이 좋은지 나쁜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돌아볼 생각도 없이 그저 배신으로 여긴다. 전자는 진짜 리더이고, 나머지는 그저 직급일 뿐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대부분은 후자에 속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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